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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니 Dec 29. 2020

비상!!!!!! 브런치에 악플이 달렸다.

싫어요, 차단하기 꾸욱 눌러주세요^_^

어느 , (지난 여름) 브런치 알람이   하고 울려대기 시작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 있는 ,  당시 구독자가 50명도  되지 않았던 시절인데 갑자기   천명, 이천 명이 보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가지도 않아,  , 이만 명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글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눈곱도 떼지도 않고  글이었는데,  글을 3 , 아니 10 명이 보게 됐다고? 이거 무슨 일이지!


https://brunch.co.kr/@brunchhz4f/30#comment

범인은 브런치였다. 브런치가 내 글을 다음 메인에 노출시켜준 탓이었다. 생전 처음 받아본 브런치의 푸시는 마치, 등단이라도 한 것처럼 설레고 기쁘고 행복했다. 그러나, 역시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 것인가. 나는 점점 무서웠다. 그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보잘것없는 내 글에, 하나 둘 달리는 악플들이 그 범인이었다.


가장 어이없던 악플,
이런 여자랑 결혼 한 남자가 불쌍하다

지금은 모두 삭제되었지만, 여전히 내 뇌리에 또렷이 남아있는 자국들이 있다. 그 자국들은, 반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가끔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위축하게 만든다. 너, 글 쓰지 마! 너 따위가 뭐라고 글을 쓰냐.라고 말하는 것만 같기도 하고.


그 당시 글은 사실 별거 없었다. 백수였던 나는, 아침마다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지 못했다. 대신 편지를 쓰거나, 비타민씨를 현관문에 붙여놓는다는 그냥, 그런 개인적인 글이었다.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런 댓글을 받을지 몰랐다.


심장은 쿵쿵 대기 시작했다. 죄도 없는데 갑자기 죄인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는 느낌이랄까? 그 글은 결국 10만 뷰를 넘었다. 나는 진지하게 브런치에 메일을 써볼까 싶었다. 제발 내 글 좀 내려달라고, 더 이상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해 달라고. (당시 삭제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수많은 댓글 중에서, 가장 어이없던 악플은 "이런 여자랑 결혼 한 남자가 불쌍하다"였으며, 그 외에도 하루 16시간 움직이세요, 택배 상하차나 하세요 라며 나의 일을 걱정해주시는 분도 있었고, 새벽같이 나가서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밥을 차려 본 적 있냐며 혼을 내는 분도 있었고, 저런 거 붙일 생각하지 말고, 남편 자빠지기 전에 일을 하라는 것들이었다.


악플은 읽씹으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온갖 손가락질을 당하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비통하고 절망적이다. 악플이 달리자마자, 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죽을 소리를 하며 매달렸다. 나를 위로해달라고 하며 발버둥 쳤다.


누군가 말했다. 공개적인 곳에 글을 쓰는 순간, 더 이상 나만의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내가 의도한 대로, 모든 사람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말했다. 음, 듣고 보니 맞아.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래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이해 가지 않는걸?

그러자, 또 다른 이가 말했다. 보통,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감정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은 그냥 읽씹이 최고라고. 무시하라고.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지 않냐고 말이다. 그걸 하나하나 대응하다 보면, 나도 감정적으로 받아치게 되는데 그게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나를 말렸다. 음, 그것도 방법이겠네.


읽씹하시고, 차단까지 꾸욱!

이 외에도, 차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인신공격성의 악플이 많았는데 적지는 않겠다. 그들중 몇분은 닉네임을 외울만큼, 여전히 화려한 악플러로 활동중임을 알게 됐다. 그걸보니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 그냥 그분들은 어딜가든 항상 화가 나있는 것처럼 저러는구나. 아, 차단하기를 잘했다. 정말 잘했다.

악플이라고 나쁜 건 아니다.

바쁘고 바쁜 현대사회, 커피 한잔 여유롭게 마시기도 어려운 세상 속에서, 소중한 시간을 내어 나의 글에 악담을 퍼붓는 사람들의 심리를 생각해봤다. 그들은 왜 굳이 지나가도 되었을 그 시간에 나에게 악플을 달았을까?


그건 어쩌면 내 글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내 글을 정독해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런 욕을 먹어야 할 글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 그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아마, 그들은 이 부분에서 화가 났던 것 같다.

오늘도 남편은 문을 통해서도 다정한 아내를 만나는 이 시대의 복 받은 남자라고 세뇌를 당하고 있다. 호호

> 글의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이 문장만 보면, 새벽에 일 나가는 남편을 배웅해주지는 못할 망정, 잠에 취해 깨지 않고 배웅도 하지 않는 아내라고 자랑하듯 말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말 하나같이 남편의 아침밥에 대해 캐물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나는, 남편 밥 하나도 안 차려주면서 늦잠이나 자는 못된 아내로 보인 거겠지. 그래도 전업이면 남편의 아침밥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내 글이 참 불편하게 다가왔을 테다.


그런데 만약, 내가 저 문장을 쓰지 않고, 조금 둘러말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이런 수위의 댓글은 달리지 않지 않았을까 싶었다. 굳이 저 표현을 썼어야 했을까? 다른 표현은 없었는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음, 악플을 받고서야 내 글을 피드백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쁜 것만도 아닌데? 악플이라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거 같다. (그렇지만 인신공격의 악플은 무조건 나쁨!) 실제로, 나의 부족한 글의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더욱 많으니 댓글창은 살려두기로.


그럼에도, 꾸준히 쓸 것

첫번째 악플 세례를 받고, 나는 또다시 주기적으로 악플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타격감이 별로 없었다. 음, 그래. 댓글 삭제, 빠이하고 손을 흔들어주는 여유까지 생겼다. 정말 쿨해졌지만, 그럼에도 100% 쿨한 글쓰기를 쓰지 못하는 것도 사실.


언젠가부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글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욕을 안 먹을까 전전긍긍하며 글을 쓰다 보니, 내 글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냄새나는 글이 되어갔다. 바로, 노잼이라는 냄새.


갑자기 억울했다. 물론 공개적인 공간이지만, 엄연히 내 공간인데 내 목소리를 내기보다, 타인의 목소리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나는 다시 용기를 냈다. 또다시, 어마 무시한 악플이 달리더라도 다시 한번 내 스타일대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글을 쓰기로. 그럼에도, 꾸준히 써 내려가는 것, 악플에도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가는 것. 그게 어쩌면 악플러들에 대한 가장 큰 복수이자, 나를 살리는 일이다.


지금도 악플에 상처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옷깃에 묻은 악플먼지를 탁탁 털어버리고, 세탁기에 돌려 씻어내시기를. 그리고, 다시 브런치에 글을 써 내려가시기를 바란다.

+) 추가적으로, 브런치팀에서는 지나친 인신공격의 댓글을 지속적으로 다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강력하게 대응해 주시면 정말 좋겠다.


부족하고 투박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 님들, 지나치다가 좋아요 눌러주시는 분들,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 건전한 비판을 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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