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동안 3억원의 보석들과 함께
6일동안 명품 주얼리쇼를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비싼 보석들을 볼 수 있었다.
손목에 찬 팔찌만 해도 1~2억원.
귀걸이를 끼는 첫날. 보석에 손때라도 묻을까 조심스러웠다.
함께 쇼를 진행했던 나탈리는 13년간 주얼리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해온 장인.
보석 디자인의 영감을 받은 계기, 디자인의 의미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2015년부터 패션계에는 선인장이라는 식물이 화두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선인장은 왠지 예쁘기만한 꽃보다 시크하고 평범한 식물보다 세련된 이미지다.
이번 까르티에 보석 디자인도 사막에 피어난 꽃, 선인장을 모티브로 만든 쥬얼리였다.
나탈리는 수분이 90퍼센트로 채워진 선인장의 싱그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보석의 거친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수차례의 세공을 거쳤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온 샤이한 디자이너를 관찰하는 것도 큰 기쁨이었지만
스타일링 클래스에 참석한 관객들을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커플이었는데
한분이 보석을 차며 "어머 예쁘다" 감탄하니까
바로 상대방은 지갑을 꺼내들어 "얼만데. 다 사" 라고 했던 모습.
(박수)
개츠비가 따로 없었다.
모델일은 물건을 갖지 않고도 최고의 모습으로 사진을 남기고
사람들에게 물건의 좋은점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멋진 것 같다.
비판적으로 보면 속빈 강정일수도 있겠고
쥐뿔도 없는 허세질일 수도 있겠지만
내것이 아닌 물건도 내것처럼 즐길 수 있다는게 어쩐지 재밌다.
갖는다는건 어쩔수없이 부담스러우니까.
쇼가 끝났다.
귀걸이를 풀고, 목걸이를 내려놓고, 팔찌를 끄른뒤, 반지를 뺐다.
길가에 있는 아무 강아지라도 실컷 껴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 발가락 냄새를 맡으면서 따뜻하게 쿵쿵 뛰고 있는 심장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싶었다.
행사가 있는 일주일 내내 장마처럼 비가 하루종일 내렸다.
버스를 타기 위해 5000원짜리 우산을 쓰고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걸었다.
스무살, 처음 모델을 하기 위해 압구정 거리를 헤집고다니던 모습이 떠올랐다.
가방에는 기본으로 하이힐 2개, 갈아입을 오디션복, 빗과 메이크업도구까지 하면
백팩이 가득 채워져 터져나왔다.
그때의 나는 정말 배고픈 표정을 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누구를 만나야하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하는지
어쩔줄 몰라하면서 그렇게 거리를 쏘다녔다.
사람들 앞에 선다는게 어떤 의미인줄도 모르고 함부로 발을 내딛고 당연히 쉽게 상처받았다.
굳게 닫힌 문 앞을 두드리다 지쳐, 노려보고, 간청하고, 몸을 부딪혀댔던 스무살.
프로의 의미는 그걸 통해 먹고 사는게 가능하다는 뜻이랬다.
재능도 끼도 쥐뿔도 없던 내가 프로가 됐다.
일을 할수록 무소유 정신에 가까워진다.
식욕은 거세해야만하고, 소유욕도 자연스럽게 옅어진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것은
...
단촐한 창작욕만이 영원히 머물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