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에 관심이 있다면 할만한 질문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답 2
미술을 보는 방법에 딱히 정답이 없다. 나의 대학 전공은 미술사다.
하지만 미술사를 전공한다고 해서 교수님들이 수업시간 중 학생들에게
'미술관에서 효과적으로 작품 보는 법'같은 방법론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모든 미술사를 배우는 이들은 수시로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전시회 혹은 미술관에 가서 미술작품을 보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미술사 전공자라고 해도 요령은 없다.
그냥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면서 스스로 체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저 부딪치면서 작품을 보는 게 최고이자 최선이었다. 지름길은 없었다.
예술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개인마다 다르다.
'이렇게 해야 완벽하게 전시회를 본다'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단지 ‘미술사를 전공했다’라는 이유만으로 종종 받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본다.
Q:미술전시회는 어떻게 보는 게 좋을까?
A:난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술사 수업에서는 미술작품을 관찰하는 방법은 배워도
전시회 보는 방법을 특별히 배우지 않는다. 오히려 1학년 때 교수님이 하신 말이 도움이 됐다
“1학년은 전공 공부에 집중하지 말고 일단 전시회를 보고 다녀라. 2학년 때부터 해도 늦지 않는다.”
미술전시회를 간다면 미술 작품 그대로에 충실하는 게 제일 좋다.
그냥 느낌이 가는 대로? 무책임한 말 같지만 이게 정말로 좋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말이 한 가지 더 기억난다.
“미술사는 보는 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감성으로 충분히 느끼는 것.
두 번째는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것.”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2학년이 된 후에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공부를 할수록 더더욱 작품을 분석하는 나를 발견했다.
어느 순간 서양미술작품을 감성적으로 느끼는 게 너무 힘들어졌다.
대학을 졸업한 지 7년이 넘은 지금도 서양미술을 보면 일단 분석부터 한다.
이런 내 모습이 조금은 싫었다. 그래서 한국미술은 공부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냥 느끼고만 싶었으니까.
Q:미술전시회를 좀 풍성하게 보는 방법이 없을까요?
A: 질문을 많이 하는 게 좋다. 나이에 상관없이 미술 작품에 대한 느낌을
구체적으로 물어볼수록 본인들도 놀랄 만 틈 미술작품을 풍성하게 느끼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미술을 설명한다면 설명보다는 추임새를 넣어주면서 질문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미술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다. 지식은 느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예를 들어 인상주의 그림에서 다음과 같이 접근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
"이 그림 느낌 어떠세요?”라고 물어본다.
“엄청 화사한데요?”
“왜 화사할까요? 빛이 강렬해서 그럴까요?”
“아마도 그런 거 같아요”
“그렇다면 빛이 강렬하다면 대충 몇 시 정도일까요? 한 오후 2시 정도? 아님 해가 질 때일까요?”
“아마도 2시에서 3시 정도 같은데요?”
“저건 마치 빛이 반사돼서 꼭 뽀샵한 거 같죠?”
“그러네요? 이 그림에서 빛을 어떻게 사용한 거 같아요?”
“빛이 물이나 사물에 반사되는 걸 그런가 같네요”(혹은 이와 비슷한 말을 한다)
이런 대화가 끝나고 인상주의를 설명해도 늦지 않다.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미술전시회에서 무엇을 봐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티켓 가격도 있으니까 말이다. 미술의 핵심은 같이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데 있다.
그걸 잊어버리면 안 된다. 나는 내가 상대적으로 미술사적 지식이 주변 사람들보다
많았음에도 전시회에 가면 주변분들에게 더 많이 배웠다.
미술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안다면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보다는
자신의 미술사적 지식을 토대로 끊임없이 격려하는 게 필요하다.
자랑은 순간이나 추억은 영원하다. 잊지 말자.
Q: 전시회를 가보고 싶은데 미술을 잘 몰라요 전시회를 잘 볼 수 있을까요?
A: 아마도 미술관 전시회에 한 번이라도 간 기억이 있을 거다.
그게 학교 과제라도 상관없다. 전시회에 갔다는 일 자체가 중요하다.
꼭 무엇인가 알아야 미술이 보일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나는 미술에 미자도 모르고 미술사 공부한 사람이다.
오히려 아예 처음부터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하고 가니까 더 재밌었다.
누구든지 전시회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 1점은 있었을 거다.
마음에 드는 그림(혹은 작품)이 1개라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그 전시회에서 본전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미술 전시회는 작품을 통해 작가와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1개라고 있었다면
작가하고 뭔가 마음이 맞는 걸 발견했다는 거다. 그게 중요하다.
우리가 모든 사람과 다 마음이 통하나? 그렇지 않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한 개씩 알아가면 되는 거다. 토닥토닥.
Q:인터넷에서도 그림을 볼 수 있는데 왜 전시회에 가야 할까요?
A: 이 같은 질문도 많이 들었다. 유튜브에 가면 방탄소년단을 4K 고화질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미( 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은 전부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을 보면 된다.
그럼에도 왜 콘서트를 가는가? 직접 보는 그 희열 때문에 가는 거 아닌가? 그와 동일하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더욱 고화질 그림을 볼 수 있다.
모나리자를 예을 들어보자. 모나리자는 그림이 정말 작다.
나도 실제로 모나리자를 보고 너무 작아서 충격 놀랐다.
만약에 모나리자를 더욱 자세히 보려면 루브르보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고화질로 검색하면 모나리자 그림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스푸마토 기법을 어떻게 적용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구글로 보는 게 더 좋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원본을 보러 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원본을 볼 때 그 묘한 희열이다. “야! 이걸 내가 진짜로 보다니!!”이 같은 감탄사가 그 증거다.
미술작품뿐만 아니라 조각상은 더더욱 그렇다.
두 번째는 그림만이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
뉴욕에 갔을 때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원본 그림을 보았다. 신기하게도 그림이 진짜로 빛이 난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다들 신기해서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세 번째는 반드시 원본을 봐야 하는 그림이 있다.
예를 들면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가 그린 큐비즘 그림이다.
책 혹은 인터넷에서 보는 그림과 실제로 보는 큐비즘 그림은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조르주 브라크 그림을 보면 상하좌우에 따라 그림이 움직인다.
우리가 홀로그램을 보면 그림이 상하좌우에 따라서 바뀌듯이 큐비즘 그림도 비슷하게 바뀐다.
참으로 신기하다. 작년 1월에 도쿄에서 현지인과 같이 미술작품을 볼 일이 있었는데
마침 전시회에 조르주 브라크 그림이 있었다. 나는 큐비즘 그림을 보는 법을 알려줬고
그는 깜짝 놀라서 몇 번이나 나에게 “스고이! 스고이!”라며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명작이라고 하는 그림은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명작이 오는 전시회는
실제로 가서 보는 게 좋다.
Q. 종종 전시회에서 그림을 많이 보면 머리가 아픈 경우가 있는데요?
A:일단 정말로 머리가 어지럽고 힘들다면 병원에 꼭 가야 한다.
그런데 그림을 보고 나서 지친다면 그건 그림을 많이 봐서 힘든 거다.
그림을 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미술작품을 볼 때 우리가 놓치는 부분 중
하나가 ‘그림 보는 게 쉽다’다. 이 말은 그림을 보는걸 얍짭아 본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아무래도 눈으로 그림을 보니까 쉽다는 생각이다.
나는 유럽여행을 떠난 친구들이 미술관을 돌아다 시는 후에 머리가 종종 어지럽고 지친다고
나에게 이야기한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도 그랬기에 "자연스러운 거야, 무리는 하지 마"라고 말한다.
나는 파라에 갔을 때 루브르 박물관에서 4시간 동안 계속 미술작품을 보았다.
루브르 지도를 들고 최대한 빠르게 그림을 보았다. 아무래도 미술사를 전공해서 루브르 내 그림이
익숙한 면도 있었지만 정말로 힘들었다. 루브르 박물관을 나와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 2,30분은 멍하니 앉아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림을 보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전시회에서 그림을 보다 힘든 건 당연하거니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지만 미술을 보며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은 우리 몸에게 아주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미술관내 전시 실안에 의자가 있는 이유도 그냥 멋이 있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
오늘도 내가 많이 들어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적어보았다.
미술작품을 바라볼 때 그 시선 안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담겨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굳세고 튼튼한 자신의 정체성과 스타일이 미술작품을 바라볼 때 나온다.
그 속에서 우리는 그 순간 자신만의 창조성을 끄집어낸다. 단지 그걸 우리가 잘 모른다.
예술을 보며 기존의 견해를 타파하고 상상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날갯짓해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림 속 풍경을 보며 마음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수없이 만들어본다.
미술작품을 본다고 그 순간 자신만의 창소성이 오아시스처럼 넘쳐흐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실망할 필요도 없다. 만일 당신이 지금 전시회를 간다면
언젠가 그게 당신만의 자양분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