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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Nov 24. 2024

기득권들은 앞으로 좀 힘들 것 같은데

영화 매트릭스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There is no spoon."


진실을 찾으러 떠난 네오가 아이(승려)한테 숟가락 구부리는 비법을 전수받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스푼은 없다고. 단지 우리 뇌가 그렇게 받아들이는 신호일 뿐이고, 물리적 법칙조차 믿음과 인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마디로, 이 세계의 규칙은 우리의 사고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변한다.


인류가 '돈'이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는 '거래수단'이다.

이 또한 반드시 변한다. 변해왔고, 변하는 중이다.


1. 물물교환

초기 인류는 물물교환을 했다. 쌀을 가진 자가 생선을 가진 자를 만나 서로 바꿔먹었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1. 쌍방요구 불일치 문제 :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내가 제공한 물건을 원해야 한다. 

2. 가치 측정의 어려움 : 쌀 한 포대와 생선 한 마리의 가치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3. 보관과 이동의 어려움 : 거래 한번 할 때마다 생선 한 마리와 쌀 한 포대를 이고 지고 가야 하는 건 여간 고생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거래가 체결될 때까지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는 큰 문제였다. 


인류는 한계가 명확한 문제 앞에서 언제나 한단계 진화를 이뤄낸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대체 화폐를 발명한다.


2. 대체 화폐의 등장

물물교환이 비효율적이라는 걸 깨닫게 된 인류는 조개껍데기, 소금, 금속, 동물 가죽 등으로 물건을 교환했다. 조개껍데기가 특별히 그 자체로 국을 끓여먹는다거나 아름다운 장식품이 된다는 '가치'를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화폐로서의 기능을 했다. 어쨌거나 기존 방식보단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고, 내구성이 강한데다 희소성이 있고, 운반이 비교적 쉬웠기 때문이다. 대체 화폐는 특정 지역과 문화에서 통용되었고 보편적인 가치를 갖는 물건들로 구성됐다.


3. 금속 화폐의 발전

그러다 금속화폐의 발전이 이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금, 은, 구리와 같은 귀금속이 화폐로 사용됐다. 금속은 내구성이 좋은데다 희소하고, 나누기 쉽다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주화가 등장하는데, 귀금속을 일정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어 신뢰성과 편의성을 훨씬 높인다. 기원전 7세기 경 리디어(현 터키 지역)에 처음 주화가 나타난다.



4. 지폐의 등장

그리고 드디어 지폐가 등장한다. 금속 화폐는 운반이 무겁고 대량 거래에 불편하다는 한계를 발견한다. 이에 지폐가 등장한다. 중국 송나라에서는 세계 최초로 정부가 발행한 지폐인 교자가 등장했다. 지폐는 금, 은과 같은 실물 자산에 기반한 가치로 발행됐으며, 거래가 훨씬 편리해졌다.


5. 신용과 은행 시스템

이후 신용과 은행 시스템이라는게 등장한다. 지폐가 널리 쓰이면서 은행이 발달한다. 은행은 금속 화폐나 지폐를 보관하고 대출 및 신용 거래를 중개했다. 이후 본위제를 채택하면서 지폐의 신뢰성을 강화했다. 20세기 중반에 들어 본위제는 사라지고, '법정 화폐'라는 것이 자리 잡았다.


6. 전자화폐와 디지털 경제

20세기 후반에는 신용카드, 전자화폐, 온라인 뱅킹과 같은 비현금 거래 방식이 보편화됐다. 21세기 들어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화폐 거래 시스템이 도입됐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중앙 정부나 은행의 개입 없이 가치 교환이 가능하도록 설계 됐다고 알려져 있다.


7. 앞으로

인류의 모든 거래는 더욱더 디지털화되고 있다. 천원짜리 지폐를 마지막으로 만져본 게 언제인지 가늠조차 안된다.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인공지능 기반 거래 플랫폼이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CBDC라는 정부 주도 디지털 화폐가 등장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서울시 온누리 상품권 같은 건가 싶다. 흐름에 거스르려는 행위란 뜻이다. 암호화폐 자체가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설계된 것인데, 그걸 중앙에서 만들겠다는게, 앞뒤가 안맞는 일이다. 세금 걷으려는 수단이다.




화폐의 역사를 주르륵 정리한 이유는, 작년과 올해 중순, 비트코인을 대량 매집하여 포트폴리오를 꾸린 근거이기도 하다. 다른 코인은 공부할 여력이 안되어 구매하지 않았고, 오로지 비트만 샀다. 비트코인은 한 3년 전부터 계속 공부를 했다. 국내 번역이 안된 미국 유튜브를 찾아서 봤고, 팔로우 하고 있는 미국의 코인 전문 유튜버들과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한 10명 정도 된다. 


그러니까, 나는 철저히 공부를 했고, 나름의 심사 기준을 거쳐서 선택한 행동이라는 뜻이다. 그 과정이 없다면 비트코인을 사면 안된다. 떨어지면 멘탈이 나갈 것이고 나를 원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는 절대 그런 식이어선 안된다. 내가 투자 관련한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 않는 것 또한 이 이유에 해당한다. 나는 단지 인류의 역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 왔는지를 보면서 앞으로의 세상을 그려보려고 노력할 뿐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금융 시스템, 그러니까 지폐를 비롯한 신용카드나 온라인 뱅킹과 같은 현금과 비현금 거래 방식은 모두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앙 정부나 은행의 개입 없이는 가치 교환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사람들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앙 정부나 은행의 통제와 개입을 받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오늘날처럼 초연결사회가 아니었다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방법밖엔 없으니까. 하지만 이젠 다르다. 만약 부패한 정부나 은행이 내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내가 내 돈을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는데 왜 수수료를 떼지?


사실 외환 송금 수수료를 절감할 있다는 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코인을 선택하고 있다. 내가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란 무역하는 장사꾼들이다. 과거 인류의 화폐를 가장 앞단에 서서 바꿔낸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이나라 저나라 옮겨다니면서 무역하는 장사꾼이었고, 당연히 현재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아래 기사를 읽어보시길 바란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00701481


기사에 주목할 점은 '일반적으로 기업 간 무역 거래를 체결하면 수입업체는 현지 통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수출업체는 달러를 현지 통화로 환전한다. 이때 환전 수수료가 발생한다. 은행/중개업체 등에도 마진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문구다. 송금 역시 까다롭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개인들이 모두 연결되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 사회에선, 중개업체의 존재가 딱히 필요하지 않다. 전세사기 범죄가 쏟아지자, 공인중개사들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쏟아내는 의견이 많았다. 전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신뢰성 있는 기관이라는 은행도 마찬가지다. 이젠 과거 권위 있다는 은행도, '대체 뭘 믿고?'라는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각자도생의 시대가 된 셈이다. 


각자도생이란 말은, 심하게 말하면 이제 정부도, 국가도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인류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정부효율화 부서를 통해 정부의 역할을 대폭 축소할 것을 예고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효율화로, 인간이 개입하는 영역을 확 줄일거라는 얘기다. 


국가의 권한이 작아지는데,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가 세질 이유가 없다. 물론 이런 선택을 한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번영하면서 달러는 계속 부강하겠지만, 그밖의 나라들 - 시장의 흐름에 반대하거나 거스르려는 국가들 - 은 멸망에 가까운 길을 걷게 된다. 미국도 생존하려고 그렇게 하는거다. 국가 지도자들이 시장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아는 똑똑한 사람들이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는 인류는 단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미래를 향해 매일 내딛고 있다. 자본주의는 위기를 겪은 적은 있으나 한번도 완전히 멸망한 적은 없다. 이것이 기본 팩트다. 대공황, 오일쇼크, 2008 금융위기, 불평등과 기후 위기 등의 여러가지 한계와 문제에 봉착한 적은 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변화를 하고 조정을 하면서 유지됐다. 


화폐는 인류의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발전해왔다. 세계적으로 초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는 인류가 오늘날 느끼는 대표적인 불편함은 '국가'라는 한계다. 세금 많이 징수하는 나라에 태어났으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계속 세금만 뜯겨야 하는거다. 이상한 공무원들이 통치하는 나라에 있으면, 인생을 억울하게 살다 세상 떠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농담같은 말로 '인공지능 판사', '인공지능 대통령'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들 한다. 그런 세상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 올지도 모른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한계는 너무 명확하고, (권력을 잡은 자는 부패하고, 언젠간 죽는다는 점) 모든 인간은 한계를 넘은 적이 없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화폐가, 지금과 동일할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점점 세금을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세금을 낸다 해도, 이렇게까지 많이 낼 필요는 없다. 차라리 세금 덜 내고 정부 규제나 통제 없이 알아서 하겠다는 사람들 계속 많아진다면 정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어떤 시점의 미래 세상은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이런 국가의 경계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다 왔다갔다하며 섞여 사는거다. 그땐 언어의 한계도 물론 극복 가능할거라 본다. 자동으로 진행되는 인공지능 통역이나 뉴럴링크를 통해서? SF적 시나리오지만 뭐. 그땐 뭘로 초콜릿 사먹을지 아주아주 궁금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U7YPyQ9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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