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산책방

다 그럴 나이지

열다섯 그럴 나이 /젊은 작가 5명/ 우리 학교

by 한산

책 제목이 산만한 중이병의 '중이'라 하지 않고 '열다섯'이라고 표현했다. 나이 느낌이 한결 더 차분하게 느껴진다. 이렇듯 표현한 낱말에 따라 선입견이 가실 수도 있다. 중2에 가까워지고 있는 딸이 아닌 사춘기를 견뎌낸 고등학교 1학년 첫째 아들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딸과 갈수록 대화가 어려워지고 말이 짧아지는 가족 간의 대화를 좀 더 열어보는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그러다 오히려 내가 위로와 공감을 얻었다. '열다섯'과 '그럴 나이' 낱말 조합이 '쉰'을 앞둔 나에게 확 다가왔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나 역시 그럴 나이라는 표현으로 위로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영웅, 몸영상으로 훔치기, 이번 생은 망했다. 카카오톡방, 관심받는 이"

십 대 청소년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부지런하게 관찰하면 쓴 글이라는 게 바로 든다. 관찰만이 아닌 애정까지 담긴 글이란 걸 대번에 안다. 봄을 생각하는 나이, 사춘기 절정인 아이들은 마냥 충동적이지만은 않다. '중2병'만 든 게 아니라 '열다섯'이라는 표현처럼 스물을 몇 해 앞둔 애어른 같은 진지함과 사고 폭이 큰 나이다. 이 중 가장 마음에 든 이야기는 '캡틴 아메리카'가 아닐까. 자신을 또래가 싫어할 특징을 가진 '찐따'라 자칭하는 주인공 준영은 아빠의 기준에 패배자처럼 모자라게만 보인다고 생각한다. 삶의 성공 기준이 너무 다른 아빠와 삼촌을 보면서 깊은 고민을 한다. 그러던 중 '소설가 되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여기에서 주인공 글쓰기 과정을 통해 소설 쓰기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스토리텔링과 자신의 주변을 자세히 애정을 갖고 관찰하는 게 소설 쓰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내 중학교 시절 이런 국어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소설을 썼겠지. 그러다 한겨레교육에서 스토리텔링 원격연수를 만나는 동기도 된 책이다. 이처럼 주인공 준영은 소설 쓰기에 빠져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내 꿈은 무엇인지, 선배가 자신의 소설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도용했을 때, 그 불합리한 상황에 용기 있게 대처해 가며 자신의 소신을 즉 자신의 기준을 지키려 한다. 작은 원칙과 신념이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이 거대한 영웅 '선장 미국(캡틴 아메리카)'이 아닌 삼촌처럼 소시민이지만 히어로 같은 힘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아가게 된다. 이를 보면서 열다섯 그럴 나이는 점점 단단해지는 나이가 된다.


'톡방'이라는 작품에서는 동료직원이 떠올랐다. 항상 업무 전달을 하면 꼭 읽지 않는 사람이 숫자 '1'이 있다. 그 동료가 떠올랐다. 바쁘게 진행되는 업무 전달 상황에서 이런 동료를 만나면 다시 구두로 직접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럼 매번 수합은 늦어지고 마감이 지나 물어보면, 전달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럴 때마다 허탈했지만 무슨 사연이 있겠지 생각했다. 그러다 이 작품을 만나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 싶어졌다. 그래 꼭 모두 단톡으로 전달해야만 하는 건 아니겠지. 직접 대면을 해서 이야기해야 비언어적인 상황전달까지 가능하겠지. 단톡 문장으로는 전달되지 못한 문맥이란 걸 듣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면에서 이 작품을 읽은 커다란 수확이다.


"헤매고 실수하고 넘어져도 괜찮아 열다섯은 그럴 나이니까"

아니 마흔아홉도 그럴 나이야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죽을 때까지 어쩌면 헤매고 넘어질 수 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느냐가 나이의 연륜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집 속 이야기는 현실적인 이야기와 비현실적인 판타지, 학교폭력이라는 심각한 상황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 속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곧 가까이에 있는 이웃 아이들일 수 있고 과거의 나, 미래의 나도 될 수 있다. 이러면서 서로 얽히고설키는 이어졌다는 공감대를 쌓아간다. 이런 비슷한 경험들로 독자와 작품 주인공은 더욱 가까워지고 공감과 위로를 느끼게 된다. 우울, 불안, 상처로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 쌓인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감정이 사라지거나 작아질 것이다. 인생이란 게 명확하고 확실한 정답이란 것은 없기에. 이처럼 작품 속 다양한 삶들을 통해 이 책을 집어든 어떤 나이를 지나는 시점의 독자든 상관없이,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또 자신의 열다섯 그 시절을 생각하며 흙탕물처럼 혼탁한 현재 심경이 가만히 두면 침전된 것처럼 가라앉음으로 안정을 찾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나이 상관없이. 다 그럴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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