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돌릴 줄 안다고 끝이 아니었네
운동하는 사람들
하늘이 참 맑고도 푸르렀다. 햇빛은 여전히 강했지만 바람이 선선한 게, 가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더위가 한풀 꺾이자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운동이 뭐야 싶던 몇십 년 전과 달리 사뭇 달라진 풍경이었다. 이제는 생활의 일부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운동 문화가 놀랍고도 멋졌다. 어르신들을 볼 때면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떠올랐다. ‘계셨다면 더 건강하게 누리셨을 텐데...’
특히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눈이 갔다. 삼삼오오 달리는 무리, 묘기에 가까운 외발 자전거를 연습하는 아저씨, 아빠에게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까지. 함께 자전거를 타러 온 부부의 모습도 보였다. 전문가용처럼 보이는 크고 높은 자전거를 끌고 나오신 아주머니는 스포츠용 선글라스 너머로 여유와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와 대비되는 아저씨는 헬멧을 단단히 쓰시고 초록색 따릉이를 빌려 오셨다. 나와 비슷한 처지셨나 보다. 삐뚤빼뚤 코스를 따라 어설프게 달리는 아저씨를 아주머니가 곁에서 봐주고 계셨다.
몇 바퀴 돌고 난 뒤, 아주머니가 “이제 가자.” 한마디를 남기고 도로로 나섰다. 야트막한 턱을 한 번에 탁 올라 질주하는 아주머니. ‘캬, 멋있다.’ 뒤따르는 아저씨도 턱에 탁─ 하고 걸리고 말았다. 두 발로 낑낑대며 턱을 넘는 동안, 아주머니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으셨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황망히 보시던 아저씨의 눈빛을 보았지만, 애써 못 본 척 웃음을 삼켰다. ‘아저씨, 힘내세요...!’
[Day 6] 브레이크 and 출발, 전속력으로
이제는 연습만이 살 길이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코스를 돌며 자전거에 익숙해져야 했다. 추가된 것이 있다면 브레이크. 브레이크를 잡으며 속도를 조절하고, 완전히 멈춘 뒤 빠르게 출발하는 연습을 계속했다. 그리고 직진 구간에서는 최대한 전속력으로 달리기.
달리는 도중 정확하게 브레이크를 잡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천천히 잡으면 멈춰야 할 지점을 지나쳤고, 급하게 잡으면 위험했다. 무엇보다 자전거가 멈춘 뒤 발을 내려야 하는데, 발이 먼저 나갔다. 미묘하게 타이밍이 어긋나 브레이크가 아닌 내 발로 자전거를 멈추고 있었다. ‘이러다 신발 밑창 다 닳겠네.’
커브 도는 것도 영 순탄치 않았다. 넓게, 크게 돌라는 데도 자꾸 좁게 돌아졌다. 너무 의식하다 보면 코너에서 속도가 죽어 문제였다. 익숙해질 만하다가도 방향으로 바꾸면 금세 갈피를 잃었다. 강사님께선 “눈이 보는 곳을 따라 자전거가 간다.”고 하셨지만, 전 이쪽 방향을 보고 있어도 자전거가 자꾸 저쪽 방향으로 가는걸요... 눈 따로, 몸 따로, 자전거 따로였다. ‘아직도 멀었구나.’
이건 누가 말로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돌고 또 돌았다. 길의 폭이 넓은 코스와 좁은 코스를 오가며 반복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페달 밟는 다리가 무거워지고 숨이 가빴다. 앞사람과의 거리를 좁히려 힘껏 달렸는데도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왜 나만 속도가 안 나는 것 같지?’ 페달을 더 빠르게 돌렸다. 더 빠르게, 더더 빠르게! 결국은 녹다운.
혼자만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한참 숨을 고르고 땀을 식히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들은 쉬지 않는 걸 보며 의아했다. ‘나만 힘든가?’ 다리 힘 때문인지, 체력 때문인지, 심폐지구력 때문인지... 무엇이 문제일까? 아무래도 다겠지...
다음 주에는 실제 도로로 나가 라이딩을 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혼자가 아니라 옆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탄다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렸다. 이런 불안한 주행 실력으로 괜찮을까?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산 너머 산이었다.
“페달을 이렇게 파바박 빨리 돌려야지. 너 보면 이~렇게, 이~이렇게, 천~천~히 돌리더라. 세월아~ 네월아~.”
같이 수업을 듣는 내 짝꿍, 고모가 평한 자전거 타는 내 모습이었다. 나보다 발도 먼저 떼고 자전거도 먼저 탄 우등생 고모. 내 심란한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고모. 그것이 최선이었는 줄도 모르는 야속한 고모. 나는 팩하고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고모가 몰 알아. 힝.”
“자전거가 왜 힘들지?”
자전거 타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하자 돌아온 반응. 애기 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놀던 친구 말로는 자전거는 몇 번 페달을 구르면 슝 간다고 했다. 그렇게 힘들지 않다며, 이해 안된다고 순수한 궁금증으로 초심자의 마음에 상처를 냈다. 그러니 나는 또 팩하고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너가 몰 알아.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