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리기산:
10년전일까?
우연히 집어든 사진책에 적혀있던 문구가 가슴에 와닿았다.
"제가 지금까지 사진을 찍은 시간은 아마 2주일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명한 네셔날지오그래픽 사진작가의 말이었는데,
그 영향일까?
사진을 찍을때마다 매번
"나는 얼만큼 사진을 찍었을까? 한 1시간은 찍었을까?
앞으로 얼만큼 사진을 찍을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리기산을 올라가면서 보이는 풍경을 담으려고 했다.
신기하게도 찍는 순간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진들만 찍혔다.
선명한 색, 고요한 분위기, 차분함.
내가 느낀 리기산의 감정이 모두 묻어나왔다.
카메라 설정도 예전과 다를게 없었다. 렌즈는? 번들렌즈였다.
"너는 그냥 찍어!내가 만들어줄게!"
산이 나에게 속삭였다
쿵. 검지 손가락이 순간 멈칫했다.
내가 사진을 찍는게 아니라
자연이 나를 인도하며 셔터를 누르게 했다.
펼쳐진 광활한 땅과 고요한 공기.차가운 바람마저도 상쾌했다.
눈에 반사된 햇빛은 땅을 빛내고 있었다.
최초로 놓아진 리기산의 산악열차는 거대한 위용보다는
스위스 사람들이 살아온 거친 삶의 흔적을 닮았다.
맑고 파란 에메랄드를 낀 하늘은 바다를 뒤집언 놓은 듯 맑았다.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는 십자가.빛이 내리는 십자가.
다음에는 겨울이 아닌 여름에 오겠다고 십자가를 보며 다짐했다.
카메라을 보면서 생각했다.
다시는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없겠구나.
내가 찍은 사진들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소중하기에 기억하고 기억하기에 그 마음을 가슴에 새겼다.
만약 여름에 다시 온다면 그 때도 지금처럼 사진을 찍을수 있을까?
지금도 그때도 쉽게 확신할 수 없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여름 리기산을 가보지 못했다.
아마도 다시 리기산에 오른다면 그때도 2010년의 그 순간은 나를 다시 찾아올까?
아마도 사진만이 그 답을 알고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