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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un 17. 2024

BAIT, 서브컬처와 패션을 섞어내자 누군가의 방이 탄

서브컬처를 다룬 여러 상품을 엮어내자, 누군가의 방이 만들어졌다.

베이트의 상품 진열 방식은 독특하면서도 친숙하다. 마치 누군가의 개인 공간 한편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서브컬처 관련 상품들이 그 사람의 일상으로 자연스레 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오타쿠라 하면 피겨나 애니메이션 상품 등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베이트는 그들을 단순히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정 디자인 상품에도 공감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베이트는 자신들만의 관점을 상품 진열에 녹여내 고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일단 베이트는 가장 먼저 각 진열대를 관통하는 통일된 '색'을 정한다. 그런 다음 그 색을 가진 신발, 피겨, 인형, 잡화, 의류 등을 함께 배치한다. 이는 대부분의 서브컬처 샵들이 작품이나 상품별로 물건을 진열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법이다. 예를 들어 매장 안에는 일본 인기애니메이션인 마이히어로아카데미아, 나루토 피겨와 나이키 에어포스 신발이 같이 진열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연결고리가 딱히 없다. 그러나 베이트는 ‘노란색’을 매개로 색을 매개로 각각 서브컬처 상품들을 재구성함으로써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상품진열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품진열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타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을 거 같아? 그건 네 착각이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베이트는 이러한 부분에 집중한다. 즉, 상품 자체보다는 그 상품이 품은 의미와 공감대 형성에 집중한다. 

서브컬처의 성지로 불리는 만다라케 나카노 본점이나, 아키하바라는 상품 일방적으로 진열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베이트는 이러한 관행에서 벗어나 서브컬처를 '누군가의 취향'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취향을 기반으로 어떤 스타일을 만들어낼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도쿄가 세계에서 서브컬처가 가장 단단히 뿌리내린 지역이기에 가능한 시도다. 이것은 기존 도쿄 편집샵들과는 다른 감도를 지닌 베이트만의 특별한 접근법이다. 도쿄 브랜드와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경이 베이트의 시도를 뒷받침하며, 일본 서브컬처를 새롭게 엮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브컬처를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스타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베이트만의 철학과 비전을 엿볼 수 있다.

베이트는 도쿄 브랜드가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편집샵이다. 미국매장에서도 일본서브컬처와 미국서브컬처를 하나로 모은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외부인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트에게 시부야는 어떤 의미일까? 시부야는 일본 서브컬처의 중심지. 시부야는 베이트가 자신들의 관점을 본고장의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시부야 파르코에 입점한 베이트는 애니메이션, 만화, 피겨 등 일본 서브컬처를 외부인의 시각에서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도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문화를 새롭게 즐기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이 하지 않는 '고추장버터'라는 메뉴를 만들어 자신들만의 레시피를 선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시부야 파르코에 자리한 베이트의 존재는 도쿄 서브컬처 마니아들에게 서브컬처를 새로운 관점에서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나아가 베이트는 경험을 중시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시부야 파르코의 기획 의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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