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도전 안 한다면서, 도전하니 기득권 반발과 규제로 좌절시키네요
풀러스 서영우 대표
기업가치 1조 기대됐던 차세대 유니콘
택시업계 반발로 ‘한국의 우버’ 좌절
혁신 여부는 사용자가 판단할 몫
‘풀러스(Poolus)’는 카풀(carpool)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탑승자가 모바일 앱으로 예약하면 근처 카풀 드라이버를 연결해준다. 2016년 5월 서비스를 본격 선보였다. 순식간에 100만명이 가입했다. 국내 카풀 앱 중 가장 많은 회원을 모았다. 설립 1년만에 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17년 야놀자·토스(비바리퍼블리카)·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에 이어 5번째로 많은 투자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우버’나 동남아의 ‘그랩’처럼 한국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대표하는 차세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이 될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3년 후 결과는 참담했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각종 규제로 위기를 맞은 풀러스는 2018년 6월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초기 창업자는 물러나고 서영우(40) 풀러스 대표가 현재 대표직을 맡고 있다. 풀러스 대주주인 이재웅 쏘카 대표의 제안으로 같은 해 8월 합류해 지금까지 기업을 이끌고 있다. 서영우 대표를 만나 그동안 국내에서 벌어졌던 카풀 논란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풀러스(카풀) 서비스의 핵심은 무엇인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사회적인 비효율과 낭비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며 성장해왔습니다. 비효율과 낭비를 없애면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는 걸 혁신이라 하죠. 시장에 이미 혁신이 시작되는 한 과거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요. 이동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강남역에서 판교를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로에 나와 손을 뻗어 빈 택시를 잡겠죠. 걸리는 시간은 5분~10분. 혹은 길가에 택시가 한 대도 없다면 더 오래 기다릴 수 있습니다. 반면 건물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빈 차량을 미리 잡아두면 어떨까요. 밖에 나와 바로 차를 타고 출발하겠죠.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 거리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괜찮죠. 승차거부도 없어요. 이 같은 편리성에 휴대폰으로 차량을 예약해 이동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겁니다.”
-패러다임 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모빌리티 기업 가치는 데이터 축적에 있습니다. 기존 택시업계의 방식대로라면 언제, 어디에 승객이 몰리는지 기사 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죠. 택시 기사들은 승객을 기다리면서 도로를 빈차 상태로 운행해야 할 겁니다. 기사가 피로도, 기름 낭비를 고려했을 때 비효율적입니다. 반면 풀러스 같은 ICT 기업은 어떤 고객이 어느 지역에, 언제 모이는지 등의 데이터를 축적해갈 수 있어요. 우버나 디디추잉, 그랩같은 전 세계 승차 공유 스타트업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모빌리티 비즈니스로 얻을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는 또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여러 규제와 반발에 막혀 영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토교통부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6년 국내 승용차 평균 탑승 인원은 1.22명이다. 10대 중 8대(82.5%)가 나 홀로 차량으로 운행한다. 일반 운전자의 하루 평균 주행시간은 2시간 정도. 전체 자가용 90% 이상은 움직이지 않고 주차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동차 시장 최대 수요층인 2·30대의 신차 구매율은 매년 줄고 있다. 젊은 세대 대다수는 차를 소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려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셈이다.
시장의 요구가 분명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이 갖춰지면서 세계적으로 우버나 그랩 같은 차량 공유 스타트업이 성장했다. 풀러스 등 국내 차량 공유 스타트업은 우버보다 5년 늦게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사업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마주한 두 가지 쟁점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다. 바로 택시업계 반발과 차량 공유 관련 규제다.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자, 택시업계 아니다”
전국에는 25만대 정도의 택시가 있다. 과거 개인택시 운전자들은 면허를 최소 7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의 돈을 주고 샀다. 이 면허증이 있어야 1인 자영업자처럼 승객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었다. 반면 카풀 운전자들은 플랫폼 기업들의 일정 조건을 통과하면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택시 기사의 관점에서 보면 카풀 운전자는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시장에 비용을 치르지 않고 들어온 무임승차자다. 택시 기사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대규모집회·분신자살 등 극렬한 반대를 벌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택시업계 반발로 경찰 수사까지 받았다고 들었다.
“택시사업자들은 택시 면허증의 가격이 하락한 원인을 ICT 사업자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가격은 시장이 결정합니다. ICT 사업자가 택시 면허증 가격을 조정할 수도 없는 데다 하고 싶지도 않아요. ICT 사업자의 경쟁자는 택시업계가 아닙니다. 정상적인 시장경제라면 택시 회사는 택시 회사끼리,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사업자끼리 경쟁할 겁니다. 온라인 쇼핑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 해서 오프라인 사업자가 길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진 않습니다. 기득권 사업자인 택시업계가 감정이 앞서면서 ICT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아버린 일이 풀러스에겐 치명적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동 수단의 혁신은 이미 전 세계적 흐름입니다. 소비자는 더 편리하고 값싼 서비스를 찾을 겁니다. 우리나라만 문을 걸어 잠근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죠.”
◇우버도 막아낸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풀러스가 마주한 또 다른 장벽은 규제였다.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 법 제81조1항이 논란이 됐다.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 운송에 사용하거나 임대 중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다만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다. 2017년 당시 풀러스는 운전자들에게 카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이같은 방침에 택시업계는 ‘24시간 카풀제’라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도 나서서 관련법 위반 여부를 2017년 11월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요청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7월17일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오전 7~9시, 오후 6~8시 출퇴근 시간에만 자가용 유상 카풀이 가능하다는 것, 차량 공유 업체도 택시면허 매입해야 한다는 등의 결론이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월 중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교통부의 개편안은 카풀 업체들이 제도권 안에서 사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줬습니다. 그러나 개편안의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기존 택시업계와 결합해야만 영업을 허용한다는 점입니다. 현실적으로 풀러스 등 소규모 스타트업은 기존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사업할 수 있을만한 자금력이 없어요. 우버 같은 글로벌 기업 혹은 국내 대기업이 정도나 가능할 겁니다. 국가의 교통 데이터는 국내 기업이 갖고 있어야 하는데, 외산 기업들에 시장을 송두리째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어요. 또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보다 다양한 스타트업이 여러 서비스로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에선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은 이미 많습니다. 부족한 건 젊은이들의 도전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킬 만한 의식이죠. 2017년 국내 투자사들은 한국 모빌리티 산업에 500억원을 투자했어요. 풀러스는 500억원 중 3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을 만큼 유망한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규제와 반발에 부딪혀 위기를 맞았어요. 이젠 국내 투자사들이 해외 모빌리티 기업에 1조5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자하고 있죠.”
“4차 산업혁명에서 모빌리티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입니다. 결국 전 세계 60억 인구가 모두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겁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혁신을 만드는지 아닌지는 여부는 고객이 판단할 겁니다. 풀러스가 공정한 시장경쟁을 통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랍니다.”
글 김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