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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슬리 보홀 Jul 19. 2017

<보홀 라이프> 누구나 그런 날이 있다며

바다는 담담한 어조로 말하죠. '너대로 괜찮다.'라고.

이제 보홀도 제법 쌀쌀하네요.
요즘 데일리룩은 긴팔+반바지 !
그래서 움직이기가 더 귀찮아요.

인스타 팔로워 한 분이 한국 날씨를 설명하시기를
햇빛은 캘리포니아인데 날씨는 개마고원이라고...

막바지 추위에 몸이 찌뿌듯한 분들은
저희 다죽이 사진 보며
힘을 내세요 !




오빠랑 자주 가는 쥬세페.
이것저것 다 먹어봤지만
역시 보홀에서 이탈리아 음식이라면
쥬세페 만한 곳이 없죠.

요즘은 시들해져서
새로운 맛집 탐방을 하고 있어요.




이곳은 팡라오섬에 사왕 시장이에요.

타그빌라란 시내는 거리가 멀어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해요.
그래서 보통은 이곳에서 장을 보죠.

생각보다 기본적인 재료들은 두루 갖추고 있어
먹고사는 문제에는 지장은 없지만.

한식을 다양하게 하고 싶은데
부족한 재료가 종종 있어 
늘 비슷한 재료만 사 오는 곳.




싸고 맛있는 과일이 많지만
과일보단 육식을 더-욱 좋아하는 나는
늘 스윽 지나쳐 가는 코너 : )




작고 아담한 시장이라서 갈 때마다
정겨움을 느껴요.

주인 이모님과 친해져서
이제 하와유 ! 하고 안부 묻는
사이가 됐네요.

가끔 아주 가-끔
깎아주시기도 하고요.
(요런 재미가 있죠.)




시장과 우리 집은 10분 정도 거리가 있어
나름 드라이브하는 기분도 내보고.

중간에 한눈팔며 사진 찍기.

언젠가는 저 노란색 트라이시클을
귀엽게 그려볼 거예요.




보홀에서 뜬금없는 학센.

알로나 비치에 <비어 가르텐>이라는 식당에서
토요일마다 선보이는 스페셜 메뉴예요.

괜히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독일의 학센과는 무관한 듯한
이름만 학센인...
지나치게 짠 듯싶다가도 어느새
손이 가요 손이 가 (맥주를 홀짝홀짝)

보통은 바비큐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드래프트 비어가 있기에 덥고 갈증이 나는 날엔
한 번씩 들리는 비어 가르텐. (바비큐는 맛있어요)




어느 좋은 날, 리바옹 비치.

제가 사는 곳의 다나오 비치와는
거리가 조금 먼 비치예요.

샌드가 길어 더욱 하얗고
반짝반짝 빛나죠.




누구나 잘 따르던 리바옹 냥이

늦은 오후에 가서 그런 지
이렇게 눈부신 풍경은 1시간도 채
즐기지 못했어요.




다음엔 돗자리와 와인을 들고
해질녘에 오기로.
아쉬우니, 마음 도장 쾅쾅 !




리나우 가는 길에 만난 칠면조 가족.

멀리서 보았을 땐 검정 비닐봉지가 움직이네? 했는데
오토바이를 세우고 가까이서 보니 칠면조인 거예요.
너무 신기해서 몇 번을 찍었는지.

이곳 보홀에서는 동물이 도로의 주인이네요 : )

염소, 고양이, 개, 칠면조, 소, 닭 등등...
많은 동물들이 빛 좋은 날
산책을 하거나 낮잠을 자죠.
도로에서 말이에요.

간혹 운전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풍경입니다.




다나오 비치에 사는 꼬마들.
리나우에서 커피 한잔하며 그림 그리다
합류한 친구들이에요.

펜과 종이가 낯선 이 친구들은
제가 가진 노트와 펜을 빌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림을 그렸죠.




한참이 지나고 나서 완성된 그림.

저는 막상 낙서라도 하려고 하면
생각이 많아져 펜을 쉽게 들 수 없는데.
이 꼬마들은 생각이 스치기도 전에 쓱싹쓱싹.

웃고 떠들며 즐거운 미술시간이 되었죠.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시간이었어요.




어느덧 뉘엿뉘엿 해는 지고.

해질녘 안온한 풍경을 이불 삼아
조각 잠을 자는 리나우 마스코트들.

내 마음도 포근해지는 시간.




마음이 공허할 때 혼자 찾는 돌조 비치
울적한 마음을 풀 곳이 없으면 전 이곳으로 와요.

언제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곳은
풍경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줘요.

바다는 담담한 어조로 말하죠.
'너대로 괜찮다.'라고.

아무도 네 마음 알아주지 않아도
한 번씩 외로워도 괜찮다고.
누구나 그런 날은 있다며.




세상에 나밖에 없는 듯한 돌조 비치에서

나무의 조용한 숨소리를 듣고
폭신한 모래를 밟으며

헝클어진 마음을
가지런하게 다잡고 말해요.

"괜찮아, 이대로도 괜찮아 !"




오빠가 새로운 선셋 스팟을 알려주겠다며
쉬는 날 데려가 준 사왕 선착장.

무른 저녁.
 한참 동안 노을의 지는 풍경을
기다리다 고요에 잠겼죠.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는 바다와
노을이 주는 소멸의 풍경은
마음속에 긴 그림자를 남겨요.

얼마나 쏟아내고 비워내야
그림자가 긴 사람이 될까요.





바다와 노을같이 긴 여운을 주는
사람이 된다는 건
얼마나의 노력이 필요한 걸까요.




내 마음과 몸이 괴로운 까닭도
나로부터, 나로 인해 생기는 무게인데
스스로 치유하지 못한 이유로
지난 한 주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마음을 정리하는 연습을 했죠.




격렬하게 차오르는 말들을 쉽게 뱉지 않고
싫증 난 모든 것들을 썼다 지우고
단단한 마음으로 하루를 돌아보면서.

그렇게 조금씩 비워나갔네요.
(어려운 일이었어요.)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는데.

마음이 복잡할 때도 글을 쓰고 싶은 걸 보면
시작하기 잘 했다 싶어요.

글을 채우고 비워내는 과정에서
내면의 소리에 더욱 집중하게 되니까요.




저는 그저 생각의 조각을 줍는 사람입니다.

사소한 경험, 사유하고 꿈꾸는 것들을

되새기고 이야기하길 즐기죠.

너그러운 마음으로 교감해주세요.
긴 그림자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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