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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산 Jun 13. 2024

두 장도 아니고 여러 장도 아닌 낫짱이 간다. 당당하게

낫짱이 간다-차별에 맞선 조선 아이 낫짱 이야기, 김송이, 보리

최근 '을질 조례안이 충남남도의회 교육상임위에서 통과되었다. 조례안을 추진한 곳의 소속 교원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뒤 맥락을 파악해야 정확한 진위를 알겠지만 '칼퇴, 초과근무가 을질이라는 생각 해 보기 문구가 있다. 그 전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생각해 보기(을의 갑질?)

출근은 내 맘, 퇴근은 칼-출근은 여러 가지 이유로 늦지만, 퇴근은 퇴근시간 전부터 미리 준비하여 정시에 퇴근하려는 행동

상사는 직원을 귀찮게 해! - 상급자의 정당한 업무지시임에도 자기 생각과 다름을 이유로 상급자의 조언을 잔소리로 여기거나 업무에 소극적인 행동

내일은 남일, 남일은 남일 - 자신의 업무임에도 여러 가지 가벼운 사유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행동 

기한은 있으나 마나 - 공문 제출, 사업 진행 등의 기한이 임박했음에도 정상 근무 시간이 지났다고 퇴근하여 직장동료나 상급자가 업무를 늦게까지 대신 업무 처리하게 하는 행동


5-1. 귀하가 경험한 역갑질(을질)은 어느 유형입니까? (   ) 

1) 복무규정 등 법령 위반

2) 비인격적 행동(욕설, 험담 등)

3) 업무처리 부적정(기한 초과 등)

4) 정당한 업무지시 거부 또는 태만

5) 일상업무를 위한 반복적인 초과근무

6) 직원 상호 간 배려와 이해 부족 

위 문항 보기 여섯 가지가 다 역갑질(을질)이라는 걸 전제로 한다. 반복적인 초과근무와 배려와 이해 부족까지 포함한다는 건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이때 생각난 동화책 낫짱이 간다가 떠올랐다. 맥락이 조금 맞지 않나 싶긴 하지만 차별에 맞서는 이들이 갑이든 을이든 당당하게 주장해야겠지. 사람을 갑을병정 등으로 등급을 나누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수능등급으로 학생들을 고기 등급 나누듯 나누고, 그게 이후 삶을 좌지우지할 것처럼 낙인찍어버리는 게 싫다. 고등학교 때 내신등급이 좋지 않았지만 나름 역전한 날 보면 그 등급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 스스로 가치 등급이 중요하다. 


 이 책은 2008년 한국글쓰기연구회 여름연수 때 만남 김송이 선생님 동화글이다. 일본에서 한국글쓰기연구회 여름연수를 위해 달려오신 거다. 권정생선생님 추모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그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재일동포이며 조선학교를 다닌 분이다. 정확한 연세는 모르겠지만 오랜 인생 연륜이 묻어있었다. 그런데 생각은 젊으신 분 같았다.  2008년 한국글쓰기연구회 여름연수 때 만남 김송이 선생님 동화글이다. 일본에서 여름연수를 위해 달려오신 거다. 이런 분들은 많지 않다. 꼭 한 두 분 정도만 계신 것 같다.  많이 있으면 이 세상이 더욱 재미있고 생기 넘치텐테.

 이야기 주제는 "차별에 맞선 조선 아이 낫짱이야기"다. 동화책 표지 상단 왼쪽 그림처럼 여자 아이가 빗자루를 창처럼 세워 들고, 왼쪽 팔을 옆구리에 차고 있는 모습이 장군 같다. 당당한 이순신 장군이나 전봉준 장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여자아이인데 남자 위인을 이야기하는 모순을 보이는구나. 우리나라 여성 인물들이 많아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지역사를 공부할 때 보면 여자 인물이 거의 없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근현대에서 여성의 역할이 얼마나 언급되지 않았는지 말해준다. 다행인 게 현대에는 많이 등장할 것 같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해방 후 일본이다. 조센징이라는 차별은 받으며 살아가지만 불의나 부당한 대우에는 당당하게 맞서는 낫짱이 주인공이다. 이름도 짱이 붙어 뭔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여자아이들을 괴롭히고 고무줄을 자르는 등 짓궂은 남자아이도 그냥 막 혼내는 여전사처럼 말이다. 낫짱은 아빠의 말씀을 잘 듣는다. 조선인 아빠는 일본 교장선생님 앞에서 부당한 대우 - 양쪽 이야기를 듣지 않고 한쪽 이야기만 듣고 자신을 불러 훈계한 교장을 쌩 혼내는 장면이 나온다. 시의원인 상대방 학부모를 두둔하기 위해서였는데 되려 쩔쩔매는 모습을 보니 통쾌했다. 역시 아이들의 인성은 부모 영향이 크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된다. 그리고 항상 학생이나 어른들의 싸움이 날 경우 쌍방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낫짱이 주변 일본아이까지 변화시키는 모습을 정말 놀라웠다. 그 변화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고 침묵하거나 또는 용기가 없어하는 일본아이를 변하게 만들었다. 아니 그 스스로 변하게 기를 주었다곤 할까. 그 일본아이는 가메타니는 조선사람이 아닌데 '긴타마'라고 자꾸 놀리는 데라우치를 학기말 학급회의 시간에 비판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긴'를 한국식 성 ' 김'으로 오해해서 생긴 일이다. 그 사실을 당당하게 밝힌 것 그리고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는 항마니를 큰소리로 불러 자신이 재일동포 조선인임을 당당하게 알릴 때 눈시울일 붉어졌다. 일본사회에서 자신이 조선인임을 밝힌다는 것은 큰 용기이다. 대부분은 그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끝까지 비밀로 하거나 굳이 밝히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이 동화책을 통해 어른들이 누가 더 어린이 같을까를 내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 초등학교 3학년 소녀를 통해 비겁하지 않을 용기와 당당함을 배웠다. 교사이며 동화작가인 송언 작가를 통해 동화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교실 속 아이들의 삶을 찬찬히 관찰하고 같은 눈높이로 아이들을 대하며 써 내려간 동화가 생각나곤 한다. 아이들 동심을 알려면 더욱 다양한 동화를 읽어야겠다. 동심을 아는 길은 아이들 세계에 대한 편견 없는 관심이다. 그들에 세계로 빠져드는 것, 또는 나의 어릴 적 동심으로 되돌아가 유년시절 일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중요하겠다. 이 책에서는 세상을 보는 눈이라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작가는 세상을 보는 눈을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나 보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고 있었을까? 역갑질 논란이 등장하는 이때 세상을 보는 눈, 세상을 읽는 눈을 냉철하게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위 사례처럼 뒤로 뒷걸음질 치지 않으려면. 저수지나 연못처럼 고여있는 곳에 살지 않고 바다를 꿈꾸며 나아가는 강이나 냇가의 물고기들은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지느러미 등을 이용해 몸을 흔들며 움직인다. 사람들도 세상에 떠밀려 생각을 멈추지 않으려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그게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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