진정한 유러피안 여유를 느껴보고 싶다면
리스본에서 머물던 5일 중 4일은 요가원을 찾았다.
요가를 매일 하게 된 기간은 약 1년 반 정도.
매일 한시간 이상 운동하는 것이 이젠 정말 습관이다.
한국에 있을땐 요가원이 쉬는 날이면 집에서 영상을 틀어놓고 했는데
여행중일 땐 공동 숙소에 머무니 혼자 운동을 하는 건 무리인듯 싶었다.
운동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하다가 원데이 요가 클래스를 찾기로 했다.
처음 가보는 낯선 여행지에서 어떻게 요가를 했냐고?
생각보다 간단하다.
Google 지도에서
yoga 라고 치면 내 위치 중심으로 다양한 요가원들이 나온다.
사이트에 들어가 원데이클래스를 신청할 수 있는 요가원인지 살핀다.
또는 어플 '마이리얼트립'에 요가를 검색해 찾아봤다.
꽤 많은 사람들이 여행중에도 자신이 일상에서 지켜오던 습관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리스본은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
요가 마니아인 여행자들을 위한 요가 서비스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이트를 살펴보면
메일로 신청하거나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포맷이 정해진 요가원들이 있었다.
내가 찾은 곳은 호시우 광장쪽의 '리틀스페이스 요가'라는 곳.
다른 여행자들의 평도 좋았고,
가격도 10유로(약 1만2000원)정도로 한국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이었다.
온라인 사이트로 신청등록하면 메일이 날아온다.
이건 리틀스페이스 요가 참석을 확정하기 전,
직접 메일을 보내 알아봤던 요가원.
전화가 안되니 메일로 소통할수밖에 없었는데
의외로 빠른 답변이 날아왔다.
해외에서 해보는 요가는 어떨까?
여태까지 한국식(?) 요가밖에 경험해보지 못했기 떄문에
호기심과 기대가 컸다.
다음날 요가원을 들르는 일정으로 동선을 짰다.
처음 가보는 길인데다
요가원에 간판이 없어서 주위를 엄청 헤맸다.
우리나라 요가원처럼 커다란 간판이나 표지판이 있을거라 생각했던게 잘못이었다.
외관상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고,
건물 내부에, 호수적혀진 곳에 자그맣게 적혀있었다.
그 주위를 다섯번 넘게 뺑뺑 돌고 난 후에
근처 KPOP을 크게 틀어놓은 아이스크림집에 들어가 물어보니
'여기가 맞는데' 하고 갸우뚱거리던 바로 옆건물이 맞았다.
건물 미관을 해칠까봐 간판은 따로 안해놓는단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서야 이 곳에 요가원이 있다는걸 알게됐다.
요가원이 있던 층에 이발소도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간판이 아예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인터넷도 많이 안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가지?)
요가매트와 수건, 밴드, 살균 스프레이가 보관된 곳.
작아도 필요한건 다 있다.
큰 창으로 볕이 잘 들던 곳.
최대 10명까지 들어올 수 있다.
수강생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하거나,
아니면 기존 정기권을 끊어 다니는 회원들이었다.
세션마다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달랐다.
*
요가복은 각자 따로 챙겨가야한다.
수업 전 현금으로 10유로를 건네면 된다.
선생님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동양인 여자 여행객이 혼자 요가원을 찾아온것을 조금 놀라워했다.
함께 수업을 받는 다른 수강생도 그랬다.
4일 내내, 아시안은 나 혼자였다.
선생님께선 수업 전 나의 요가 수준을 꼼꼼히 체크했다.
어떤 선생님은 영어를 전혀 못해 포르투갈어로 진행해야하는데
괜찮겠냐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비록 알아듣진 못해도 그 선생님의 수업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바디랭귀지라고 했나.
요가야말로 만국공용어가 될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앞에서 찬찬히 보이는 시범만으로 어떤 근육을 위한 동작인지 알 수 있었다.
처음 가본 요가원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에
굳이 다른 곳을 찾진 않았다.
이곳에서 배운 요가 수업을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내 생에 최초로 다른 나라에서 경험한 요가 클래스였기 때문에
한국에서 받았던 요가수업과 달랐던 특징들을 몇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1. 거울이 없었다.
한국에서 요가나 필라테스를 받을 땐 항상 거울이 있었던 것 같다.
헬스장도 마찬가지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동작을 꼼꼼히 살핀 뒤 자세를 정정하거나 바꿔가면서 한다.
그러나 이곳 요가 스튜디오에는 거울이 없었다.
동그랗게 수강생들이 마주보면
가운데 선생님이 보여주는 시범동작을 따라한다.
가끔 눈이 마주칠때가 있는데 그것마저 신비했다.
나와는 다른 사람의 눈빛과 에너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달까.
거울에 비친 나와 나의 옆사람을 비교하지 않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 천천히, 자세히, 무엇보다 여유롭게
1시간 진행됐던 수업.
작은 스피커에 잔잔한 노래에 맞춰 아주 천천히 동작을 했다.
1년 반동안 요가를 해왔지만
이렇게 천천히 공들여 동작을 한 적이 있었던가라는 깨달음이 스칠만큼.
차투랑가단다아사나에서 자극하는 근육,
웃티타트리코아사나와 하는 호흡,
다운독(*견상)에서 머무는 시간 등
다음 자세를 바꿀기 전까지 시간들이 충분했다.
한국에서 요가를 할 때면
동작에 맞춰 호흡
을 했는데,
그 호흡을 무의식적으로 한다기보단
의식적으로 힘을 줘 억지로 해왔다.
그런데 이곳에서 요가를 할때면
호흡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 동작마다 머무는 시간이 길었기 떄문이었다.
지루하단 생각이 들지도 않고 오히려 집중력이 더 깊어질 수 있었다.
한국에서 할때처럼
아쉬탕가 시퀀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몸은 훨씬 개운하게 풀려있었
다.
천천히 동작을 이어나가도 충분했고 오히려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졌다.
집중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3. 너만의 움직임으로 동작을 완성하라
요가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이야기를 늘 한다.
매일 나 자신과의 싸움이고 수련이라고.
그 꺠달음을 낯선 타지에 와서 진정으로 깨달았다.
선생님은 끝나기 약 10분 정도 전에
"자신만의 움직임으로 요가를 마무리 하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동작을 보고 따라할 필요도 없고,
정해진 무언가를 해야할 의무도 없다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동작,
어려움을 느끼는 동작,
혹은 시원함을 느껴 반복하고 싶은 동작이 있다면
그걸 움직임으로 만들어 이 수업의 요가를 마무리하라고 말씀하셨다.
각자가 자신의 속도대로 자신만의 움직임대로
춤을 창작하듯 요가를 해냈다.
대칭에 대한 강박이나
동작 완성도에 대한 욕심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움직임과 호흡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스튜디오에 모인 모두 완전한 몰입에 빠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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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일간의 잊지 못할 요가 수업을 리스본에서 경험했다.
요가 수업이 끝나면 각자 사용했던 매트에 살균 스프레이를 뿌려 걸레로 깨끗이 닦았다.
각자 사용한 용품을 스스로 정리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여행지에서 요가를 하는 건
유명 관광지를 가거나 맛집을 찾아가는 것보다
더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1시간동안 함께 낯선 수강생들과 몸을 움직이면서
그들만의 움직임이나 근육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나라마다 추구하는 여유와 명상은 다 다른데,
포르투갈의 요가를 통해 그걸 온몸으로 느낀 것 같았다.
거울이 없는, 볕이 온전히 드는, 음악이 느린 요가원 한 구석에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당당히 나만의 움직임을 만들어
냈던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