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자: 아이 없는 기혼여성(체험, 면접현장)
올 1월, 퇴사 후 신천지 31번 슈퍼전파자로 인해 코로나 감염이 심각할 정도의 수준으로 전개됐다. 오래 쉬다가는 일을 못 구할 거 같아서 퇴사 직후 부지런히 이력서를 제출했다. 전화는 꽤 왔다. 한 30곳 정도 썼는데 4곳에서 연락이 왔고, 2곳만 면접을 보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는 2전2패. 모두 불합격. 그 때 새로운 면접이 잡혔다.
“혹시 결혼 하셨나요?”
그날은 여전히 잊을 수 없다. 내 인상, 미소, 성격, 이력 어느 한 군데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없다며 본지 5분도 안 된 나를 칭찬하던 그 면접관은 내게 물었다.
“혹시 결혼 하셨나요?”
“네, 작년에 했습니다. 문제가 될까요?”
그에 대한 답은 정말 가관이었다. 우리 신혼집은 15년된 구축아파트 15평. 이력서에 기재 된 내 거주지를 보고 아,, 이런 좁은 아파트에 사는 거라면 결혼을 했겠구나! 싶어서 물어봤다고하며 "사실은 이력서를 보고 미혼이기를 바랐는데 기혼자라고 하시니.."하며 말끝을 흐렸다
“아니, 그러면 진작 물어보시지. 좀 당황스럽네요.”
“그래도 전화로 물어보기에는 민망하니까..허허, 근데 그 아파트를 고른 이유가 따로 있나요? 너무 좁지 않나?" 라는 어이없는 오지랖에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차라리 전화로 물어보시지 그랬어요.
그러면 제가 이 강풍주의보를 뚫고 면접을 보러 오지도 않았을뿐더러 기혼자라서 안 됩니다. 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수치를 안 당했을텐데요? 하고 대들고 싶었지만 또 구직자 입장인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오히려 직원에 대한 복지가 구축 되지 않은 그의 회사 시스템에 위로를 표했다. 내가 생각해도 쓸데없고 경이로운 오지랖이었다.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다고 말해봤자 믿지 않으시겠죠?" 라는 나의 한마디에 그건 절대 안 믿는 다고 손사레를 쳤다. 다들 그렇게 말하고는 임신하고 나간다며 껄껄 웃는 그의 얼굴이 너무 얄미워서 정말 난동을 피우고 싶은 것을 참고 또 참았다. 더는 서로 할 말이 없을 거 같다며 자리에 일어나 코트를 입으려는데, 그는 마지막 한방을 날렸다.
“그래도 남편이 잘 벌면 되지, 뭐. 남편 돈 많이 벌라고 응원 많이 해줘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그전까지의 말들은 그냥 "아 이런 꼰대를 또 보네" 하고 꾹꾹 참을 수 있었지만, 결국 그 마지막 말은 나는 집에서 애나 보고 살림이나 하면서 남편이 돈 많이 벌어오길 바라라는 것 아닌가
그 때, 옆에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던 실무자가 면접관의 발언을 듣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아마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럼에도 면접관은 "남편 출근 할 때 잘 챙겨주세요" 하며 손소독제를 손에 쥐어주는데, 진짜 약주고 병주냐. 병이냐 약이냐. 아니, 약도 아니고 병도 아닌 이런 회사에 일 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온 내가 병신이었다.
참아왔던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문을 열어 우당탕탕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창밖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바람에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고, 조만간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질 예정인 위태로운 나뭇잎들을 보자마자 나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집으로 돌아와 몇날 며칠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앓았다.
버스를 타서도 흐르는 눈물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혼을 한 후 바뀐 거라고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상이 남편으로 바뀐 것 하나 뿐인데. 그 이상 달라진 거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세상은 기혼여성을 그렇게 봐주지 않았다.
이럴 거면 기혼여성 금지라고 공고에 쓰지 그랬냐, 왜 나를 남편에게 종속된 사람처럼 대하냐,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신고대상이다, 그럼 기혼여성은 어딜 가서 일을 하라는 거냐 라고 삿대질을 하며 따지지 못해 한이 남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침대에 누워 잡플래닛 면접리뷰를 등록하는 일이었다.
"향후 인생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이없는 기혼여성은 아이가 있는 기혼여성보다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저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인줄 알았건만, 직접 겪어보니 울트라캡숑짱 별로였다. 생각해보니, 29살이 되던 해부터 면접 볼 때마다 꾸준히 들었던 질문들이 있다.
"향후 인생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혹시, 앞으로 인생의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인가요?"
"부모님과 함께 사시나요?"
등의 질문은 모두 결혼여부를 물어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당신, 유부녀지? 근데 아이도 없으면, 조만간 아이 낳으러 출산휴가 간다고 하겠네?, 그러다 돌아와서 육아하겠다고 퇴사할테고?" 라고 물어보지 않아서 고맙다고 해야할지, 참 씁쓸한 대목이다.
내 첫직장은 육아휴직 대체직이었다. 6개월간 휴직자리를 채우는 일이었다. 출산휴가와 별개로 육아휴직도 1년이나 주었으니 여자들이 일하기에는 꽤 편하고 좋은 일자리였다.참 단순하고 순수했던 나는, 모든 회사들이 이렇게 육아,출산휴가를 보장해주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여전히 여성에 대한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곳은 널려있었다. 친구는 아이를 낳은지 3개월만에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조금 더 쉬고 싶었지만, 회사의 방침상 휴직은 3개월뿐이라고 하니 다시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을 수 밖에 없었다.
"자기는 결혼했냐고 물어 본 적 있어?"
여전히 이직 면접을 보러 다니는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고개를 기웃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음, 생각해보니 없는 것 같은데? 근데 그냥 내가 말했어. 왜 이직하려냐고 해서 결혼해서 이사왔는데, 회사가 너무 멀어진 것도 있고.."
"결혼했다니 뭐래?"
"그냥 별말 안하던데?"
놀라웠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 유부남이오! 마음 편히 외칠 수 있다니. 나도 모르게 유부녀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의식했다는 걸 느꼈다. 들키면 안 될 비밀수첩처럼.
어쩌면 참 뻔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회사입장도 이해는 간다. 각자 사정이 있으니까. 근데 내가 저날 겪은 5분동안의 일은 내게 참 많은 생각을 던져줬다. 의미없는 면접에 마음을 다한 나는 의미 없던 구직활동을 잠시 멈추고 모아둔 돈을 털어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당시 면접관에게 내가 무슨 말을 했으면 좋았을까, 한편으로는 기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참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 어디서부터 문제인건가 싶고, 결국에는 기술이 답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내 힘으로 잘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용기가 피어났던 그날은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던 3월의 어느날이었다.
체험, 면접현장 두번째 이야기
기혼여성이 면접장에서 들은 뻔한 질문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