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학교 생활관 이야기
몇 해 전, 여름방학이 끝나고 생활관에 입실하는 날이었습니다.
일반 학교는 개학날 학생들이 등교하지만, 생활관 학교인 꿈의학교는 개학 하루 전날 학생들이 생활관에 입실합니다.
입실 당일,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오후 3시. 긴장과 여유가 뒤섞인 그 시간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해보니, 이 시간에 전화를 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은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 혹시 통화 가능하세요?”
“그래, 무슨 일이니?”
“제가요, 오늘 학교에 가려고 혼자 짐을 싸는데요. 갑자기 중2 때 캐나다 갔던 생각이 나는 거예요. 저랑 친구가 같은 호스트 패밀리에 배정됐었거든요. 도착한 날, 캐리어를 들고 방에 들어가 짐을 정리하는데, 친구 캐리어는 랩에 곱게 싸여 있고, 빨래도 돌돌 말아서 예쁘게 정리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혼자 짐을 쌌거든요. 나름대로 잘 싸보려고 했는데, 옷도 다 구겨지고 정말 엉망이었어요. 그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그리고 지난 학기에 집에 갈 때도요. 비가 왔었거든요. 다른 애들은 다 부모님이 오셔서 데려가셨는데, 저는 버스를 타고 가방이랑 이불, 기타까지 들고 내렸어요. 비가 엄청 오는데, 기타도 다 젖고...”
아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에게는 사정이 있습니다. 그 모든 사정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부모님께 짐이 될까봐, 할 수만 있다면 스스로 하려고 애썼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부모의 그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 것입니다.
아이가 정말로 힘들었던 것은 해야만 하는 일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겠지요.
“왜 하나님은 제 기도를 안 들어주시는 걸까요?”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지. 나도 그런 적이 있었어. 뭐라고 말해도 지금은 위로가 안 될 거야. 그냥 오늘은 울고 싶은 만큼 울어도 괜찮아.”
저 역시도 아이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기도는 응답되지 않는다’는 깊은 회의감이 내 마음을 오래도록 지배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하나님은 그런 내 마음을 억지로 풀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삶의 고통과 참된 인간다움 사이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생활관에 들어온 아이에게 어제 일을 굳이 묻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저 온기가 필요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굳이 들춰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대신, 매주 주일마다 만나 신나게 놀기로 했습니다.
말씀 공부를 빙자한 놀이입니다. 이름하여 ‘진리의 테이블’입니다.
방점은 ‘테이블’에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서 함께 먹고, 이야기하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삶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함께 나누는 것임을, 꿈의학교 생활관에서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