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오니 쫓기는 마음에 타지더라고요
룰루랄라, 나도 이제 자린이
오늘은 ‘진짜’ 자전거를 탈 생각에 두근두근 설렜다. 출발도 못할 때에는 초보라 말하기도 뭐 했지만, 이제 진정한 자전거족 대열에 발을 올린 것 같았다. 아직 왕초보 중의 왕초보지만. 그래도 과거를 돌이켜보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 앞으로 남은 건 능숙해질 때까지 달리는 것뿐이었다. 기합 빡 넣고 출발~!
자전거 교실이 3주 차가 되니, 출석률이 부쩍 줄어들었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함께하며 익숙해진 얼굴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먼저 타게 된 사람들이었다.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나? 강제성 없는 무료 강습이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참여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경험해 보니 발을 뗀 뒤로도 아직 배울 게 한참이었다. 자전거도 자동차처럼 길 위로 나간 후부터가 진짜였다.
[Day 5] 출발과 달리기
어엇? 예상과 다른 전개에 당황했다. 시작은 지난주를 복습하면서 천천히 웜업 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바로 실전 투입이었다. 곧장 트랙으로 나가 달리란다. 제자리에서 출발해 한 바퀴 돌고, 출발선에서 멈췄다 다시 또 출발. 꼬리 잡기 하듯 앞 자전거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한 줄로 트랙을 달리면 되었다. 그 말인즉슨 앞을 따라가는 동안 뒤에서 쫓아오고 있다는 거였다.
지난주 비틀비틀 출발하던 내 모습이 스쳤다. 트랙을 나가지 못한 채 출발과 직진만 반복했었다. 몇 번 성공 좀 했다고 오늘도 되리란 보장은 없는데, 연습도 없이 단번에 가능할까...? 다시금 작아졌다. 어깨를 털며 힘을 빼 보아도 긴장되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내가 흔들리면 뒤로 줄줄이 밀리게 된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다. 점점 줄어드는 줄을 보면서, 지난번 강사님의 피드백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몸에 힘을 빼고 다리를 빠르게 하나 둘, 하나 둘.’
막상 내 순서가 닥치자 주춤거릴 시간이 없었다. 준비가 됐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비틀대든 말든, 그냥 콱 페달을 밟았다. 걱정과 달리, 한 번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잘 실감 나지 않았다. 내가 자전거를 달리고 있다는 게. 페달을 밟는 다리가 내 다리 같지 않고, 휙휙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현실감 없었다. 트랙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진짜로 자전거를 타고 달린 것이다. 알고 보니 실전에 강한 타입? 훗. 얼굴을 때리는 가을바람이 시원하고도 상쾌했다.
난관은 여전히 많았다. 출발은 들쭉날쭉이었고, 일자로 달리지 못하고 왔다리 갔다리 했다. 코너를 도는 것도, 브레이크를 잡고 멈추는 것도 서툴렀다. 그래도 줄지어 달려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머뭇거릴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바퀴, 또 한 바퀴... 달릴수록 익숙해지면서 신이 났다. 원형의 트랙을 챗바퀴처럼 돌기만 하는데 뭐가 이리 재밌을까? ‘하나 둘, 하나 둘’ 다리에 힘이 풀릴 때까지 멈출 줄 몰랐다.
“이제 그만하고 들어 오세요.” 다들 같은 마음이었나? 바람을 가르는 우리의 폭풍 같은 질주(?)는 강사님의 만류로 끝이 났다.
수강생 중에는 아직까지 발을 떼지 못한 분들이 세네 분 계셨다. 다른 사람들이 정리를 마칠 때까지도 나머지 연습 중이셨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이 상기될 때까지 노력해도 좀처럼 마음 같지 않을 때, 얼마나 애가 탈까. 반신반의하며 마음 졸이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좀 늦을지라도 꼭 타실 거예요. 제가 산증인이에요.’ 속으로 힘차게 응원했다.
“정 안 되면 다음 달에 재수강하면 돼요.”
“저도 저번에 못 타서 또 신청했어요. 이번이 두 번째예요.”
“전 여기가 잘 가르친다고 해서 지역까지 옮겨 왔어요.”
앗 재수강이라니. 그런 방법이?!? 전혀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