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에서 받은 뜻밖의 질문

체험, 면접 현장

by 프니

2019년 초겨울, 홍대에 위치한 아동도서 출판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 프로면접러인 나는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조촐한 의식을 드리는데 그것은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라이언이 그려진 티슈와 자일리톨을 사는 것이었다.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앞으로 30분 동안에 흘릴 콧물을 쥐어 짜내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흥 하고 풀린 콧물처럼 오늘은 좀 잘 풀렸으면 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볼게요, 우리나라의 지나친 학구열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전 직장에서 무슨 일 하셨어요, 왜 그만두셨어요 등의 상투적인 질문만 받았는데 이 질문은 꽤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의 면접 승패를 결정짓겠구나 라는 느낌이 팍 왔고, 나는 한껏 있어 보이는 답을 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나뒹구는 생각과 단어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내려 애썼다.


음,, " 제 생각에는요.."


역시 입은 머리보다 빨랐다.

방탈출 마지막 문제의 답을 알아낸 사람처럼, 아주 비장한 목소리로 나는 입을 열었다. 자연스레 몸은 앞쪽으로 쏠렸고, 면접관들의 눈동자가 다 내 작은 입을 향했다.


"우리나라가 지형 특성상 굉장히 좁잖아요, 좁다 보니까.. 왜 옛날에는 이웃집 수저가 몇 개인지 다 안다고, 그만큼 서로 가깝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고, 삶을 나누고, 아이의 성적을 나누고, 그러다 비교를 하고, 걱정이 되고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대단한 말이라도 나올 줄 알았던 청중들의 얼굴에는 실망이에요라고 쓰여있는 것 같았다. 나도 실망이었다. 무려 한반도의 지형 특성까지 대면서 나름 배운 사람처럼 답한 줄 알았는데, 심지어 속으로는 " 아 나 졸라 창의적이야. 짱짱."을 외쳤는데 말이다.


허허.. 하고 짧게 웃던 안경 쓴 면접관(사장님)은 그럼 땅이 넓은 미국은 학구열이 우리나라보다 덜 하겠는지 되물었다. (예?..)


음,, 그렇게 난데없이 우리나라의 학구열 문제에 대해 5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답을 찾긴 어려운 것 같다는 끝맺음으로 면접도 끝났다. 더 이야기 하다가는 우리나라의 정(情)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올만큼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있었다.후후


합격 연락이 오지 않았고, 내게 남은 건 면접 기념용 출판사 이름이 박힌 촌스러운 하늘색 머그컵뿐이었다. 양치용 컵으로 전락해버린 그 컵을 하루 3번 만날 때마다 나는 그때 그 질문을 떠올린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지나친 학구열 원인이 뭐지?

뭐라고 말을 했어야 됐을까?"


비록 그 추운 겨울에 꽁꽁 언 바닥을 3cm 구두를 신고 걷다가, 500원짜리 티슈, 자일리톨을 사고, 세 시간이나 걸린 왕복 교통비를 지불한 가성비 안 좋은 면접이었지만, 나름 재미있고 유익한 면접이었다.


결혼은 안 하실 건가요? 등의 무례한 질문 보다는

3,000배 나았으니 말이다.





체험 면접 현장 -첫 번째 이야기
"아동출판사 사무직 면접"-학구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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