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기획자에게 숲을 보는 혜안을 선사한다.

기획, 마케팅, 디자인은 미학으로 연결된다..

by 경험을전하는남자

미술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각 시대마다 사람들이 추구했던 아름다움이 보인다.

영미권 특히 유럽권 미술작품만으로 한정해본다면 미술은 '다수'보다는 '소수'를 위한 미의식을 반영한

부분이 적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19세기 루브르 궁전이 박물관으로 탈바꿈하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보다 친근하게 미술작품을 볼 수 있었다. 불과 110~30년 전인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만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역사화를 제일 좋아했다. 지금처럼 다양한 기준이 아름다움으로 제시된 건 인류 역사상 지금이 처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루브르 궁전이 루브르 박물관으로 바뀐 이후 사람들은 비로소 더 친근하게 미술을 접할 수 있었다. 출처: ㅍTime Out Paris
19세기말 사람들은 그리스신화,역사화를 더 미술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모네의 그림이 예술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출처: 위키디피아.

나는 미술이 삶 속 모든 영역에서 디테일을 더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셰프 중에 마시모 보투라와 그랜트 아카 츠가 있다. 그랜드 아카츠는 미술작품을 보면서 얻은 영감을 어떻게 음식으로 옮길지 고민한다고 한다.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인 '알리니아'에서 만든 디저트는 마치 칸딘스키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마시모 보투라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도 예술에서 얻는 다양한 영감을 음식으로 표현한다.

대표적인 음식은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누가 내 레몬 타르트를 떨어뜨렸을까다?’다.

이 디저트는 부 주방장이 레몬 타르트 서빙을 하다가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렸는데

그게 너무나 예뻐서 그걸 사진으로 찍은 다음에 만들었다고 한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디저트를 만드는 모습이 나오는데 잘 만들어진 타르트를

실제로 조금 부수면서 만든다.(아.. 아 아까워)


추상화를 연상케 하는 요리들. 만약 저 재료들이 음식이 아닌 물감이라면 이 역시 회화가 아닐까? 출처: Paolo Terzi, 위키디피아.

나는 마케터, 기획자들이 예술을 꼭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학을 공부하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획자와 마케터들은 항상 새로움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새로움을 찾는다는 건 시대의 미학 그러니까

시대 속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뜻한다. 그 아름다움을 찾아야 남들이 새롭다고 여기는 것을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이 품은 욕구는 디자인으로 나온다. 그 디자인은 대체적으로 시대 미학을 따른다.

미학이라는 말은 추상적이어서 실제로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시대 미학과 미의식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옷, 가구, 전자제품, 영화, 영상, 아이돌, 배우 , 광고, 앱, 그림, 트렌드 등 다양하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가 시대 미학을 말한다. 다만 요즘은 그 모습이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사실이다.'고객중심'으로 접근한다는 말 안에는 '고객들이 추구하는 미의식'이라는 뜻도 같이 들어있다 고객들이 추구하는 미의식을 이해하면 그에 따른 서비스, 기획, 디자인, 제품은 따라온다.

다만 그게 너무나도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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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자사 제품을 통한 충분함을 제공한다.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지갑까지 애플 그 자체가 라이프스타일이다. 출처:unsplash

애플에서 제품 디자인을 담당하는 조나선 아이브는 ‘빼는 게 ‘중요하다고 언제나 강조했다.(이미 너무나 유명한 말이다.) 그 안에는 ‘적음’을 통한 풍족함(혹은 의미)을 찾는 미니멀리즘 미학이 담겨있다.

미니멀리즘은 겉으로 단순함을 표방하지만 그 안에서는 '단순함'을 통한 풍요를 추구한다

오직 단순함만이 미니멀리즘이 아니다. 텅 빈 집을 보고 우리가 "미니멀하다"라고 하지 않듯 말이다.

애플 제품이 스펙상으로는 뛰어나지는 않다. 그건 모두가 인정한다. 하지만 애플의 심미적인 디자인과 그 디자인을 따르도록 설계한 운영체재는 애플 사용자들에게 "애플 제품만으로도 충분한"이란 삶을 제시한다.


블루보틀은 공간을 통해 다시 오지 않을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며 사람들과 교감한다. 사람들이 블루보틀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출처: unspalsn, 스케타마 건축사무소.

‘따뜻한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블루보틀도 같은 맥락이다. 블루보틀 매장이 대표적인데 특히 일본 블루보틀 매장은 유독 “따뜻한 미니멀리즘’을 공간으로 더 형상화했다. 이는 홈 커피와 드립 커피 시장이 발달하고 카페에서 바리스타와의 교감 및 대화를 중시하는 일본문화가 블루보틀에 영향을 많이 끼쳤기 때문이다.

일본 매장에서는 유독 회색에 가까운 쥐색을 사용하는데 이는 ‘비움’이라는 일본인들이 추구하는 미를 형상화한 색이다.

커피 판매만 두고 본다면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은 똑같지만 우리가 다름을 느끼는 건 그들이 추구하는 미의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출처: 스타벅스

대한으로 간결하게 만든 공간을 채우는 신선한 커피 향. 신선한 커피가 만드는 ‘한순간의 맛’을 느끼는 일.

그 안에는 일기일회라는 일본 다도도 같이 있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통한 누리는 그 순간의 행복.

극한의 단순함이자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역시 미니멀리즘이다. 블루보틀은 공간을 통해 다시 오지 않을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며 사람들과 교감한다. 사람들이 블루보틀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미학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을 통해 만들어지는 커뮤니케이션도 강조한다. 이같이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경험. 즉 커뮤니케이션 속에 담긴 미학을 이해하면 트렌드뿐만 아니라 시대에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다. 언제나 사람들의 욕망은 예술 특히 아름다움의 추구로 이어졌다. 트와이스를 좋아해도 사나, 쯔위, 나연 등 팬들마다 좋아하는 멤버가 다른 이유도 팬들 각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나에서 쯔위까지 트와이스 모든 멤버가 가진 공통의 미의식이가 있고 그 안에서도 사나, 쯔위, 나연, 미나 등 각 멤버들만의 미의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은 트와이스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각자마다 다르게 좋아하는 멤버가 있는 거다. 소위 말해서 세크먼트라고 해야 하나?

쯔위에서 미나까지 각 멤버들이 가진 미의식이 있고 이는 트와이스라는 하나의 미의식으로 합체한다. 브랜드 안의 브랜드다. 출처: JYP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중 설화수를 예를 들어보자. 설화수는 용기부터 색상 하나하나까지 설화수가 추구하는 브랜드 미학을 담았다. 설화수의 심벌에는 섬세함과 강인함이 만드는 조화를 담았다. 패턴에서는 곡선과 직선의 아름다운 균형을 담았다. 매화문 꽃살 문양은 은은한 기품을 상징한다. 용기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담았다.그 모티브는 조선백자 달항아리다. 색상은 명랑하면서도 차분한 에너지와 윤택함을 연상하는 오렌지.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땅을 상징하는 갈색을 더했다. 이 같은 브랜드 요소들 그 자체에대대해 설화수는 '브랜드 미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일본의 디자이너인 오가타 신이치로도 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건물과 건물 속 제품 하나에 녹여낸다.

일본적인 것을 밑바탕으로 한 생활양식을 공간에 담아내는 일. 그 공간 속에 일본만의 '비움'을 집어넣는 행위. 공간, 장소에는 언제나 미학이 있다. 그의 정수가 담긴 아쿠모샤로는 입구부터 뇨렌이 있다. 뇨렌은 일본상인들에게는 자부심 그 자체다. 뇨렌을 걸고 시작한다는 사실 만으로 이미 그곳의 미학은 일본적인 것을 밑바탕으로 했음을 말한다. 어쩌면 콘셉트일지도 모르겠다.

오가타 신이치로의 정수가 담긴 아쿠모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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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나카메구로와 교토의 이솝매장. 출처: SIMPLICITY 홈페이지.


브랜드에는 스토리텔링을 담아야 하는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브랜드 자체가 추구하는 미의식이 없다면 스토리텔링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나는 브랜드를 지금 시대 아름다움을 이끄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이 없는 브랜드는 사람들이 감각적으로 안다. 인류는 항상 아름다움을 추구해왔으니까 말이다. 브랜딩, 스토리텔링, 디자인은 결국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의식으로 대변한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미의식과 브랜드 미의식이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서 브랜드의 생사가 결정된다. 인상주의자들이 추구한 미술이 그토록 사람들에게 찬밥대우를 받은 이유도 위와 동일하다. '미술은 '신화와 역사화를 주제로 삼아야한다'는 미의식이 깨지기까지 인상주의자들은 조롱의 대상이었다. 뿐만 아니라 반 고흐의 그림은 그림도 예술도 아니었다.


기업들은 브랜드스토리를 통해서 자신들의 미학을 이야기한다. 모든것의 경계가 사라질수록 모든것이 아름다움으로 향한다. 출처: 설화수,오늘의집,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물건이 갈수록 상향 평준화되는 지금 시대는 사람들이 더욱 브랜드 미학을 원한다.

다만 "나는 이런 아름다움을 원해!"가 아니다. "왜 내가 이걸 사야 하지?"라는 질문 형태로 나온다.

시대의 미의식을 이해한다는 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욕구. 흔히 우리가 부르는 '니즈'는 이제 철저하게 데이터로 파헤치고 규명한다.

과거에 쌓인 근거에 기반에서 개인에게 맞춘 '미의식'을 제공한다. 누군가에게는 애플같이 세련된 제품이 최고의 아름다움 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애플이 아닌 빈티지한 제품이 최고의 미일 수도 있다. 이제는 누군가 "짜잔! 이게 당신이 원하는 아름다움이요!"하지 않는다. 소수의 사람들이 '미의식'을 제시하고 분석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인공지능, 데이터 등 모든 기술을 동원해서 개개인의 '미의식'을 찾으려고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노력한다.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모든 부분들을 하나씩 모아 데이터로 취합한다. 이를 분석해 각자에게 맞는 '맞춤 미의식'을 제공한다. '상품 추천'이라고 하는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말이다.

뿌연 안개를 넘어 걸어가면 각자마다 아름다움이 보일 거란 기대 속에서 우리는 오늘을 살아간다.


이제 미학은 두리뭉실하지 않다. 미의식도 두리뭉실하지 않다. 이제는 철학자나 예술가만이 미의식을 제시하지 않는다.스마트폰 사진 한장이면 누구나 미의식을 제시하는 시대다. 모두가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엔지니어가 돼서 자료를 취합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미의식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며 사람들의 미의식을 추적한다. 그 끝에는 뭐가 기다릴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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