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 생애 첫 따릉이를 타고

도로 주행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네

by 평정


생애 최초 따릉이


장대비에 휩쓸려버린 자전거 교실의 마지막을 대신해 여정의 마침표를 다시 찍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따릉이, 나와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그 따릉이와 함께 라이딩을 떠나기로! 하지만 혼자서는 아직 자신 없으니 자전거 선배 친구들에게 SOS를 청했다. 그렇게 일요일 오전 따릉이 대여소 앞에 3명이 모였다. 자전거 경력 20여 년 차 쌉고수 A, 자전거 경력 2년 차 초중수 B, 그리고 한 달 차 최하수 나. 우리는 천변을 따라 약 20분 동안 자전거 도로를 달린 뒤 점심을 먹고, 그대로 되돌아오기로 했다.


따릉이 타는 법은 평생 모를 줄 알았는데 직접 한다고 생각하니 이게 뭐라고, 전날부터 두근 반 세근 반 떨렸다. 애기들도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뭐든 처음은 설레는 법이니까! 차근차근 스텝을 밟았다.


Step 1) 따릉이 앱을 설치한다.
Step 2) 회원 가입을 한다.
Step 3) 자동 결제 정보를 등록한다
Step 4) 이용권을 구매한다
Step 5) 대여하기를 누른다.
Step 6) 원하는 따릉이의 안장 밑 QR코드를 인식시킨다.
Step 7) 잠시 대기하면 안내음과 함께 잠금이 풀린다.


나만 몰랐던 따릉이 세계


따릉이를 빌리는 동안, 모든 게 처음이라 순진무구한 왕초보의 질문이 쏟아졌다. 일부러 검색도 안 한 채 백지상태로 갔더니, 하나부터 열까지 생소했다. 그렇게 알게 된 따릉이 세계.


따릉이는 선택한 대여 시간에 따라 1시간 또는 2시간마다 무조건 반납해야 한다. 더 타고 싶을 때에는 일단 반납했다가 다시 대여를 진행한다. 그래서 가고자 하는 코스에서 따릉이 대여소의 위치도 함께 체크해야 한다고.

따릉이 대여 시간을 넘길 경우, 추가 요금이 붙는다. 이 때문에 자동 결제 정보가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

따릉이룰 대여하고 반납할 때에는 블루투스가 켜져 있어야 한다.

따릉이 일일권 1시간용은 1,000원으로, 굉장히 저렴하다. 그래서 적자가 심각해 운영에 이런저런 말들도 많단다.

따릉이도 복불복이 있다. 상태 좋은 새 따릉이가 있는 반면, 오래되고 낡은 따릉이도 있어 빌릴 때 잘 살펴봐야 한다. 따릉이마다 고유 번호가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신규이거나 수리된 자전거이다. 가장 최근 추가된 따릉이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고장 난 따릉이는 앱으로 신고하면 수거해 간다. 그 사이 다른 사람이 빌리려 해도 고장 신고 접수된 따릉이는 대여가 안 된다.


따릉이가 다 같은 따릉이가 아니라니! 다들 후루룩 빌려 떠나는 줄 알았는데 그 잠깐새 눈치껏 체크할 게 꽤 되었다. 주는 대로 타기만 하다 직접 탈 자전거를 골라 보려니 당황스러웠다. 누가 채갈지 모르니 괜찮은 따릉이릉 발견하면 그 앞에서 선점하고 대여를 진행하라는 꿀팁을 들었다. 따릉이에도 눈썰미와 눈치싸움이 필요하다니, 호오- 놀라워라.


힘겨운 따릉이 출발


“뭐야, 왜 이렇게 높아? 느낌 왜 이래?! 뭔가 덜거덕거려” 출발이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 따릉이에 올라타려니 그동안 타던 자전거와 느낌이 너무 달랐다. 시험 삼아 돌려본 페달도 낯설었다. 자전거 교실의 자전거들이 좋은 거였나? “따릉이는 원래 가성비로 타는 거야.” 음... 따릉이에 대한 로망과 자신감이 조금 파사삭 떨어졌다. 하긴, 공용 자전거인데 엄청나게 좋으려고. 하지만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잘 탈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채 한동안 따릉이 대여소 앞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보냈다. 하수는 무척이나 장비를 따졌지만, 고수에게는 장비발이란 말이 필요 없었다.


“안장을 더 높여야 돼. 페달을 내렸을 때 다리가 일자로 쭉 펴져야 한다고.” 안장이 낮을수록 무릎에 무리가 가고, 다리가 쫙 펴지지 않아 힘을 세게 받지 못한다고 했다. A가 이게 맞다며 맞춰준 안장 높이는 무슨 에베레스트마냥 우뚝 솟았다. (체감상입니다) 처음 마주하는 높이에 땀이 삐질 났다. 배운 대로 다리를 들어 타려다 가랑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올라타지도 못했지만 탔다 해도 땅에 발이 닿지 않았을 것이다. 브레이크가 서툰 내게는 당장의 무릎 건강보다는 다리를 뻗었을 때 땅에 닿는지 안 닿는지가 더 중요했다. 하지만 자전거 위에서 자유자재인 A는 초보의 마음 따윈 잊은 지 오래인 초초고수였다. “처음이라 그래.” 우왕좌왕하자 아직 초보 시절을 기억하는 B가 중재에 나선 덕분에 안장 높이를 낮출 수 있었다.


“출발. 지금! 지금! 지금 가야 해! 언제 갈래?” 천변으로 내려와 자전거 도로에 들어설 때에도 한동안 옥신각신했다. 나는 자전거 왼쪽에 서서 페달 높이를 맞추고 준비 자세를 잡은 뒤 출발 가능한 대왕초보였지만, 쌉고수 A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녀는 준비가 뭐야, 왼쪽 오른쪽 상관없이 그냥 바로 0.1초 만에 출발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초보에겐 가혹한 스파르타 선생님이었다. 재촉할수록 심장은 덜컹거리고 자세가 무너져 출발이 마음처럼 안 됐다. 자동차 도로 연수를 막 나섰을 때가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면 별게 아닌 걸 알지만서도 지금 이 순간 포기할까 싶었다. ‘잘 타지도 못하면서 왜 자전거 타자고 했을까...’


악! 소리 나는 따릉이


여차저차 출발했다. 초중수 B가 맨 앞에, 내가 중간에, 쌉고수 A가 뒤에 서 나란히 달렸다. 시작부터 이상했다. 자전거가 너무 무겁고 힘이 들었다. 공복이어서 그런가? 오랜만에 타서 그런가? 오만 생각이 스쳐 갔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벌써부터 이렇게 힘들다고?!


“잠깐만. 나 너무 힘들어.”

“무슨 소리야. 5분도 안 지났어.”

“뭔가 이상해. 진짜 너무 힘든데.”

“안 돼. 달려. 멈추지 마. 달려!!”


선두인 B의 뒷모습은 점점 멀어져만 갔고, 내 자전거는 속도가 나긴커녕 페달을 한 바퀴 한 바퀴 돌리는 게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 체면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 없이 큰소리로 상태를 알렸지만 되돌아오는 건 더 큰 목소리의 채찍질. 뒤에서 주변을 살피며 케어해 주던 A는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멈췄다간 사고 날 수도 있으니 그냥 이 꽉 깨물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했다. 오른편에 공터가 보이자 얼른 들어섰다.


멈추자마자 서둘러 자전거에서 내렸다. 다리가 후들후들거렸다. 자전거가 너무너무 무겁다는 내 말에 보고 A와 B가 따릉이를 살펴보더니 기어가 3단에 맞춰져 있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3단으로 잘만 탄다고, 3단으로 타야 멀리멀리 나간다고 했지만 나는 “보통”이 아니었나 보다. 3단은 내게 천근만근이었다. 자전거 교실 초급반을 막 졸업한 수준에서는 기어 변속은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으니 나에게 맞춰 조절할 수도 없었다. 마음 같아선 1단으로 두고 싶었지만 그건 아니라는 단호한 의견들에 2단으로 합의하고 다시 출발했다. 좀 더 푹~ 쉬고 싶었지만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제 막 5분 지났어.”


기어를 2단으로 바꾸니 페달 돌리기는 훨씬 나았다. 그래도 처음에 무리해서 그런지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푸른 하늘 아래 예상했던 ‘하하 호호 깔깔깔’과는 정반대인 ‘으악’ 소리 나는 강행군이었다. 앞사람과 자전거 한 대 반 간격은 개뿔, 돌리고 돌려도 B와는 점점 멀어졌고 A의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마치 부처님처럼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유유히 페달을 돌리며 멀어져 가는 B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쫓았다. 감히 뒤돌아 볼 재주가 없어 들리는 A의 목소리만을 따르며. “달려. 달려!”


또 한 번의 고비는 언덕이었다. 당연히 달려서 넘으려 했다. 그런데 언덕 진입과 동시에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끄으으아아아악.” 원기옥 모으듯 소리를 지르며 힘을 끌어냈는데도 언덕 중간에서 따릉이가 서버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처음 만난 언덕은 참으로 높은 벽이었다. 멈춘 김에 잠시 쉬어가려 했지만 어김없이 반려당했다. “빨리 출발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리에 힘을 주었다.


이제 남은 거리는 300m. 하지만 체력과 멘탈이 탈탈 털렸다. 횡단보도에서 내린 뒤부터 터덜터덜 따릉이를 끌며 도보를 걸어가자 A의 가르침이 멈추지 않았다. “끌지 말고 타고 가. 이런 데서도 달려 봐야지. 멈춰도 이렇게 자전거 위에서 기다리고.” 갓 태어난 기린처럼 비틀거리는 다리로 안간힘을 쓰는 ㅐ가 안 보이는 거니, 친구야...? 그래도 나를 위한 스파르타 선생님의 말씀에, 죽기 살기로 힘을 쥐어짜 도보 위에서도 쪼끔 달려 보고는 따릉이 반납 장소에 도착했다, 드디어! 자전거 교실 2시간만큼 길고 긴 20분이었다.


따릉이 반납은 더 쉬웠다. 안장 밑에 있는 잠금장치를 내리고, 잠시 대기하면 안내음이 나오고 끝. 반납이 제대로 안 되면 추가 비용이 붙기 때문에 끝까지 잘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자전거도 밥심이었네


우리의 메뉴는 뜨끈한 등촌샤브칼국수. 평소라면 배부르다는 소리가 나왔을 텐데 오늘은 끝없이 쭉쭉 들어갔다. 오는 동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는 A에게 넌지시 버스 타고 돌아갈까 제안했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오늘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A는 다 먹자마자 말했다. “이제 가야지.” 그리고 옆에서 인자하게 웃고만 있는 B. 아, 따릉이 공포증이 살짝 생길 것 같았다.


돌아가는 길은 처음부터 2단으로 달리니 훨씬 순조로웠다. 출발과 동시에 B는 역시나 저 멀리 멀리로 사라졌고, 나는 A의 채찍질을 들으며 달렸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법 달달한 당근이 섞였다. “훨씬 잘 달리는데?” 그러게, 나도 달라진 나를 느꼈다. 느린 건 변함없었지만, 힘든 건 매한가지였지만 밥을 먹어서 그런가? 멈출 기색 없이 쉼 없이 달렸다. 힘이 달려 느려질 때에도 채찍질 한 번에 바짝 속도를 높였다. ‘진작 밥 먹고 달릴걸!’ 아주아주 큰 깨달음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또 그 언덕이었다. “지금부터 전속력으로 달려! 달려서 올라가!” A의 말에 평지에서부터 최대 속도로 힘을 내며 달렸다. 느낌이 좋았다. 느낌만 좋았다... 언덕 중간에서 또 한 번 턱 하고 따릉이가 멈췄다. 힘차게 내지르던 소리가 무색했다. 달려오는 맞은편 아저씨의 시선에 머쓱했다. 흠흠. 차분하게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넘었다. 그래도 언덕의 위기 말고는 멈추지 않고 20분을 내리 달리며 출발지에 도착했다. 성공적으로 오. 운. 완.






생각과는 많이 달랐던 나의 생애 최초 따릉이이었다. 멜로 영화에서처럼 바람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낭만 있게 달리기보단 극기 훈련과 다름없었다. 그래도 포기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달리는 내내 뒤를 봐주고, 알려 주고, 채찍질해 준 A 덕분이었다. 힘들었던 만큼 고마운 마음도 컸다. 나보다 몇 년은 더 탔지만 아직도 못하는 게 많다며 초보에게 공감해 주는 B에게는 위로받았다. 나의 소감은 아직도 갈 길 멀었네,였다. 아직 한참 더 배울 게 남아 있었다. 자전거 실력보다는 체력이 문제인 거 같다는 A의 말처럼, 가장 큰 문제는 내 저질 체력이려나. 그래도 꾸준히 탄다면 다리 힘도 좋아져 언덕을 휘릭 넘는 날도 오겠지?


라이딩을 끝낸 뒤 상쾌함과 해냈다는 성취감도 컸다. 남들 다 타는 따릉이를 나도 타봤다는 경험은 고무적이기까지 했다. 자전거 교실 “초급반”으로서 유종의 미를 확실히 찍은 것 같았다. 그리고 갈고닦아 나갈 다음 목표가 하나 생겼다. 진짜 자전거 타기 = 따릉이 마스터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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