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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야채 Jul 14. 2019

“편의점 도시락 담는 용기···버려지는 코코넛껍질 섞어


테코플러스 유수연 대표
코코넛껍질·돌가루 섞은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고온에도 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편의점 도시락 용기

“테코플러스 친환경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어요. 플라스틱은 일상에서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소재입니다. 일단 원가가 싸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또 방수 기능이 있는 데다 가볍고 모양을 변형하기 쉬워요. 이 같은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만든 대체재입니다. 플라스틱에 돌가루·코코넛껍질 등 친환경 원료를 섞었습니다. 기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화석연료가 100이었다면 50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또 강도가 20% 높아져 기존 포장용기보다 더 얇게 만들었어요. 훨씬 자원을 아낄 수 있었던 셈이죠.”


유수연(41) 대표는 2016년 11월 친환경 플라스틱을 전문 생산하는 친환경 소재 개발 기업 테코플러스를 창업했다. 창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 주요 대기업이 고객사다. 테코플러스가 만든 포장 용기 제품은 일상에서 한번쯤 접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 CU의 도시락 포장용기·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용기·삼성전자 모바일 액세서리 포장재 등으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테코플러스에서 제작한 친환경 용기들. 왼쪽은 페스티벌이나 푸드트럭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테코볼파크' 제품. 유수연 테코플러스 대표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무역회사 다니던 직장인,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접한 뒤 창업 결심


“2015년 이전 직장인 두루무역 신사업부서에서 근무하던 중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접했어요.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죠. 친환경 플라스틱은 재생 가능한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을 말해요. 자연스럽게 썩거나 재생 가능한 원료를 사용하죠. 3~4개월 동안 친환경 플라스틱을 조사했습니다. 해외 관련 협회·통계자료·뉴스 등을 검색해 스터디했어요.”


유 대표가 친환경 플라스틱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에서 개발하지 않은 블루오션이기 때문이었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유 대표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2016년 말 회사를 차린 뒤 국내 플라스틱 제조 공장을 찾았다. 공장은 전국에 약 60개 있었다.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거나 응답이 없으면 무작정 찾아갔다. 첫 질문은 똑같았다. ‘친환경 플라스틱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면 왜 만들지 않나.’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친환경 플라스틱 산업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인 데다 사업성이 있다는 데 동감했다. 그러나 정작 만들어보자는 제안에는 고개를 저었다. 원가가 비싸다는 것이었다. 또 무엇이 친환경인지 기준이 애매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테코플러스가 제시한 친환경의 기준.


◇버려지는 돌가루·코코넛껍질 섞어 플라스틱 사용량 줄여

“친환경 소재 산업을 자세히 보면 현실적으로 기업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아요. 매스컴이나 언론에선 연일 ‘어느 나라 연구진이 미역으로 만든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벌레가 먹을 수 있는 플라스틱을 발명했다’ 등등의 뉴스를 전하죠.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면 대부분 가능성의 단초를 발견했다 정도입니다.


이 기술을 상용화해 실질적인 제품을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려요. 마치 인공지능(AI)이 미래 우리 직업을 모두 대체할 것이다라는 말과 똑같아요. 언젠가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당장 오늘과 내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요. 친환경 산업도 이같은 마케팅·괴담에 움직이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테코플러스가 받은 친환경 플라스틱 인증 마크(왼), 테코플러스 친환경 플라스틱에 사용하는 원료와 제조방법(오).


유 대표는 기존 플라스틱 원료에 돌가루·코코넛껍질 등 친환경 원료를 섞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제가 소재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창업 초기만 해도 시중에 나온 제품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5% 낮춘 게 전부였어요. 이 또한 환경을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단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 섞은 거였죠.”


“뒤집어 생각했을 때 ‘보충제 사용량을 늘리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2016년 11월 국내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와 협력해 제품을 만들었어요. 상용화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기까지 수십 차례 만들기를 반복했죠. 개발에 돌입한 지 9개월이 지난 2017년 여름에 샘플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조비용으로 5000만원 들었습니다. 따로 공장이나 연구소 없이 기존 플라스틱 제조 공장과 협력한 덕분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어요.”


◇삼성전자·아모레퍼시픽·CU 제품 포장하는 포장 용기 개발사


새로운 제품은 개발했지만 거래처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유 대표는 창업 초기 제조업계 사장님들이 제시했던 문제점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가 환경에 좋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걸 누구나 믿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죠. 먼저 과학적 검증 데이터를 제시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여러 공인기관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테코플러스는 미국 농무부의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인증, 독일 식품용품법의 식품용기 적용 적합성 인증, 유럽연합 유해물질 제한지침 인증,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 A 검출 여부 테스트를 거쳐 안전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테코플러스가 개발한 캠핑, 페스티벌 등 야외활동에 편리한 친환경 플라스틱 식품용기.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내 4개 투자사에서 5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옐로우독·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카이트창업가재단에 이어 작년 말 팁스(TIPS)프로그램에 최종적으로 뽑혔다. 팁스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을 민간이 주도해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벤처캐피털·기술 대기업 등으로 구성한 액셀러레이터와 정부로부터 최대 10억원까지 지원받는다.


“저희 제품은 이제 삼성전자의 모바일 액세서리 포장재,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포장 용기, CU의 도시락 포장재로 만날 수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배달업체와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 배달용기에서도 볼 수 있겠네요.”


◇최근엔 고온에도 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커피 뚜껑 개발 


최근 친환경 플라스틱 커피 컵 뚜껑 ‘테코리드’도 개발했다. 테코리드는 기존 용기와는 달리 130℃ 이하 온도에선 환경호르몬 같은 유해 물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유 대표는 말했다.

최근 제작한 친환경 플라스틱 컵뚜껑의 샘플.

유 대표는 “더 이상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선 친환경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친환경은 3R에 해당한다. 일회용품을 대체(Replacement)하거나, 디자인을 개선해 일회용품을 줄이거나(Redesign), 재활용품을 사용(Reuse)하는 경우다. 테코플러스는 여기에 3S를 더했다. 자원을 절약(Save Resource)하고, 소비자의 건강을 더욱 안전하게(Save Life), 또 지구 환경을 살린다(Save Earth)라는 의미다.


“작년 매출은 4억5000만원, 올해 상반기 매출은 4억원입니다. 아직 영업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곧 흑자를 낼 겁니다. 소재산업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자체적인 품질관리가 생명이죠. 앞으로 테코플러스는 누구에게나 신뢰를 줄 수 있는 친환경 소재 전문 기업으로 나아갈 겁니다.”


글 jobsN 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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