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은중도, 상연도 아니었으므로
총 15부작 넷플릭스 드라마
주연 김고은, 박지현
한 줄 줄거리 :
두 아이가 초등학교 때 처음 만나 마흔 넘어 긴 세월 애증으로 쌓아가는 그들만의 서사
스크린 속에서 누군가 울면 3초 내 반응하는 게 나다. 병이다 싶을 정도로 머리와 가슴보다 눈물이 먼저 그렁그렁 따라 맺힌다. 그런 내가 “은중과 상연”을 보는 동안은 티슈 한 장 쓰지 않았다. 탈진했겠다 싶을 정도로 주인공들은 열연하며 눈물을 쏟아내었는 데 따라 울기보단 긴 숨이 뱉어졌다. 몰아치듯 마지막 화까지 보고 난 뒤에는 긴장이 풀린 것처럼 잠에 빠졌다.
두 번의 절교, 티저에서는 은중과 상연의 관계를 대놓고 예고한다. 여기서 일정 부분 상투적으로 예상 가능한 스토리가 그려진다. 절친했던 두 여자가 싸우고 화해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결국엔 화해하는 이야기? 큰 골자는 맞다. 다만 더 드라마틱하고 디테일하고 심리적이었다.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 현실에서 누군가에게 순간순간 느껴봤을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두 주인공을 타고 흐른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에서 무척이나 사실적이었다 소설적이었다를 반복하며.
자신감, 자괴감, 자존심, 자존감, 열등감, 자만심, 불안함, 억울함, 처량함, 고마움, 서운함, 가여움, 분노, 동경, 질투, 애정, 사랑, 믿음, 배신, 포기, 원망, 의심, 연민... 장면마다 딱 하나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많은 감정들이 얽히고설킨다. 시간과 사건을 따라 직간접적으로 열거되는 두 주인공의 말과 행동, 감정들은 이해가 됐다가 안 되기도 하고,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전혀 모를 것 같기도 했다.
보기에 은중은 보통의 정의로운 좋은 사람이다. 상연은 특출 나지만 자기 파괴적인 나쁜 사람이다. 은중은 사랑하고 포용하나, 상연은 억눌리고 메말라 갈구한다. 은중은 자기 객관적이고 상연은 자기 연민적이다. 이분법적으로 보면 은중은 백이고 상연은 흑이다. 이렇게 보면 참 쉽지만, 보고 나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
타고나길 캔디형 성격인 은중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고 굳세다. 예민하고 이기적인 구석이 있는 부잣집 막내딸 상연은 부유함 속에 가지지 못한 것을 시기했다. 그럼에도 착한 아이였다. 그런 둘에게 세상은 정 반대의 길을 준다. 은중은 차근차근 희망찬 위로, 상연은 끝도 없이 아래로. 내가 상연이었어도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 느끼며 삐뚤어졌을 것이다. 상연에게 휘몰아치는 불행의 서사는 그녀에게 타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은중이란 피해자를 만든다. 피해자가 생기는 순간, 가해자도 생긴다. 나의 어둠이 누군가를 대상으로 향한다면 결국 역살을 맞게 된다. 잘못도 없는 그 누군가가 떠안게 될 불행의 이름이 곧 자신의 이름이 될 터였다.
드라마의 화자는 은중이다. 보는 동안은 은중의 입장에 더 감정 이입한 것 같은데, 끝나고 나서는 자꾸만 상연을 이해해 보려 한다. ‘내가 은중이었으면?’ 하는 상상도 해본다. 정 반대인 두 주인공의 심리와 감정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격돌하는 두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최근 들어 가벼운 이야기에 끌렸는데 오랜만에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뚱딴지
하나. 사랑을 우정은 이길 수 없나
둘. 모든 문제는 말을 안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셋. 콜백은 매너지
넷. 진짜 미안하면 거부해도 주라...
지나가던 어느 소시민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소하고 소소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