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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삶의 문제에 대한 해설서

다시, 역사의 쓸모/최태성/프런트페이지

by 한산

학년말 이곳 00군 미래교육재단에서 마을역사강사 강의 의뢰를 받았다. 역사를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하지 고민이 많았다. 국가중심의 표준화된 증앙의 역사(?)와 개별적인 지역사를 연결 짓고 그걸 초등학교교육과정 역사 단원 내용과 연결해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을 갖는 계기를 만드는 게 강의 목적이라고 한다. 초3, 5학년 대상 지역사를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해 안내할 수 있는 마을역사강사 양성과정에서 초등학교 5학년 마을역사수업사례와 수업 방법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중앙 중심의 역사는 교과서에서 배우지만 지역사를 배우기는 쉽지 않다. 전국 대부분 학생들은 유명한 절, 불교문화 문화재로 불국사를 대표적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그곳을 대표하는 절과 다양한 문화재가 있다. 하지만 관심을 갖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지역 문화원과 마을어른들이 그걸 그곳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겠지. 아무튼 수락 이후 급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상승했다. 몰아치듯 최태성 큰 별샘 인강을 듣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응시하려고 했다. 안타깝게 접수를 못했다. 추가 접수까지 시도했으나 불발되었다. 그만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은 줄 몰랐다. 팝캐스트에서 썬킴 강의도 듣고, 너튜브에서 초등학생 대상 한국사 영상도 많이 보았다. 지금은 또 시들해졌지만. 역사란 게 이 필자가 이야기하듯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하기 좋은 멈추지 않는 화수분 같다. 최근 본 단종과 수양대군(영화에서는 한 번도 등장을 하지 않지만), 한명회, 그리고 호장 엄흥도 이야기를 그린 '왕과 사는 남자' 영화를 봐도 역사적 사실과 거기에 상상력을 가미하면 그 재미와 감동, 그리고 깨달음은 넘쳐난다. 천만 관객을 기대해 보는 작품이다. 이렇게 역사 관련 콘텐츠는 계속 이어지겠지.


이 책은 합리적이고 품위 있는 선택을 위한 스무 가지 이야기를 등장시켰다. 그게 인물만이 아닌 제도와 문화까지 모두 포함한다. 첫 머리말에서 작가는 한국인 최초 미국 어느 주 대법원장을 빌려 삶의 끝자락에서 받은 질문인 "당신의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세상에 기여한 바 없이 떠나는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이 '기여한 바'가 주관적이고 상대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악역을 자처하며 시도한 악의적인 기여도 있을 것이고 자신만 만족하는 이기적인 기여도 있을 것이다. 이 기여에 자신을 대입해 되돌아보게 만든 문구였다. 남들은 기여하라고 하면서 나 자신은 속으로 제 잇속만 차리는 건 아닌지.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자유라고 노래할 수 있을 리야, 싸울 때,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라고 말 수 있으리야 사람들은 맨날 소리 높여 자유여 해방이여 통일이야 외치면서 속으로 제 잇속만 차리네"라고 했던 옛 가수 안치환형이 목청껏 불렀던 김남주시인의 시구가 함께 떠올랐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이곳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를. 2022 개정교육과정 미래교육 비전이 말하듯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학생'을 가르치는 것,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이 먼저 그 비전을 실천하는 게 먼저이겠지. 또한 이 브런치에 발행하는 작은 글쓰기도 그 기여에 포함되길 기대하면서.


작가는 자신이 찍은 사진과 함께 스무 가지 사례를 글로 소개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한 시대정신이 결국 역사를 바꾸는 이야기인 학도병으로 참가한 대구상고 야구부, 귤 하나를 따더라도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미주와 하와이 동표 이야기,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힘 이야기로 1차 세계대전 사례예보 총성은 결국 범 게르만주의와 범슬라브주의인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갈등이 쌓여서 만들어낸 필연의 역사라는 것, 베를린 장벽 역시 한 고위관계자가 오보한 게 아니라 통일에 대한 열망이 모여서 만든 물꼬를 튼 역사였다는 것. 결국 역사에서 우연이라는 건 없다는 걸 배웠다. 우연이 쌓여 필연으로 된다는 걸.


경쟁시대 둘레를 둘러볼 시간이 없어, 아니 이건 핑계일까. 아무튼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각자도생의 시대인 지금 남을 위해 사랑을 베푼다는 걸 알려준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에 흥남철수작전까지. 이 대목에서 강산에 형의 '라구요'노랫말이 떠올랐다. 바람찬 흥남부두 그 겨울 칼바람이 부는 때 미군은 배에 실어야 하는 많은 군수물자를 남겨두고 생명이 있는 사람을 챙겼던 역사적 사실. 인지신경학자 매리언 울프는 <다시, 책으로> 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에 "저는 이 세상을 사랑할 새로운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읽습니다."라고 답했다. 왜 역사를 배우는가? 왜 공부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다시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여기에서 조용필형의 '바람의 노래' 노랫말이 떠올랐다.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디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껴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라고 읊조렸던 뜨거운 씽어즈 베테랑 남성 중창단 아니 합창단의 노래처럼 그렇게 역사를 배우며 살아가다 보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바람의 노래, 역사의 노래를 자연스럽게 듣게 되지 않을까.


역사를 통한 앎의 즐거움도 말한다. 영화 파묘 속 일제강점기 독립군 이야기와 레미제라블에 역사적 배경을 알아가며 느끼는 재미, 알 수록 더 깊이 보인다는 역사를 통한 앎의 유희까지 작가는 말한다. 이어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함의 대명사인 김득신을 이야기한다. 늦게 과거에 합격을 하고, 백이 열 전이란 책을 1억 1만 3000번- 당시는 억이 10만이니 11만 3000번을 읽었다는 셈이다. 정말 그 노력이 놀랍다. 다행인 건 그 노력을 훈장처럼 사용하지 않고 겸손했던 점을 배운다. "재주가 남만 못하다 하여 스스로 한계 짓지 마라.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이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에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데 달려 있을 따름이다"라고. 야너두라고 귓속말로 응원해 주는 것 같다. 작은 재주를 꾸준한 글쓰기로 극복하려는 이를, 오늘도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내게.


이어 남편을 죽게 한 시아버지 영조가 얼마나 밉고 원망스러웠을까 싶지만, 그랬는데 이를 후대사람들이 미화했을지도 모르겠다. 정조의 정당성을 위해. 한중록이 남을 원만하는 한(恨)이 아니 한가할 한(閑)을 쓴 글이라는 게 놀랍다. 승리 이후를 결정짓는 승자의 품격을 다룬 의자왕 이야기, 역시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그 끝은 깔끔하고 매너 있고 겸손한 승자의 자세가 이를 끝낸다는 걸 배웠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나의 존엄을 지키는 법을 보여준 매천 황현, 그리고 연해주에서 독립군을 지원한 최재형까지. 가부장적인 남성중심 역사에서 여성은 정말 가끔 등장한다. 그것도 남성을 잘 섬기고 수동적인 신사임당 같은 여성이 대세를 이루지만. 이에 반해 진취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우 씨 왕후 이야기까지.


최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 악역으로 등장한 압구정의 주인 책사 한명회와 연산군을 자극해 폭군으로 만든 임사홍까지. 난공불락의 요새를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적을 함락시킨 오스만 제국 메흐메트 2세 이야기, 당시 신분의 한계라는 벽을 넘어 상상력을 발휘한 만적과 이지함, 권문해 이야기. 이때 등장하는 박노해 시구가 계속 읊어 외우고 싶다. 필자도 그렇게 되었다는 문장이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랴 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라고. 그래 너무 거창하고 진지해지지 말자.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실천하고, 그게 일회성이 아닌 남들을 의식해서 하는 행동이 아닌 자발적으로 그 작은 일을 꾸준하게 밀고 나가야 진정한 사랑 실천이다.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이로 다시 한번 더 새겨봐야 하는 교육이야기도 있다. 이완용을 만든 교육, 윤동주를 만든 교육에서 참된 교육은 단순히 지식인을 키워내는 데 그치지 않고 올바른 철학을 가진 지식인을 키원 내는 데 힘쓰는 일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단단하게 굳은 우리의 마음을 조금씩 말랑해지게 만드는 인물 소록도의 서서평(엘리자베스 요한나 셰핑)의 봉사활동 이야기에서 위대한 삶이란 성공이 아닌 섬김을 실천하는 거라고.


마지막 인물 이야기로 등장하는 조선시대 아이돌 추사 김정희 이야기에서 진정한 행복은 결국 소박한 생활 속에서 만족하는 것과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찬은 두부와 오이와 생강과 나물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부부와 자식과 손주가 함께 있는 것이다."라는 이 말을 항상 새겨야겠다. 생강을 어떻게 먹었을까 차를 말하는 걸까. 취향을 존중해 드리자.


이 책 속 스무 가지 이야기에서 필자가 말하듯 삶이라는 문제에 역사보다 완벽한 해설서는 없을 거이며, 역사란 현재에서도 비슷한 일이 여전히 반복되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기출문제라고 혹자는 말했다. 과거와 현재의 끝없는 대화이니 과거 역사를 잘 살펴보면 그 속에서 현재 삶을 대처하는 지혜와 재미를 발견하겠지. 역사 사기꾼, 벌거벗은 한국사 세계사에서 들려주듯 작가 최태성 큰 별샘은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글로 표현했다. 문어체로 학문적이고 논문스럽게 딱딱하지 않고, 구어체로 옆에서 아는 형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전해주듯 친근함이 묻어난다. 또 영상이 아닌 글로 읽으니 상상의 폭이 넓어지고 머릿속에 인물의 상황과 심정을 헤아리게 된다. 또 마음껏 전후를 그려보고 나 자신과 빗대어 연결 지을 수 있어 역사의 울림은 연결된다. 그래서 '역사의 쓸모'에 이어 이 두 번째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 '또다시 역사의 쓸모'라는 책이 등장할 것을 기대한다.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현재 갈등상황이나 선택의 기로에 있어 답답하고, 삶의 여러 가지 문제의 정답 아니 해답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삶의 선택에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영상이 아닌 책으로 읽기를 꼭 권한다. 역사의 쓸모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 준 책이다. 역사 소재는 역시 무궁무진하다.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지, 모든 독자들의 하루하루 삶이 곧 역사다. 매시간 허투루 살아서는 아니 된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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