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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Nov 23. 2016

드라마를 능가하는 현실

작금의 현실에 장르와 구성, 캐릭터에 대한 고찰

드라마를 시청하는 욕구는 단순하다.

시청자들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고 공감하면서 지친 현실에 위로를 받는다. 여자주인공을 바라보는 남자주인공의 눈빛에 마음이 뒤흔들리고 마치 그곳에 내가 서 있는 것 마냥 가슴이 두근대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의 서사는 신데렐라 구조를 띄고 있지만 사실 대박 난 로맨스 드라마의 진정한 수혜자는 바로 남자 주인공이다. 일례로 가장 최근의 남자 신데렐라는 박보검이었다. 현실에선 호빠 출신의 운동선수가 사모님을 만나면 가방 브랜드 사장이 되기도 한다.


멜로 드라마는 여자의 로망 그 자체다. 그래서 드라마 속 남자들이 백화점에 그녀를 끌고 가서 명품 드레스 백 구두 등등을 거칠게 사주는 장면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왜냐면 여자들의 로망이니까! 액션 히어로물에서 C컵의 지적인 여자가 타이트한 옷을 입고 히어로를 위로하는 장면이 필수적인 것과 같은 공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는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고 풀어나가고자 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한 나라의 대통령도 6년 전 드라마 속 여자주인공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겠는가.


교육원에서는 드라마 이론 수업이 한참이다. 로맨스, 미스터리, 판타지, 학원물, 시대극, 스포츠...각 장르들을 열강하시는 강사님을 보며 한가지 드는 의문. “에로물은 어디있나요?” 라고 묻고 싶었다. 강의를 마무리하시며 “질문 있습니까?” 묻는 강사님께 정말 물었어야 했다. 에로물에 대한 언급을 왜 하지 않으셨는지. 장차 그 분야에서 촉망받는 기대주(?)가 바로 여기 이 자리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너무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고, 40명이 꽉 찬 평균연령 35세의 이 학구적인 방에 음란함을 더할 객기는 없었다. 말없이 <여자를 위한 연근차>를 마시는 걸로 음기를 충전하기로 했다.


임문김(임성한-문영남-김순옥) 막장3인방의 창조성을 능가하는 괴작이 펼쳐지고 있는 최근기사를 보니 어제 근질거렸던 질문이 괜한 변태적 호기심에서 나온게 아니었구나 안도하게 됐다. 역시 드라마 장르엔 에로가 포함돼야 한다. 비아그라와 팔팔정 축제를 벌인 국가 최고 기관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물론 드라마는 현실을 결코 능가할 순 없지만 시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분명 현직 대통령의 취향저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편찬을 강행할 게 아니라 발기부전제를 이용한 성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인력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안남은 임기 기간 동안 ‘지하경제 활성화’라는 공약을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수행한다 생각하고 추진해달라. 발기부전제가 탈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연구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컨텐츠 전문 제작가 차모씨가 담당하면 적절하다. 직접 경험해 봤으니 누구보다 잘 알 것 아닌가.


작가지망생에게는 작금의 사태가 나쁘지 않다. 이 모든 게 영감이자 글감이다. 다만 시도때도 없이 이민가는 방법을 검색해본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오늘도 목욕탕의 할머니들은 찰싹찰싹 로션을 바르며 우리의 여성 대통령의 안위를 걱정하신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5프로의 존재들이다. 대선때도 그녀들의 결집은 51.6%라는 득표율을 탄생시켰다. 선거 결과가 밝혀진 당일, SNS는 들끓었고, 결과에 승복하라며 지켜보자 라는 의견도 대다수였다. 지켜보기만 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 세월호가 그랬고, 메르스 사태와 정경유착과 검찰비리 등 모든 일들이 연쇄적으로 국가를 좀먹게 하는데도 모두가 지켜볼 뿐이었다.


모든 이야기에는 원칙이 있다. 권선징악이라는 룰이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선 선한 의도였을 뿐이었다는 국가원수의 말답게 권선징악이란 권력이 선이고, 악은 가라앉는다 (가라앉을 징) 로 풀이된다. 우리는 언제쯤 악이 처단되는 모습을 보게 될까. 채널을 돌릴 수만 있다면. 보기싫음 안보면 그만일 수만 있다면. 네덜란드가 한국 청년들에게 호의적인 이민 정책을 펼친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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