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즐거움에서 피로로
언제부턴가 남들이 내 사생활을 아는 게 불편해졌다.
싸이월드가 한창이던 시절, 나는 사진을 올리고 짧은 글을 쓰며 내 하루를 기록했다. 그 흔적에 남겨진 ‘발자국’을 보는 게 즐거웠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했고, 또 나도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기웃거리며 공감했다. 그때의 SNS는 소박한 교류의 공간이었다.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을 쓰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새로운 친구가 늘어날 때마다 내 세상이 확장되는 듯했다. ‘좋아요’가 늘어나는 숫자만으로도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러한 즐거움은 사라졌다.
직장 동료와 지인들이 친구 신청을 해오면서, SNS는 더 이상 사적인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올린 글이나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해석되고, 평가되고, 때로는 소문으로 번져나갔다. 그때부터 나는 점점 업데이트를 멈추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대만에서 살았을 때 발생했다.
현지 친구들이 모임에서 찍은 사진을 태그 해 올리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가 공개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가 “어제 재미있게 잘 놀았어?” 하고 물어왔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분명 악의 없는 말이었는데, 마치 내 사생활의 문틈을 몰래 들여다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SNS의 문을 조금씩 닫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록을 남겨도 공개하지 않는다. 나를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기억하기 위한 메모장처럼 쓰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며내지 않아도 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 오히려 더 편하다.
돌아보면, SNS를 줄이게 된 건 단순한 피로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마도 나를 지키기 위한 본능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남들이 모르는 내 일상, 남들이 알 수 없는 나의 이야기. 그것을 지켜내는 일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