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계세요, 잡플래닛 님.

3개월간 취업에 성공하셨나요, 고객님?

by 프니

잡플래닛으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왔다. 구매한 3개월치 열람권이 2020.05.25일부로 만료가 되었다는 안내였다. 그 당시 남편은 이직 준비에 한창이었고, 나는 취업준비에 한창이었다. 1개월은 너무 짧은 걸 같고.. 3개월 할까, 6개월 할까? 고민하는 내게 남편은 그래도 3개월이면 충분하지 않겠어?라고 말했고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에이, 3개월이면 충분하지! 스얼마...



자, 그 충분할 것 같던 3개월이 지났다. 코로나가 조금 완화되었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고, 남편은 여전히 다니던 회사에 재직 중이고, 나는 여전히 백수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닌데.. 내가 세운 인생계획에 또 당해버리고 말았다.




잡플래닛을 결제하며 "이번에는 정말 좋은 회사를 찾겠어"라며 두 주먹을 불끈하던 나였건만, 3월의 어느 날 그 사건이 터졌고, 집으로 와 펑펑 울고 밥을 먹으면서도 울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이야기하면서도 울고, 자기 전에도 울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남편에게 말했다.


"자기야 나 회사 안 다닐래."


남편은 역시나 그래도 된다고 했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라는 따스한 말로 날 위로했다. 우리가 아무리 딩크라고 하건만, 그래도 둘이 벌 수 있을 때 많이 버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당분간은 회사에 나가기가 정말 정말 싫었다. 세상에서 최고로 맛없는 하이라이스를 싹싹 긁어먹는 일만큼이나.


다음날 퉁퉁 부어버린 눈을 부지런히 뜨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머리는 상투를 올려 바짝 묶었고, 얼음이 가득 담은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사람인 대신 엑셀 창을 열었다.


이번에는 하고 싶은 걸 꼭 해보자


하고 싶은 걸 적어보기로 했다. 영상편집도 배우고 싶고, 독립출판도 또 하고 싶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도 하고 싶고, 터무니없지만 분명 재미는 있을 것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점점 나의 계획으로 가득 차는 셀들을 바라보며 나는 웃음이 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한 번씩 도전해보기로 다짐했다. 대학 졸업 후, 적성에도 안 맞는 자격증으로 적성에도 안 맞는 일을 죽어라 하고, 결혼을 하고 퇴사를 했더니 그동안 내가 무엇을 했지? 싶었다. 분명 뭔가를 했는데 "왜"했는지에 대한 답은 오직 하나였다. 그냥 돈이었다. 어쩌면 그게 정답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는 새로운 답을 찾아보고 싶어 졌다.



회사에 다니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지고 의기소침해하는 자신을 보고 본인이 얼마나 회사의존형인 사람이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던 친구. 친구가 내게 던진 말은 오래도록 내 가슴을 울렸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에 다니지 않는단 이유로 괜히 패배자 같고, 날 반기는 이, 그리워하는 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런 시간.

더 이상 그렇게만 남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 이번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서는 일정의 돈이 필요하니, 우선은 돈을 버는 것을 첫 스텝으로 정하고 사람인, 잡플래닛 대신 알바몬, 알바천국을 기웃기웃거렸고, 그렇게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겨버렸다.



그리고 3개월


그 결과, 3개월 동안 돈을 벌었다. 벌긴 했다. 3월 말, 유튜브 시나리오 작가를 하며, 건당 14,000원 정도의 페이를 받기도 했고, 4월 말에는 쿠팡 상품등록 알바도 시작했다. 2월에 만들었던 전자책도 잠을 자는 사이 구매가 일어났고, 3월에 새로 시작한 블로그의 애드포스트 수익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리고 참 고맙게도, 2018년에 만든 독립출판의 인세도 아주 가끔 들어왔다.


돈 벌고 신나서 인스타에 올렸던 날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돈을 벌어다 주기도 하고, 오늘의 나가 미래의 나를 위해 열심히 돈을 벌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쑥 내게 찾아온 감정이 있으니 바로 설렘과 행복이었다.


그럼에도 힘든 순간은 잊지않고 날 찾아왔다. 하지만 그 위기의 언덕을 만날 때마다 또 하나의 달달한 보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보, 아 오늘 책값 3만 원 들어왔어! 대박"

"여보, 오늘 알바 하나 더 하게 됐어!"


조용하던 내 통장에 시끄러운 일들이 슬슬 많아지기 시작했고, 남편은 쌍 따봉과 동시에 웃음을 날렸다.



노동, 백만 원


이게 3달 동안, 내게 일어난 일이다. 잡플래닛의 만료가 다가오던 3달 동안 내가 벌은 총수익은 100만 원 정도. 크하하. 노동에 쏟은 시간 대비 너무 적지도 않은, 납득일 갈만한 금액. 나는 이 귀여운 액수에 기분이 좋아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날아가버리고만 싶었다. 그리고 이성을 찾고 목표를 조금 수정했다. 이제는 두 달에 백만 원, 그다음에는 한 달에 백만 원, 그리고 그다음에는 3주에 백만 원, 3일 만에 백만 원을 만들어보겠다고.!


회사에 가지 않으니 삶의 의욕이 생기고, 활기차다. 근 6년간의 회사생활은 내게 지옥이요, 형벌이요, 악몽이었다.

그렇지만 회사도 가끔은 좋았고, 즐겁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회사에 다니는 건 싫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면접 근처에도 가보지 말고,스스로 집구석에서 돈을 벌 루트를 만들어놓자!라는 첫 번째 플랜이 성공!이라고 전광판에 써지던 순간, 나는 하나의 소중한 수확물을 얻었다.



"세상에 나를 위한 일은 분명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정말 짜릿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6년간 돈을 벌면서도, 못 느껴 본 성취감을 100만 원에 느낀 사람이 바로 나다.


이제, 나는 또 새로운 대장정에 오른다.

8월, 내 모습을 기록하러 올 나를 위해 목표를 써본다.



2020.05.26-2020.08.26간 목표

1. 두 달 동안 100만 원 벌기

2. 독립출판 원고 총 10개 만들기

3. 치과치료 꾸준히 잘 받기

4. 블로그 방문자 2,000 만들기



잡플래닛 열람권은 당분간 필요 없을 듯 하다.

안녕히계세요, 잡플래닛

전 이제 회사의 모든 리뷰와 면접을 벗어나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사람인도 행복하세요~~~~!




이렇게 나의 체험, 삶의 현장은 시작 된 것이었다.....

-투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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