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산책방

역사를 쉽게 연결하기

초등역사수업 디자인하기/구난희 외 8명 공저, 교육과학사

by 한산

2008년 멈췄던 제헌절이 2026년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2026년 1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03명 중 찬성 198명으로 가결돼 확정되었다.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된다. 그렇게 제헌절은 18년 만에 7월 공휴일로 다시 자리 잡게 되었다. 배경은 칠월 여름휴가 관광특수 및 삼일 연속 연휴, 다른 국경일(우리나라 5대 국경일은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의 균형 조절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가 근간인 헌법 정신을 기리는 날에 쉬지 않으니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명확한 법이 있어야 엉뚱한 상상을 하고, 개인의 이익만 생각해 법을 흔들려는 이들이 없어질 것이라는 국민여론에서 만들이 진 것은 아닐까. 이어서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정해 공휴일로 정하자는 소식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 확정은 아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눈에서 시작되어, 법과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해 여기까지 이어지는 것(연결)은 아닐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말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을. 다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는 역사적인 흐름이다.


2024년 12월 그날 이후 '과거 죽은 자가 현재의 산자를 돕는다'는 한강 작가 소설 <소년이 온다> 문구는 널리 퍼졌다. 역사는 그렇게 한자 갈지(之) 자처럼 한걸음 나아가고 두 걸음 뒷걸음질 치는 것 같지만 다시 진실은 밝혀지고,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게 역사겠지. 이렇게 역사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즈음 00군 미래교육재단에서 지역사와 학교교육과정을 연계해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사회과 역사 단원을 연결한 마을역사강사 양성과정에 강의를 부탁받았다. 2022년 그곳에 파견근무하면서 기획하고 마을역사강사를 양성했던 담당자로 책임감이 느껴져 바로 승낙을 했다. 부탁받은 강의내용이 초등학교 5학년 마을역사수업 사례 부분이었다. 가장 좋은 사례 강의는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풀어주는 게 최고다. 남이 한 것을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된다. 그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례는 경험한 것을 나누고 철학과 방향 근거를 찾기 위해 찾은 책이 <초등역사수업 디자인하기>다. 아쉬운 점은 현재 2022 개정교육과정이 2026년부터 5, 6학년은 진행되는데 이 책은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반영한 책이라 아쉬웠다. 하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9명의 현직 교수와 교사가 공저한 책으로 개별 집필자의 사례와 구체적인 교수학습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역사교육 및 교육과정 연구자이며 학교현장에서 학생 활동 중심의 역사수업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교사들이 역사교육 교사 연수 강사로 참여하며 작성한 원고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친절하게 다소 거칠거나 중복되거나 내용이 간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겸손함을 보였다. 초등 역사 수업을 위한 좋은 나침반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부분부터는 최근 브런치에서 새롭게 시작한 '독서노트'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다. 이 노트도 브런치의 역사가 되겠지.

"교육받은 사람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사실적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러한 정보를 통하여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 사람을 말한다. 역사의식 요소는 첫째, 자신이 역사의 가운데 위치하여 있다는 존재의식, 둘째,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여 간다는 발전의식, 셋째, 나는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체의 하나라는 자아의식, 넷째, 역사는 각 시대마다 사람들의 사상이나 행동에 따라 특성을 지닌다는 시간의식 있다. 결국 역사의식은 기본적으로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12쪽)"

이 부분에서 보면 결국 역사도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학임을 알 수 있다. 역사도 결국 삶을 가꾸는 글쓰기처럼 자신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다. 삶의 힌트 같은 지혜를 주고,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자랑스러움과 재미를 주는 삶의 한 부분이다. 아이들이 암기가 아닌 실제 자신의 삶으로 역사가 스며들게 만드는 안내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이겠지. 마냥 퍼주는 주입이 아니라 스스로 꺼낼 수 있게 경험하고 체험하게 해야 는게 어려운이며 과제다.


서로 분리되어 있는 사실 즉 지식 정보를 많이 외우는 암기능력이 아니라 그 정보를 통해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 안목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역사공부라고 한다. 또 역사가 남이야기가 아니라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연결되어 있으면 객이나 변두리에 서성이는 손님이 아닌 한가운데 서 있는 주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방향 즉 사관이 중요하리라. AI시대와 영상 과다노출이 아이들에게 있는 확증편향(자신의 신념과 가설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 증거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인지 편향)의 시대에 사회적 갈등과 집단 극단화를 키우는 주요 원인인 이 확증 편향을 균형 잡힌 비판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


낯익은 문장이 등장한다. "교사와 학생이 역사 지식을 생산하지 못하고 소비하기만 하는 수업으로 초등역사교육의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초등역사교육의 목표는 역사적 자료의 수집, 분석, 해석 등을 통해 역사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학습자들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은 역사가로서의 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일련의 학습자 중심의 '역사하기'수업과정이 필요하다.(77쪽)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의하면 초등학생은 추상적인 인식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보이지 않거나 직접 체험이 불가능한 역사과목을 구체적인 실험이나 체험이 가능한 다교과에 비해 매우 어려운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과 꼬마역사가가 되어보는 경험을 준 전남 나주 신봉석 선생님을 EBS 미래교육 다큐에서 만났다. 직접 조선시대 정약용이 만들어 수원화성에서 사용했던 모형 거중기를 만들어 무거운 돌을 쉽게 들어 올리는 체험을 해보고, 대동여지도를 직접 그리고 아니 부착해 보고,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를 발굴해 보는 등 주입이 아닌 경험으로 아이들이 역사에 다가가게 했다. 이렇게 학생 눈높이를 맞추어 역사적 사고력을 스며들게 한 실천교사 선생님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소비를 권장하고 누가 더 큰 소비를 했는지 자랑하는 자본주의 시대, 직접 하기보다 외주화가 익숙한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역사수업 속에서 직접 생산을 하는 것은 부지런한 사랑이 필요하다. 세심한 준비와 관찰 그리고 치밀한 계획과 깊이 있는 평가(성찰)가 함께해야 한다. 그 산출물에 대한 예시를 다양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역사 탐정놀이, 역사적 상상력의 즐거운 발현, 추체험활동! 토의토론수업, 플립러닝(거꾸로 학습), 프로젝트 수업, 역사현장체험학습, 비주얼싱킹까지 다양한 수업사례를 이야기한다.


"지나치게 인지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학생의 발달단계와 호기심에 부응할 수 있는 역사수업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54쪽)

아는 만큼 보이는 인지적인 배움이 먼저냐 학생발달 수준에 맞는 흥미와 호기심 먼저냐 문제는 아니겠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확증편향적인 역사 대신 몸소 체험하고 경험해 보며 균형 잡힌 비판적인 시각, 즉 객관적이고 진실을 찾을 수 있는 역사를 바라보는 눈을 먼저 뜨게 해 주는 게 초등역사수업 디자인의 방향임을 알게 해 책이다. 초등 한 학년에서 오천 년이라는 한국사 큰 덩어리를 가르쳐야 하는 막막함과 암기해야 할 많은 역사적 사실에 지쳐간다. 또 객관식 답안처럼 문답식 퀴즈에는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과거 역사적 사실을 현재와 연결 짓어 생각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모든 어른들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부 어른들이 흥미로워하는 '역사스토링텔러 썬킴'이나 '역사를 역사답게 가르치는 황현필', '역사 큰 별샘 최태성' 너튜브 역사이야기가 초등학생들에게도 쉽게 연결된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이 책을 통해 역사적 주제와 사건을 좀 더 친근하게, 흥미롭고, 기다려지는 역사학습시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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