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인생이 뭘까?"
어제는 정말 좋았다. 낮에는 먹고 싶던 로제크림 파스타를 실컷 먹었고, 저녁에는 누룽지를 끓여 김치전도 먹었다. 심지어 대탈출을 보며 비비고 왕만두와 고추장아찌를 함께 먹으며 우리는 배부르게 웃고, 재미있게 놀았다.
시간 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이 즐거움을 오래도록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내일 출근해야 하는 백을 위해 우리는 대탈출이 끝나자마자 티브이를 끄고 방울토마토화분에 물까지 주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
오늘도 역시 남편은 금방 잠들어버렸다.
곧 남편의 숨소리만이 작은 방에 가득 찼다. 갑자기 이마가 간지러워 만져보니 뾰루지가 났다. 그날이 온다는 증거다. 아 벌써 한 달이 지나 또 그날이 다 왔네? 어우 지겹다 지겨워하다가 어두운 생각이 몰아쳤다.
며칠 전 보고 온 엄마 아빠의 건강이 걱정됐다. 30년을 같이 살다가 떨어져 살다 보니 별 걱정이 참 구체적으로 생긴다. 갑자기 아프시게 되면 어떡하지? 좋은 병원을 미리 알아놔야 하나? 아 진짜 오래오래 같이 살고만 싶은데 왜 사람은 금방 늙어버리는 걸까? 늙는다는 건 무슨 느낌일까? 생각의 꼬리를 길게 늘여서 나 혼자 줄넘기를 오지게 했다.
이렇게 혼자 줄넘기를 하다가는 숨이 차버릴 것 같아 등을 돌려 잠을 자는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어쩌면 내 말을 듣지 못한다 해도 괜찮았다. 그저 내 불안한 마음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싶었을 뿐.
"자기야, 인생이 뭘까?"
그러자 남편은 암막커튼을 쳐버린 탓에 아무것도 뵈지 않는 어두운 방에서 손으로 더듬거리며 내 얼굴을 찾았다. 스리슬쩍 튀어나온 내 광대 덕에 숨은 얼굴 찾기는 금방 끝났고 백은 입을 열었다.
나는 남편의 손을 잡으며 지금 잠꼬대를 하는 건지, 제정신인지 재차 물었다. 방금 전까지 코를 골고 자다가 인생 이야기를 한다고? 어쩌면 인생은 이처럼 알 수 없는 순간들의 모음집이겠구나 싶었다.
남편은 또 말했다.
"그냥 우리 둘이 이렇게 같이 자고, 먹고, 노는 것만으로 너무 좋잖아요"
그렇구나. 그렇지. 나도 분명 두 시간 전만 해도 우리 둘의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좋았는데, 난 왜 그 시간의 감정을 쉽게 잘라버리고 말까. 순간 잠이 확 깨버린 나는 거실로 나와 스탠드 조명을 켰다. 지금 이 감정을 까먹지 않기 위해 남편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새벽 2시 30분의 일이다.
편지를 쓰려고 테이블 앞에 앉았는데 자연스레 테이블 모서리에 놓여진 방울토마토 화분에 눈이 갔다.
정말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침실로 가기 전만 해도 키가 작았던 새싹이 불쑥 자라 있었다. 불과 2시간 만에 뿅 하고 커버린 거다!!
우리가 침대에 누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고뇌할 때, 새싹은 그 순간에도 자라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편지를 다 쓰고 나니 이제야 알겠다.
우리는 방울토마토처럼 살아야겠다는 것을.
저 작은 새싹은 더 큰 잎이 되고, 큰 잎에 봉우리가 생기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게 될 방울토마토처럼 자연의 순리대로 우리는 어렸고, 젊었고, 늙는다는 것을. 모든 것은 흘러가는 것을. 그러니 그 유명한 노랫말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두고, 흘러간 것은 흘려 보내고. 그저 지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