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놓아주며
상하이는 여전히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였다. 빌딩은 더 높아졌고, 거리는 더 환해졌고, 사람들은 여전히 어디론가 바쁘게 걸었다. 하지만 내 기억 속 상하이는 언제나 조금 흐린 햇빛 아래, 그녀의 향기와 눈동자, 그리고 외로움으로 남아 있었다.
그녀를 다시 본 날, 그 카페를 나와 천천히 걷다가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유리창 너머로 그녀가 웃고 있었다. 그 미소는 한때 나만을 향했던 것이었고, 지금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의미로 존재하고 있었다.
질투하지 않았다. 아니, 질투할 여유조차 없을 만큼, 이미 오래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음 어딘가에 조용한 통증이 스쳤다. 한때 세상의 전부였던 사람이,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는 사실.
시간이 우리를 갈라놓은 건 아니었다.
우리 자신이, 서로를 붙잡고 있는 동안 점점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때때로 벗어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서울로 돌아온 이후, 나는 다시 일상 속에 잠식되었고, 수많은 얼굴들 속에서 그녀를 잊어갔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를 기억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바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고요한 저녁의 재즈 선율을 들을 때면, 상하이의 작은 골목과 와인잔 너머로 웃던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되뇐다.
"잘 지내, 샤샤. 너와의 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