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2년이 지난 겨울, 나는 장기 출장으로 다시 상하이에 가게 되었다.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떠날 때와 돌아올 때, 같은 장소지만 의미는 전혀 달랐다.
비행기가 홍차오 공항에 내리던 날,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을까?
상하이는 변함없이 화려했다. 휘황찬란한 네온,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익숙한 지하철 방송 소리, 거리의 향신료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그림자가 배어 있던 모든 장소.
출장 업무는 바빴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혼자 걷고, 예전의 골목들을 다시 찾았다.
그날, 나는 우리 둘이 자주 가던 작은 재즈 카페를 찾았다. 따뜻한 조명, 나무 테이블, 그리고 늘 틀어놓던 마일스 데이비스의 잔잔한 트럼펫 소리.
문을 열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있었다.
창가에 앉아, 한 남자와 마주 앉아 있었다. 짙은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검은 생머리를 반묶음으로 정리한 모습.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아주 편안한 얼굴이었다. 그 남자와 대화를 나누며, 때때로 그의 손을 가볍게 잡기도 했다.
예전의 나와 있을 때와는 다른 표정이었다. 조금은 덜 아프고, 더 따뜻한 눈빛.
나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나를 보지 못했다. 아니, 나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카페를 나왔다.
거리로 나오자 겨울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천천히 걸었다.
마음 어딘가가 쓰라렸다.
하지만 묘하게도 평온했다.
그녀가 괜찮다는 걸, 잘 살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나는 안도했다.
아마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렇게 완성되는지도 모른다. 함께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상하이의 겨울 하늘은 서울보다 조금 더 탁했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맑아 보였다.
“잘 지내, 샤샤.
그리고… 정말 고마웠어.
더 이상 너와 함께하진 못하지만,
너와 보낸 시간은 내게 가장 정열적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