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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는 우리 모두다.

브런치 X 블랙 미러 "USS 칼리스터" 에피소드.

by 경험을전하는남자

블랙 미러 'USS 칼리스터' 에피소드는 대다수 매체에서

최고로 잘 만든 블랙 미러 에피소드라고 평가하는 에피소드입니다.

가장 잘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법이죠.

이 에피소드에서는 '게임'을 소재로 삼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조명합니다. (블랙 미러는 유독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술을 많은 소재로 사용합니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게임 개발자인 데일리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게임을 만듭니다.

그가 만든 게임 속에서 사람들은 엄청나게 재밌게 게임을 하죠. 그러나 정작 게임을 만든 데일리는

재밌게 살지 못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하지 못하죠. 그는 게임회사 최고 기술 책임자이지만 정작 자신은 회사에서 무시받죠. 코딩 실력은 천재적이라고 주변에서 이야기하지만 인간관계는 별로입니다. 다들 그를 피하려고 하죠. 직원들은 신입직원에게 "데일리를 피하라"라고 이야기하고

출근하는 데일리에게 장난을 치지고 합니다. 공동창업자인 친구는 그를 무시하고요. 그 역시 이 같은 현실이 답답하고 짜증 납니다. 하지만 그러한 그에게도 비밀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만든 게임을 기반으로 한 비공개 수정 버전을 자신의 집에서 만든 거죠. 매일 퇴근한 후에 그는 자신만의 게임에 접속하여 현실에서 겪은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회사에서 자신을 괴롭히거나 무시하는 이들의 DNA를 복제한 후 게임 캐릭터로 넣어버립니다. 자신은 게임에서 신이 된 것처럼 그들에게 행동하며 현실에서 무시한 그들에 대한 앙갚음을 데일리는 게임에서 갚습니다.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가상의 경험은 결코 실체가 될 수 없다."



데일리는 현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무시하고 조롱하고 멸시해도 그냥 참고 무시합니다.

단지 그는 직장에서 자기를 열 받게 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어서 게임 속에서만 괴롭힐 뿐이죠. 치졸하게 말입니다. 하지만 데일리는 이상한 사람일까요? 사이코패스일까요? 오히려 데일리는 우리 모두입니다. 동시에 우리 모두가 지양하는 존재죠.


종종 우리는 오랫동안 쌓인 화가 터져서 “계급장 띠고 한번 붙어! 이 XX야”라고 소리칩니다.

그 대상이 친구, 선배, 선생님, 형제, 상사 및 동료들이기도 하죠. 어떤 영화에서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의 이름이 적힌 밀짚 인형을 만들어서 저주를 걸고 그 인형에다가 바늘을 꽂아서 고통을 가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만약에 'USS 칼리스터'편같이 생체 복사기를 통해 회사에서 자신을 무시하거나 짜증 나게 하는 사람을 복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답은 여러분에 마음에 있겠죠?


아바타를 만들어내 다른 아바타를 괴롭히면서 스스로의 자존감을 찾는다?

과연 이 같은 행동은 우리 자신에게 무엇을 남길까요? 자존감은 회복이 될까요?


가상에 기반한 미소는 가상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출처: 넷플릭스


블랙 미러에서는 ‘게임’을 비롯한 '가상현실'을 소재로 많이 사용합니다. 이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익명성’이 이제 우리 삶 속에서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공간에는 얼마든지 자기 자신을 숨길수 있습니다. '익명성'이 완전하게 보장되는 공간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드라마는 말합니다.'익명성'을 통해 남에게 댓글로 폭력을 가하는 행위. 유언비어를 퍼트리며 그것을 통해서 남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히는 행동. ‘USS 칼리스터’라는 게임 속에서 다른 이들의 유전자를 가져와 복제해서 그들을 괴롭히는 행위는 모두 같습니다. 단지 드라마는 이 같은 댓글 공격 같은 익명성에 기반한 폭력을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소재로 현실감 있지만 상상력으로 그려낼 뿐이죠.

게임 속에서 데일리는 잠시나마 '전능자'가 되어 직장 내 사람들에게 현실에서 하지 못한 '앙갚음'과 '폭력'을 가합니다. 예를 들어 데일리는 명령에 불복하는 이에게는 잠시 동안 입을 없애 숨을 쉬지 못하게 합니다. 어떤 이는 눈을 없애거나 우주 밖으로 던져버립니다. 명령에 불복종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괴물로 만들어버리죠. 정작 진짜 현실인 회사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게임에 접속해 현실 속이 아닌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이에게 분풀이는 데일리. 날이 갈수록 그의 자존감은 더 떨어지죠. 회사에서 자신을 멸시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쳐다보며 짓는 적대적인 표정. “너네 저녁에 집에 가면 다 죽었어!”라며 속으로 속삭이는 듯한 그의 눈빛. 이는 우리 자신의 일부와 다를 게 없습니다.


매일 저녁 집으로 가는 데일리의 모습. 이런 그의 행동은 그를 더 고립시킬 뿐이죠. 출처: 넷플릭스

우리가 어떤 문제에서 도피하면 도피할수록 나아지기보다는 더 위축됩니다.

인간관계는 유독 그렇죠. 인간이 편하고 더 즐겁기 위해 만든 기술이 인간의 자존감을 더 깎아내리는 현실.

유튜브, 인스타의 명성이 자신의 권력이라고 생각하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들은 드라마가 아닌 이미 현실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습니다.) 최근 자신이 인기 유투버라고 과자 안에 치약을 넣어서 노숙자에게 준 유투버. 그는 많은 조회수를 얻었을지는 모릅니다만 그는 처벌을 받았고 그가 쌓은 명성은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계정이 정지되었죠) 기술발전으로 인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을 무시하는 행동은 일상에서 이미 많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 남에게 폭력을 행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오히려 온라인은 그러한 폭력을 방지하기보다는 조회수를 올려 광고수익을 올리기 위한 도구로 변했으니까요.


최근 한 유투버는 오레오안에 크림이 아닉 치약을 채워넣어서 노숙자에게 주었죠. 남을 향한 폭력마저도 유흥거리로 전락한게 지금 온라인 현실중 하나도. 출처:metro.co.uk.

인간관계에서 승자는 없습니다. 모두 승자이거나 패자일 뿐이죠.

인간관계는 이익과 승패가 오고 가는 게 아니니까요.


데일리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가 자존감이 없다면 얼마든지 스스로 고립되어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마치 권력을 다룰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온다는 것처럼 말이죠.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도 우리는 같이 살았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나오는 지금도 우리는 사람과 살아갑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겪는 스트레스, 불화, 불만은 기술을 통해서만

해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람 간의 생긴 문제는 사람끼리 해결해야 하죠. 가상의 결과물은 가상의 것이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상에 의지하는 행동은 스스로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 뿐이죠. 가상의 경험은 실체가 될 수 없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우리가 가진 문제는 우리가 서로 만나서 죽이되든지 밥이 되든지 해결해야 하는 법입니다.


우리 삶은 언제나 현실에 기반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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