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7살인 동아제약 ‘가그린’은 처음엔 인기 없었던 제품입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했던 1982년.
그 해 나온 가그린은 일반 서민에겐 그저 사치품이었습니다.
“칫솔질이나 잘해라”는 반응으로 발매 당시 연 매출 3억원 정도였죠.
그러나 1990년대 말 국민소득 1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치아 건강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2000년대 초반 동아제약이 내세운 ‘충치 원인균 99.9% 살균’이라는 메시지가 효과를 발휘해
2012년부터 구강청결제 1위에 올라서 연 매출 200억원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가그린처럼 출시 직후 ‘저걸 왜 사’ 하면서 썰렁한 반응이다가
시간 지나 ‘어머 이건 사야 해’ 하곤 품절 대란 일어난 제품, 또 있습니다.
귀에다 칫솔 꽂고 다녀야하나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담배처럼 생겼네
2016년 9월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처음 공개했을 때 대중의 반응입니다.
같은 해 12월 25일, 설문조사 참여자 73%가 “에어팟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스마트 기기 리뷰 사이트 GMS 아레나 자료·6034명 대상)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약 1년 후, 편리성과 휴대성을 인정받은 에어팟.
애플 측은 판매량을 정확히 밝히진 않았습니다만,
에어팟·애플워치 등을 포함한 ‘기타 제품’2018년 1분기 매출이 약 39억달러(약 4조2003억원)라 발표했죠.
전년도 같은 분기보다 38% 늘어난 수치입니다.
롯데가 만든 국민 껌 ‘자일리톨’은 1997년 출시 6개월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는데요,
당시 월평균 매출이 1억원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평균 껌 값(300원)보다 더 비싼 500원이라는 가격과
식품의 효능 광고를 금지하는 당시 국내법 때문에 자일리톨 기능을 설명할 수 없어 반응이 썰렁했습니다.
롯데제과는 포기하지 않고 2000년 재출시해 ‘핀란드에선 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는다’는 TV 광고를 만들어 크게 홍보했습니다. ‘휘바’라는 단어로 국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2002년 1800억원의 매출을 기록, 2018년 누적 매출 1조9000억원을 돌파한 ‘국민 껌’입니다.
참깨 반죽의 깔끔하고 고소한 맛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오리온의 고소미.
이 과자가 세상에 나온 해는 1982년입니다.
지금처럼 두께가 얇지 않아 건빵 같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죠.
오리온은 2002년 코코넛 성분을 추가하고 두께를 얇게 만들어 고소미를 다시 내놓습니다.
웰빙 유행이 불던 때라 비교적 낮은 칼로리의 고소미는 인기 반열에 올라섭니다.
오리온은 2005년 고소미를 3년만에 대박 상품으로 일군 직원 22명에게
2억원 상당의 주식 704주를 포상금으로 주기도 했습니다.
국내 제품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유독 뒤늦게 재미를 본 공기로 튀김을 만드는 가전기기 ‘에어프라이어’.
2011년 네덜란드 회사 필립스가 만들어 전 세계 100개국 진출한 제품입니다.
한국 출시 당시 가격이 비싼 데다 튀김요리에만 사용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사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2017년 판매량은 약 8만 대(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 자료)정도였죠.
그러나 1인 가구 증가로 간편식품 수요가 늘어나고 튀김이 아닌 삼겹살·생선 등
굽는 용도로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해도 좋다는 입소문이 돌았죠.
대형 유통업체들이 저렴한 제품을 판매한 것도 에어프라이어 매출 증가에 한몫했습니다. 2018년 에어프라이 판매량은 약 30만 대(유로모니터 자료)로 2017년 대비 505% 증가했습니다.
뒤늦게 잘 팔린 ‘대기만성’ 제품의 공통점. 결코 포기하거나 단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으로 시도한다면 언젠가 돌파구를 찾아 멋진 성공을 일궈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글 jobsN 김지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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