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과 직관.

미니멀리즘은 사람들의 '직관'을 깨운다.

by 경험을전하는남자

미니멀리즘은 애플과 무인양품같이 간결한 디자인으로 우리에게 더 많이 알려졌다. 어떤 면에서 미니멀리즘만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은 준 예술사조는 드물다. 그만큼 미니멀리즘은 미술사조를 넘어서서 우리 삶에 많이 스며들어있다.


미니멀리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부터 1970년 초에 나타난 미술 사조다. 추상표현주의를 포함해 예술지상주의적 색채가 강한 모더니즘에 저항하고자 시작된 운동이었다. 미니멀리즘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간결한 선, 기하학적인 형태, 산업소재를 사용했다.

미니멀리즘의 개념은 '단순함을 추구하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사물의 본질만 남긴다.'다. 미니멀리즘에서는 본질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본질'을 추구하는 자세. 이것이 미니멀리즘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그렇기에 미니멀리즘 작품들은 단순하다. 재료 자체도 물성을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작가는 도널드 저드다. 하지만 도널드 저드는 스스로 미니멀리즘 작가로 불리기를 거부했다.

도널드 저드의 작품은 '무제'가 많다. 제목이 없기에,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작품 이름을 지어줄 수 있다. 출처:juddfoundation.org

도널드 저드가 만든 작품은 매우 단순하다. 알루미늄, 철, 구리 등 금속 재료를 자주 사용했다. 여기에 여러 색을 더하기도 했다. 인테리어 소품 같기도 하다. 미니멀리즘을 좋아했던 에디 슬리먼은 자신이 크레이티브 디렉터로 있던 디올 옴므, 생 로랑, 셀린느 매장들을 미니멀리즘 스타일로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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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의 뉴욕매장. 미니멀리즘 작품 그 자체라고 보아도 크게 문제가 없다. 출처:셀린느

하지만 도널드 저드의 작품이 의도하는 방향은 금속 재질과 색이 아니다.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다.

그는 가장 간결한 형태와 시대를 대표하는 소재를 사용해 만든 작품에 대한 해석. 그 해석에서 시작하는 모든 생각을 관람객들에게 넘긴다. 즉, 도널드 저드 작품은 그 자체가 '직관'이다. 관람객들은 자신의 '직관'을 통해 저드의 작품을 해석하면 된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작품인지, 가구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그 모호함이 사람들의 직관을 깨운다. 출처:juddfoundation.org

미니멀리즘에서 미술작품을 판단하는 주체는 철저히 관람객이다. 그렇기에 도널드 저드의 작품에서는 피카소의 게르니카 같은 시대 배경을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작품을 보는 순간의 '직관'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다르다. 오히려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직접 만져보는 일과 유사하다.


도널드 저드의 맥락은 미스반 데어 로에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저드의 작품을 하나씩 이어 보면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판스워스 같은 주택으로 맥락이 이어진다. 출처:architecturaldigest.com

도널드 저드의 작품을 하나도 건축으로 이어서 생각하면, '미스 반 데어 로에'로 이어진다. 특히 저드의 작품을 공간으로 만들어보면? 판스워스 주택 같은 건물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비스 반 데어 로에가 지은 판스워스 주택은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철골과 유리창으로 공간을 나누었다. 이를 통해 판스워스 주택 공간은 철저히 나눠진다.


공간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취향을 충분히 설계할 수 있다. 최소한으로 나눠진 공간을 꾸미는 건 철저히 개인 몫이다. 우리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다'라고 말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철학을 공간을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무인양품: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충분함'


무인양품은 미니멀리즘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무인양품은 '미니멀리즘'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무인양품의 어드버저리 보드 멤버이자 아트디렉터인 하라 켄야는 '무인양품이 미니멀리즘이다'라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비움은 서양의 미니멀리즘과는 결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디자인의 디자인'과 '내일의 디자인'에서 무인양품을 '서양 미니멀리즘'으로 접근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적었다.

충분함은 끊임없이 걸러내는 작업을 거친다. 반면에 미니멀리즘은 '직관'을 깨운다. 둘은 전혀 다르다. 출처: 무인양품.

미니멀리즘은 개인의 '작관'. 즉, 개인의 생각과 관점에 집중한다. 이와 다르게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방향은 '비움'이다. 이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간소함'에 '다가가기'위함 '비움'이다. 간소함에 다가가는 비움은 '충분함'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버리고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모든 요소를 중첩시킴을 말한다.


이는 무인양품이 취급하는 모든 분야에서 드러난다. '충분함'으로 만들어진 간소함. 부서진 표고버섯에서 아로마 디퓨저까지 이르기까지 무인양품 내 베스트셀러 등은 대부분 '충분함'에 대한 고민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개인의 '사유' 및 자유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무인양품의 디자인은 삶 속에서 충분함을 편집하고 또 편집한 결과물이다. 직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출처: 무인양품.

'더 나은 충분함'을 찾는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개념은 매번 변한다. 그렇기에 무인양품은 '충분함'을 매번 편집하고 편집한다. 옵져베이션 방법을 통해 고객에게 '불편함'을 듣는다. 끊임없이 고객소리를 듣고 제품을 개선하고 또 개선한다. 이 모습도 '편집'의 연장선이다.


'충분함'이라는 눈에 보이지는 않는 개념을 사람들에게 전하려면 '공간' 혹은 '제품'으로 선보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방향은 광고까지 이어진다. 2005년에 선보인 은각사(긴가쿠지) 내 도진 사이, 츠크바이, 다실은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충분함'을 여실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같은 이미지는 일본이기에 가능하다. 일본 미학을 모른 상태에서 바라보는 은각사 도진 사이의 사진은 '저거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만 던질 뿐이다.

미니멀리즘은 공간에서 공간이 필요한 직관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출처:LVMF

충분함과 직관. 이 두 가지는 사실 모호하다. 모호함 때문에 우리는 생각하게 되지만, 생각은 구체화되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 구체화를 위해 '브랜드'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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