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를 도망가게 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오래 사귀었대도,
상대가 아무리 너그럽고 부처 같은 성격이라 해도,
여자의 씀씀이가 헤프면 남자는 반드시 떠나게 돼 있다.
헤어지고 싶은 남자가 있다면, 경제관념 없이 돈을 펑펑 쓰는 모습을 보여주길. 보나마나 며칠 안 가 나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남자가 당신 곁에 붙어있다면 분명 사기꾼이거나 똑같이 경제관념이라곤 1도 없는 남자이므로 당신이 걷어차길 바란다.
지인 중 변호사인 분이 계시다.
여자친구와 10년을 사귀었고, 오랜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했다. 하지만 신혼기간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갈라섰다.
이유는 여성의 소비습관이었다.
남자 쪽은 법무관을 마친 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개업했다. 영업능력이 꽤 있고 고객관리를 잘 해서 신입 변호사 치고 수입을 괜찮게 벌었다.
하지만 돈 잘버는 변호사라 해봤자 자기 시간을 태워 돈 버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평일 내내 밤 열두시 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고,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출근을 했을 정도로 일을 많이 했다.
그렇게 번 돈을 몽땅 당시 와이프에게 맡겼다. 와이프는 최대 월 1000만원 이상 소비한 적도 있다고 했다.
아이가 생기기 전의 2인 가구였다. 평균적으로 500만원의 소비를 했단다.
여성분 직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결혼 전 웹디자이너를 일을 했다. 그러다 몇번의 쇼핑몰을 창업했고, 여러번 말아먹었다. 결혼 후 가정주부로 지냈지만 딱히 집에서 요리를 한다거나 살림을 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게, 지인 변호사분은 매일같이 야근하고 잠만 자기 위해 집에 돌아왔기 때문에 아침, 점심, 저녁 등 식사를 기본적으로 집에서 안먹는 날이 대다수였다.
집에는 매일같이 정체 모를 택배상자가 가득 쌓여있었고, 매달 어디서 썼는지 모를 각종 고급 레스토랑 식비와 백화점 명품 쇼핑 카드 영수증이 날아왔다.
고부갈등도 심각했어서, 시어머니 앞에서 비속어를 날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인이 결정적으로 이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였다.)
두 사람은 서둘러 이혼했다. 남자분은 현재 승무원 출신 아내분과 재혼해 아기 낳고 잘 산다.
처음 이 사연을 듣고 어떻게 10년이나 사귀었는데 여자친구의 소비습관을 모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지인이 상남자 스타일에 워낙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타입이다. 자기 여자친구 카드 내역을 일일이 들여다보거나 여자의 소비습관을 따지는게 쪼잔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패착이었다. 사람을 너무 믿은게 잘못이었다.)
그는 의리파다. 10년이라는 긴 연애 기간이 헤어지는데 발목을 잡았던 듯 싶다.
본인이 금수저 집안이 아니라면, 미혼 여성들에게 명품 두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좋은 남자 사귀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남자를 안사귈거면, 본인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자본을 모으는데 자살골 넣는 행위다.
솔직히 나도 명품 좋아한다.
하지만 난 전략적으로 굴었다.
결혼 전 나는 단 한번도 남편 앞에서 명품을 내 돈 주고 산다거나, 명품 브랜드들을 훤히 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샤넬 로고를 보고 "음...저게 구찌인가?" 하면서 오리발을 내밀었고, 어쩌다 백화점 데이트를 하면 "우와 비싸다. 이걸 어떻게 사?" 하면서 소심한 척 했다.
본 게임은 결혼 후다.
결혼 후, 야금야금 모아 나가는거다. 물론 형편 봐가면서. 눈치껏 해야 한다. 안그럼 살림 거덜난다. 여자 씀씀이 때문에 파산하는 가문도 많다. 돈 많이 쓰면 앞에 말했던 사례처럼 이혼한다.
나의 시댁은 솔직히 잘 산다. 하지만 결혼해 시댁 어르신들 생활하는거 보니 너무 검소해서 깜짝 놀랐다. 시댁 재산의 100분의 1 정도 되는 우리 부모님보다 훨씬 더 아끼고, 더 벌벌 떨면서 소비한다.
두 집안의 대비를 통해 시댁 어르신들처럼 살아야만 돈을 모은다는 것도 배웠다. 정확히는 우리 어머님 처럼 살아야 한다. 아버님께서 그토록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머님의 극도로 짠순이적 소비습관 덕분이었다 생각한다.
흔히들 나이 들면 편하게 돈 쓰며 살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님은 지금도 아끼고 아끼며 사신다. "시장에서 무 사면 1000원 더 아낄 수 있는데 쿠팡에서 사면 비싸다" 하시면서. 아무리 봐도 그 돈 아낀다고 달라질 건 전혀 없는 것 같은데.
남편도 비슷하다. 남편은 평생 부족함 없이 자랐다. 중·고등학교 땐 기사 딸린 외제차 타고 등하교 했다고 한다. 난 그런거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있는 얘긴 줄 알았다.
그의 소비라곤 1년에 유니클로에서 2번 정도 옷 사는게 전부다. 식비 아끼려고 회사 사내식당에서 밥 먹고, 기름값 아끼려고 자전거 타거나 걸어다닌다. 차도 그냥 굴러다니기만 하면 뭘 타도 상관 없다고 한다. 허세라곤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도 허영심을 완벽히 고치진 못했다. 원래는 안그랬는데 그놈의 미인대회가 다 망쳐놨다. 기본적으로 돈 많은 부잣집 딸내미들이 아빠돈 펑펑 써가면서 출전하는 대회라서, 거기서 약간 사람이 버려진 듯 하다. (그래서 만약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이 미인대회 출신과 결혼한다 그러면 온 힘을 다해 뜯어 말릴 생각이다.)
나의 허세병은 고쳐나가는 중이다. 꼭 갖고 싶은 건 왠만해서 내가 벌어서, 내 돈 주고 산다. 그래서 내가 죽자사자 일하는거다. 남편이 자기 돈으론 절대 허튼 곳에 돈 못쓰게 해서. 늘 툴툴대지만 솔직히 결혼은 잘 한것 같다. (재수없겠지만 독자분들도 결혼 잘 한 사람의 연애 조언 듣는 게 낫지 않나. 망한 사람 조언 듣느니.)
스스로 벌어보면 안다. 돈 버는게 얼마나 뼈 빠지는 일인지. 벌벌 떤다. 구매한 다음날이면 포장을 풀지도 못하고 환불하고 취소하고 싶다. 돈 벌어서 투자하고, 투자해서 불려나가는 경험이 쌓이면, 돈 함부로 못 쓴다. 지금 당장 돈 쓰면 100만원 날아가지만 투자로 돌리면 100만원이 1000만원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재주 없다 해도 일단 적금 부어라. 지금 100만원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사람 일은 모르니까. 그렇게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가 왔을 때 성공할 수 있는거다.
오늘은 짧게 써야지 했는데 결국 말이 길어졌다.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있다면, 돈을 아끼고 소비습관 제대로 잡힌 모습을 보여줘라.
결혼 진행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없다면, 돈을 아끼고 소비습관을 제대로 잡아라.
여자 혼자 살 때 돈만큼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존재도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4m48GqaOz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