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거실에는 늘 커다란 매트가 한 장 깔려 있다. 첫째가 아직 아기였을 때에는 퍼즐처럼 끼워 맞추는 폭신한 재질의 작은 매트를 여러 개 모아놓은 것이었다가 둘째가 걷기 시작하고부터는 양탄자 같은 한 장짜리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멋을 중시하고 싶다나 뭐라나.
사실 아장아장 갓 걸음을 뗀 아이들이 혹시라도 넘어져서 마룻바닥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 조금 푹신한 곳에서 넘어지면 충격도 덜하지 싶어서.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가게에 가서 물건을 둘러볼 때에는 '아이들도 어린데 대충 쓰지 뭐' 하는 마음이었다가 일단 돈을 내고 우리 집 물건이 되고 나면 '깨끗이 쓰자' 고 바뀐다. 뭘 먹으면서 앉아 있지를 못하고 줄줄 흘려대는 아이들이 그득한데도 그러는 걸 보면 새 물건의 마법인가?
사실 전에 쓰던 매트도 살 때에는 '오래오래 깨끗하게'라는 마음이었다. 일부러 빨래도 가능하다는 걸 골랐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 커서 세탁기에 넣을 수가 없었다! 두툼한 탓에 접어지지도 않는데 이걸 어떻게 세탁하라는 건지! 둥이들이 아직 누워만 있을 때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둥이들이 뒤집고 기고... 아니다 앉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릇에 담아주는 죽 같은 이유식을 숟가락으로 손가락으로 죄다 헤집어서 바닥에 흩뿌려댔다. 스스로 숟가락질해서 입으로 넣으려는 노력은 가상했으나 대부분 바닥으로 직행하는 탓에 보는 나는 속이 터졌다.
한 장짜리 매트는 퍼즐매트보다 두께가 있고 재질이 천이어서 발에 닿는 느낌이 참 좋았다. 살에 닿으면 시원~한 것이 푹신하기까지 하니 아이들은 침대 위에서 점프하는 것처럼 콩콩 뛰면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한창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둥이들은 목욕을 하고 나서도 수건으로 몸도 다 닦지 않은 채 달려와서 매트 위를 질주한다. 옷을 좀 입어주면 좋으련만 온 몸으로 자유를 느끼고 싶은 건지 맨 몸으로 뛰어다니며 옷을 들고 쫓아다니는 내 손을 요리조리 피하기 바쁘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벌린 입 옆으로 침까지 흐른다. 보는 나까지 웃음이 터져 나와 입히지 못한 옷을 들고 쳐다보고 있으면 사건 발생!
갑자기 얼음! 하듯 멈춰 선 둥이 중 누군가의 다리 사이에서 물줄기가 터져 나온다. 화장실로 달려가 주거나 마룻바닥에 갈겨주면 차암 좋은데, 꼭 매트 위로 흔적을 남겨주신다. 한두 번 당해본 일도 아니건만 침착하게 미소 지으며 "괜찮아, 치우면 되지"가 잘 안 된다.
그날은 순전히 나의 부주의였던가.
선둥이를 목욕시키려고 아무 생각 없이 옷을 벗기며 기저귀 한쪽을 뜯어 내리는 순간 "악!!!"
데굴데굴 굴러가는 엄지손톱만 한 까만 덩어리...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이는 깜짝 놀라서 발을 굴러대며 소리를 쳐 대고 그야말로 멘붕. 입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영혼을 간신히 밀어 넣고 입으로는 괜찮아를 연발하면서 손으로는 물티슈를 끄집어내어 닦아댔다. 살살 뽑아도 꼭 두장씩 딸려 나오는 물티슈는 마음이 급해서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매번 뽑아 쓸 때 보다 두툼했다.
그 와중에 머릿속에 칠칠치 못하게 떠오르는 생각은 '매트 산지 얼마 안 됐는데' 하는 것이었나.
매트 위와 선둥이 엉덩이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어찌나 소리를 꽥꽥 질러댔는지 목이 다 칼칼했다.
저녁 늦게 아이들이 잠든 사이 새 차라도 산거처럼 애지중지하는 남편에게 살그머니 매트 이야기를 전했다. 새로 사야 하는 걸까, 나는 왜 기저귀를 확인도 안 하고 있는 힘껏 벗긴 걸까,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미안, 아까 매트에 선둥이 똥 흘렸어."
"괜찮아. 언젠간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어"
오잉?! 아니 이런 쏘 쿠울~ 한 대답이 있나.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에 왜 그런지 한껏 졸아있던 나는 남편에게 너 쏘 쿨해서 완전 멋지다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고 함께 폭소를 터뜨렸다.
매트는 나름 소독(?) 도 하고 깔끔하게 닦은 뒤 신경이 쓰여서 수건을 접어 올려놓고 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디였는지 희미해지는 기억과 함께 잊혔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굴러다니기도 하고 뭔가 흘리면 웃으며 닦을 줄 아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쏘 쿠울~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