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위한 참쉬운 글쓰기/안태일/아이스크림/2021
몇 달 전 온라인 연수사이트에서 만난 책이다. "참쉬운 글쓰기. 적당히 배워서 알차게 써먹는 글쓰기 특강!" 여러 작법서를 만난 경험을 비추어볼 때 저자들은 다 쉽다 이야기한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그 쉬움이 글쓰기를 경험한 성장과정, 인지과정이 다들 다르니 글쓰기의 난이도도 다를텐데. 이렇게 쉽다고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지나친 자신감을 준다는 생각이. 하지만 결론은 노력이란 걸 마지막에 느끼지만. 여기에서는 글쓰기 기본 공식을 알려준다는 상술(?)에 넘어갔다. 번번히 이렇게 넘어가고 다시 또 다른 글쓰기 작법서를 골라 드는 걸 보면 글쓰기도 중독성이 강함이 틀림없다.
저자 안태일선생님은 국어교사도 아닌 일반사회가 전공인데도 글쓰기를 강의하고 책까지 냈다. 전공이 아닌 이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교사출신인지라 업무가 빨라지면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반대로 자존감이 높아지면 업무가 빨라질까. 아니 업무를 없애면 자존감은 극 상승할 것 같다. 매년 반복되는 가정통신문 문구나, 학부모 대상 단체 문자를 보낼 때 또는 기획서나 공문을 쓸 때 다른 학교 참조 예시안이 아닌 진정성이 담긴 매끄러운 표현의 글, 우리학교 실정에 맞는 따뜻한 글을 써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많다. 이렇게 학교현장에서 글쓰기의 가려운 부분을 알고 있는 친절한 선생님 같은 분이 쓴 책이다. 탤짱샘이라는 별명답게 강의도 화끈하다. 갑자기 구호를 외치다가 나와 연배가 비슷해서 인지 간간히 아재개그를 선사한다. 알고 보니 해병대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구호 외치기를 좋아했을까. 안되면 될때까지하는 군훈처럼 이 글쓰기도 집요하게 끝까지 연구를 했나보다.
" 내가 누군가를 더러운 언어로 험담했다는 소식이 그 대상에게 어떻게든 들리게 되면 그 대상은 더욱 참혹한 언어로 다시 나를 냉엄하게 험담할 것이다. 또한, 내가 누군가를 험담했다는 추악한 사실을 들은 선량한 이들은 그 험담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더러운 입을 놀린 나를 좋게 볼 리 없다. 그렇다. 험담은 멀리 있는 길을 결국 돌아와 내 등에 핏빛 연기를 뿜으며 꽂힌다. 잊지 말아라. 결코, 남을 험담해서는 안된다."
(42쪽 인용)
나만의 문체 만들기 공식에 나온 문단이다. 핵심문장, 이유문장, 이유의 근거문장, 구체적 예시 문장을 활용한 문단이다. 복문을 단문으로, 단문만이 아닌 복문을 적절하게 함께 쓰면서 글의 리듬이 느껴지게 한다. 또 지나친 수식어 사용을 자제하라는 것. 이렇게 글을 요리하면서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어보라 한다. 패러디 글쓰기가 그 시작이라고 한다. 단순한 필사가 아닌 좋은 문장을 바꿔써보라는 말이 와 닿았다.
"조니
이제 다 잤니 너무 잠들었잖아. 우리 수업한 지가 고작 2분이 지났을뿐인데. 우린 참 어려웠어.
잘 먹는다고 전해 들었어. 가끔. 벌써 점심, 좋은 반찬 나온 날 눈뜨고 먹고 있어. 굳이 내게 전하더라.
잘했어 넌 못 참았을 거야. 그 허기짐을 견더내기엔.
조니? 배불러서? 수업을 시작할 땐 네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헤어 나오지 못해. 네 코골이 들린 날은 더
조니? 그 소리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네가 조금 더 눈뜨면 좋겠어.
진짜 조금 내 수업 십 분의 일만이라도 버티다 엎드려줘.
좋아? 정말 조니? 딱 자기 좋은 수업 정도니? 난 딱 알맞게 베개 주지 못한
뒤끝 있는 너의 옆 반 선생님일 뿐. 졸렸던 그저 그런 선생.
가수 윤종신의 '좋니'란 노래를 패러디 글쓰기 훈련한 작품이다. 이렇게 패러디 글쓰기 훈련의 요령으로 저자는 원문을 분석하면서 읽는다. 글쓰기 공식(메타인지 글쓰기, 달라졌어요 글쓰기 공식)을 떠올리며 작가의 글쓰기 공식과 비교한다. 문장 뭉치기 공식을 떠올리며 작가의 문장 패턴을 분석한다. 수식어의 위치, 묘사 기법, 호흡을 분석한다. 작가의 '자세'를 주의 깊게 살펴본다. 조금은 건방진 자세를 갖는다. 나라면 어떻게 썼을지 생각한다. 원문을 옆에 두고 패러디 글을 써본다. 글의 주제와 방향을 정한다. 처음에는 명사 위주로 바꿔본다. 수식어와 서술어도 바꿔 본다. 흐름을 타면 원문을 내려놓고, 내 마음대로 글을 밀고 나간다. 이렇게 패러디 글쓰기 훈련법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최적의 글쓰기 연습장소는 리뷰(쇼핑몰, 도서 등) 글쓰기 온라인 사이트라고 한다. 자신을 숨기면서 많은 독자들의 댓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고 한다.
작가는 정답이 아닌 힌트를 주었다 이야기한다. 결국은 다른 다양한 글쓰기 책을 더 보라고 한다. 역시 쉬운 글쓰기란 없을것이다. 이런 요령도 작가만이 찾아간 고난의 길이 있었을 것이다. 최고의 독자인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시작으로, 그 다음 또다른 나인 남들을 위한 글쓰기로 나아가라 한다. "핵심문장, 이유문장, 이유의 근거문장, 구체적 예시 문장을 활용한 문단이다. 복문을 단문으로, 단문만이 아닌 복문을 적절하게 함께 쓰면서 글의 리듬이 느껴지게 한다." 저자는 이 공식만은 아니겠지. 이런 글쓰기 공식을 만들기 위해 글쓰기 공부로 7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무언가에 미쳐야 그곳에 미친다. 그래 글쓰기가 무엇인지 나만의 감이 올때 까지 계속 작법서는 읽어보자. 아니 작법서만이 아닌 다양한 글의 책을 읽고 써보자. 나만의 글쓰기 공식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단 읽기만 하지말고 쓰기까지 해야겠지. 글발이 서러면 '글'을 쓰기 위해 '발'로 많은 곳을 다니는 경험도 필요하겠지. 몸으로 쓰는 글쓰기가 진짜 글이다. 책상머리에서 나온 먹물이 쓴 글을 쓰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