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 아무 말도 없던 겨울

잊혀진 나

by 역마자

한국으로 돌아온 날,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나는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마스크를 벗자마자 낯선 공기가 코끝을 스쳤고, 택시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 도시가 무표정하게 다가왔다.


집에 돌아와 캐리어를 풀며, 나는 습관처럼 주방에서 두 잔의 머그컵을 꺼냈다. 문득 웃음이 났다. 이젠 나 혼잔데. 그녀는 없다.


며칠 후, 그녀에게서 짧은 메시지가 왔다.

“도착했어요?”

“응. 잘 도착했어.”


그게 마지막이었다.


처음엔 나도 자주 메시지를 보냈다. “잘 지내?”, “오늘은 뭐 했어?”, “아침에 생각났어.”

하지만 답장은 점점 늦어졌고, 단답형이 되었고, 어느 순간 이후로 아예 오지 않았다.

나는 몇 번이고 문자를 썼다가 지웠다.


'지금 뭐해?'

'혹시 아픈 건 아니지?'

'나, 요즘 좀 힘들어.'


그러다 문득, 이 모든 게 나만의 몽상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나를 떠나보내기로 했고, 나는 떠나왔고. 우리는 이미 선택을 끝냈다.


바쁜 일상이 시작됐다. 복귀 후 맡게 된 프로젝트는 까다롭고 예민했다. 회의는 매일 이어졌고, 야근은 습관처럼 반복됐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샤워만 하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그녀의 존재는 점점 흐릿해졌다. 기억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덮이는 것이라는 말을 그제야 이해했다.


샤샤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내 안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더 이상 나를 휘어잡지 않았다.

나는 내 삶을 살기 시작했다.

새로운 동료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취미를 찾고, 주말이면 한강을 걷기도 했다.


그녀는 점점, 더 멀어졌다.

그러나 아주 사라지지는 않았다.

어떤 노래, 어떤 향기, 어떤 영화 속 한 장면이 문득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창밖을 오래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잘 지내고 있지?


이전 18화Chapter 18. 마지막 4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