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에서 들은 질문들-
"여기는 한 시간 반 동안 면접 본 데고, 어? 여기는 거기다! 해외여행 누구랑 갔는지 물어본 곳!"
남편과 옆동네에서 길을 헤맬 때였다. 어딘가 익숙한 건물이 보여 제대로 보니 1년 전 면접을 봤던 회사였다.
"와, 여기 진짜 피곤했는데. 인적성? 검사도 보고 한 시간 반 동안 면접 봤는데 아마 질문만 50개는 받은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술 좋아하냐고 묻더라? 근데 나 술 안 먹은 지 10년은 됐잖아. 술 좋아한다고 해야 했나?"
남) 뭐라고 했는데?
" 뭐.. 안 좋아한다고 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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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저런 질문을 숱하게 받아봤다. 심지어 한 곳에서는 나보고 술을 좋아하게 생겼다며 대뜸 관상을 보기 시작했고, "술은 그렇게 세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회식 마무리까지 남아있을 상이네요." 라는 평을 받았다.
헛웃음을 지었던 그 면접에서 나는 곧장 다음 주부터 출근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회식에 나가 1차에서 술을 한잔도 먹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차장님(면접관)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었다.
그 후부터 면접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면 솔직하게 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반년 뒤, 또 다른 면접관에게 술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은 거다.
"저는 술이 받지 않는 체질이라 즐겨 마시지 않습니다."
정직하고 재미없는 답변이었다.
그러자 면접관 5명은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며 그럼 친구들이랑은 무얼 하고 노냐며 되물었고, 나는 꼭 죄지은 사람처럼 떡볶이를 먹거나 카페를 간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답변이었다. 면접관들의 표정은 역시나 의아했고, 나 또한 떡볶이를 내뱉는 순간 아 탈락이다! 느낌이 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맥을 기막히게 말고, 주량은 두병 정도라는 거짓말을 하기도 싫었다. 어차피 입사 후 단번에 밝혀질 일들이었고, 실제로 저녁에 술 먹고 취해야 하는 회식을 너무너무 싫어하니까. 나다운 답이었다.
면접을 보다 보면 솔직하게 말할 것인지, 면접관들이 원하는 대답을 할 것인지의 사이에서 충돌이 생긴다. 하지만 면접도 소개팅과 같이 서로를 탐색하는 자리니만큼 충분한 대화를 통해 나랑 조금 안 맞다 싶으면 제 갈길 가는 게 서로에게 훨씬 더 좋은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그 후로도 묻는 답에 족족 나만의 답을 한다.
회사에게 잘보일 필요는 있지만, 매달릴 필요도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렇게 나는 회식이 많이 없고, 술을 마시지 않는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붙고 싶지만 술은 먹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