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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산 Feb 06. 2022

#3. 소비자 문화에서 생산자 문화로

<학교 공간 이렇게 바뀌었어요. 창비, 2020>

     

  창비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우연히 연수를 듣고 그 이후 가끔 새로운 책에 대한 서평단을 모집하는 문자가 왔다. 거기 응답을 하면 책을 보내주고 서평 글을 에스엔에스나 블로그, 인터넷서점에 올려야 하는 암묵적인 숙제를 받은 책이다. 서평을 배우려고 숭례문 학당과 서평 관련 책을 읽어보고 써보지만 아직도 서평과 독후감 경계가 모호하다. 그냥 책을 읽고 난 후 내 생각과 느낌, 삶과 연관 짓어 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서평에 대한 여러 단계가 있으나 그 틀에 맞추면 영락없이 딱딱해지고 마치 초등학교 때 독후감 기본 틀인 책을 읽게 된 동기, 책 내용, 나의 느낌 순으로 가는 것 같아 이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장정일 작가의 책일기처럼 그냥 책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쓰면 그게 서평이지 않을까.     

 이 책은 최근 학교현장에 화두로 떠오르는 공간혁신에 대한 사례집 같은 책이다. 이젠 조금 식었나. 코로나로 원격수업인 블렌디드 수업이 한창인가. 공간 혁신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이제 ‘공간 주권’, 더하기 ‘소비자 문화에서 생산자 문화로’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예전에 학교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대다수 많은 학교가 그렇지만 감옥이나 군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건물구조다. 감시와 통제, 효율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구조다. 1층이나 2층 중앙에 핵심기관이 행정실, 교무실, 교장실이 있고 그 양 옆으로 각 교실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굳이 복도가 왜 있어야 할까 싶지만 모든 학교에 교실 옆으로는 복도가 있다. 그리고 1층 교실에서 바로 화단으로 넘어갈 수 없는 구조다. 집에 앞마당처럼. 그리고 학생들은 중앙현관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구조다. 지금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이처럼 공간을 주로 사용하는 주체들이 공간을 자기 거라고 느끼지 못하고 무언가 통제와 감시하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구조이다. 그리고 이동이나 사용하는데 제약을 받는 공간들이 많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데 허울뿐인 주인이고 마치 손님처럼 조심조심 공간을 사용해야 한다. 지금은 없어지고 있지만 운동장 앞쪽 한가운데 구령대가 있었다. 마치 군대 연병장 구조와 흡사하다. 한 명의 지휘관이 올라가 경례받고 호령하는 모양새가 군대와 비슷했다. 어릴 적 초등학교 때는 주말이면 동네별로 연대장 형들이 있어서 줄을 세워서 동네까지 줄 맞춰 가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공간을 혁신하기 위해 나타난 게 학교 공간혁신이다. 혁신이라는 말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때 공간혁신까지 나타났다. 혁신의 단어를 많이 접하는 한 사람으로 공간혁신이 전시성 행사가 아닌 책에 나온 것처럼 수업이 좋아지고, 아이들의 정서발달과 쉼과 삶이 있는 공간으로 거듭되길 바란다. 단순한 인테리어 업자를 양성하는 공간혁신이 되지 않기를. 전시성 업무추진으로 담당교사가 수업이나 학생생활교육이 아닌 공간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 적절한 선으로 지키길 바란다. 단 학교의 모든 이들이 함께 참여해 누군가(건축가나 상위기관 입김)의 떠먹임이 아닌 학교에서 생활하는 한 명 한 명의 의견이 반영된 공간 구성이 되길 희망한다. 이거 해줘라 저거 해줘라의 소비자 문화에서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보고 만들어보면서 그 공간의 소중함을 느끼는 생산자 문화의 공간혁신이 되길. 긴 여정의 공간혁신 과정으로 남는 것이 지침과 매뉴얼, 사례발표만은 아니다. 생산자 문화로 민주시민으로 서로 토론, 공감하는 문화로 형식적인 그릇인 건물만 바뀌는 게 아닌 그 안에 채워질 내용인 개인의 인식과 사람 간의 관계도 변화되길. 가죽을 벗겨내듯 변화한다는 약간은 무서운 말인 혁신처럼.(원고지 9.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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