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과 경험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제 브런치 글에 적어주신 댓글 속 질문이 너무 좋아서 제 나름대로의 답을 적어보았습니다.
질문을 통해서 저 또한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댓글로 질문을 적어주신 정O진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포스팅 글이라서 성함 가운데를 O로 적었습니다.)
Q: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향유하는데 경험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을 소비하는 시장이 갈수록 커질까요?
A:저는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터를 다지는 시기라고 할까요?
요즘은 개인마다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일이 큰 흐름이에요.
지나친 감이 없을 만 틈 많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을 사용해요
또한 규모나 소득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시간을 자기 기준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말이죠. 이는 각자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려는 거예요.
자신이 주도권을 쥔 삶의 방식이라고 할까요?
회사에서는 최고 의사결정자가 있으니까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방식을 만들어가는데 한계가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데 중요한 건 그 과정을 격려하고 무시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나마 요즘은 정말로 취향을 찾으라고 엄청 자극하는 분위기죠. 페이스북에서 나오는 타깃 광고만
봐도 그게 눈에 보여요. 취향을 찾는 일. 라이프스타일 그러니까 생활양식을 찾아가는 일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에요. 단순히 '물건'으로만 라이프스타일 시장과 소비를 판단한다면
유의미한 지표를 찾기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지금 소비 축인 밀레니얼과 Z세대는 ‘물욕’보다는 ‘경험 욕’이 더 강합니다.
물욕을 자극해 ‘물건’만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잡지들은 ‘경험 욕’을 어떻게
자극해야 할지 모르죠. 그러니까 고전하는 겁니다. 분명하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은
지나치게 과합니다. 물건을 판매하게 위한 방법으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고 '물건 판매방식'이라는 점에도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집’이란 확실한 공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집을 구매하는 게 너무 힘들죠. 일단 집이 있어야 물건으로 안을 채울 수 있어요. 집을 수시로 옮기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니 물건을 살 의미가 없죠. 그러니까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거예요. 나만의 생활양식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만 찾게 되는 겁니다. 진정으로 사람들 눈이 올라가는 거예요. ‘반드시’ 필요한 걸 찾으려고 하니 의도하지 않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겁니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방법론에서 '사고방식'으로 변하고 있어요. 이제 사람들은 소비 하나하나에도 신중합니다. 공기청정기 하나를 사도 필터, 전기용량을 모두 체크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여름철 에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 하나면 충분합니다. 에어컨까지는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작년에 큰 맘먹고 발뮤다 그린팬 S를 구입했죠.
또한 사람들은 안정적으로 쉴 수 있는 집을 구매하기 어려우니 몸을 튼튼하게 하는 걸로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옷은 이미 많지만 항상 새로울 수 있는 것. 게다가 건강도 생각한다면 음식이죠/
그래서 경험을 소비하는 시장 중에서도 음식시장이 제일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은 취향이나 취미 정도를 라이프스타일 추구로 한정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질지 가늠하기도 어렵죠. 이는 사람들이 각자 라이프스타일을 찾기 때문에 생기는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무엇인가 결정하는 게 자연스러워 지기까지는 “이게 맞나? 내가 틀리지 않았나나?”라는
불안감이 항상 있으니까요. (다가 불경기이다 보니 더 불안하고요.) 오히려 라이프스타일 추구는 '삶'을 누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찾는 일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오히려 생활양식으로 표현하는 게 더 현실에 뿌리를 둔 접근이라고 보죠.
'사람들이 라이프스타일(생활양식)을 찾고 향유한다'는 의미는 일상 속에서 아주 시시콜콜한 부분에서도 자신만의 미감을 추구한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시콜콜함을 유독 잘 표현하는 일본기획이 인기가 있는 거고요. 게다가 사진 찍기, 영상제작 등 일상 속 시시콜콜함을 기록하는 방법들 배우는 각종 강좌들이
인기가 많은 거죠. 표현을 하고 싶으니까요. 게다가 이걸 가르쳐주는 사람은 전문작가가 아니에요.
많은 팔로워 수를 가진 이들. 다른 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은 이들에게 배우고 싶은 거죠. 탈링, 클래스 101, 콜로소(콜로소는 조금 프로페셔널하지만요) 같은 경우가 그런 예라고 할 수 있겠죠.
'자신이 보는걸 스스로 구현하다'는 엄청나게 짜릿한 일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을 찾으려고 하는 순간부터 과정과 찾은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이 경험입니다. 미감과 미의식은 소비하는 게 아닙니다. 경험하는 거죠.전시회에 사서 전시회를 소비했나도 누가 말하나요?전시회를 경험했다고 하죠.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게 있잖아요. 자신이 입은 옷이 정말 스타일이 좋거나 립스틱 발색이 정말 잘 어울릴 때 그때 경험은 정말 짜릿하죠. 이런 게 미감이죠.
Q: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한정적인 삶의 패턴 안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찾아서 정착할까요?
A: 저는 이미 정착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정적인 삶의 패턴=일하는 시간’으로 생각해볼게요. 그렇다면 ‘한정적인 삶의 패턴이 아닌 시간’ 은
일하지 않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다르게 표현하면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예요.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최고로 보내고 싶은 건 모두의 ‘바람’ 일 겁니다. 당연히 그 시간을 위해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겠죠. 누군가가 “당신 시간을 이렇게 보내!”라로 하는 말은 들을 필요가 없을 겁니다. 운동을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독서모임에 가는 등 일하는 시간외에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겠죠.
집에서 공기청정기를 틀어놓고 가습기로 최적의 습도를 유지하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그 자체로도 여가생활이죠. 내 시간은 ‘내 거’니까요. 그렇게 뒹굴거리면서 넷플릭스를 보기도 하죠. 오후 1,2시가 넘으면 혼자 혹은 친구와 맛집을 가기도 해요. 서점에 가서 책을 보기도 하고 sns로 찜해놓은 맛집에 간다거나
요즘 멋지다는 거리 혹은 전시회도 가는 거죠. 5월 말부터는 페스티벌도 하니까 하루 정도는 페스티벌에 가서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터가 아닌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취향이 비슷한 모임을 찾아 나서겠죠. 그런데 10년 전만 해도 그걸 찾기가 너무 어려웠죠.
그런데 지금은 ‘살롱’ 기반 스타트업을 통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면 정보도 수월하게 얻을 수 있어요.
과거 누군가 편집한 것만 보았지만 이제 그런 건 필요 없어요. 몇 년 전만 해도 편집기획은 굉장히 ‘메시지’가 강했다고 생각해요 "네가 이런 물건을 사면 이렇게 될 거야!”였죠. 요즘은 그런 기획을 보면 “어. 그건 네 생각. 다음~”이거예요.특히 위와 같은 기획이 강했던 여성잡지들의 장기 휴간은 시사하는 바가 크죠.
기획속에서 책과 잡지를 가져오는 건 강한 메시지를 이미지로 바꾸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이미지를 연출한다면 북유럽 문화가 담긴 책과 잡지를 펼쳐놓고 그와 관련한 상품을 맥락으로 엮습니다.
책하고 잡지가 있으면 분위기가 누그러져요. 게다가 책과 잡지로 보는 이미지는 구체적이죠. 두리뭉실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책과 잡지를 보면서 아늑함을 느끼다 보면 어느 순간 제품 기능보다는 제품 이미지에 더 관심이 가죠. (물론 기능은 기본적으로 좋아야 합니다. 요즘은 물건이 상향 평준화되는 시대니 까요.)
책이 가진 마력은 공간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책을 통해서 ‘물건 나열’에 공간감과 느낌을 집어넣죠. ” 그 순간 책은 ‘책’이 아닌 ‘오브제’로서 바뀝니다. 그걸 정말 잘하는 곳이 츠타야 서점과 츠타야 가전이라서 사람들이 영감을 많이 얻는 거하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지금 세대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편집하는 ‘자기 주도의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남이 자신에게 뭐라고 강요하는 게 싫죠.(Z세대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매거진 B’, ’ 29cm’, '킨포크',‘위워크’, ‘블루보틀’, ‘패스트 파이브’,’ 에어비앤비’같이 ‘강요’가 아닌 관점을 보여주는 잡지, 커머스에 공감합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그냥 재밌는 거죠. 정말로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은 쿠팡, 편의점, 마트를 이용하면 되는 거니까요. 밀레니얼 세대를 말할 때 흔히 ‘자신만의 시간’을 최고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항상 성장에 목말라 있고 새로움을 갈급한다고 하죠.
저는 이걸 밀레니얼 세대가 자란 환경에서 찾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아형성에 가장 중요한 10대 시절에
“자신만의 시간”을 쓰는 연습을 상대적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밀레니얼 시대는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기 시작한 시기에 입시제도를 경험했죠. 학교가 끝나면 다시 학원에 가고 학원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과외를 받거나 도서실에 가서 혼자 공부하고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공부를 했죠. “자신만의 시간”은 대학 이후로 보류하는 시기가 고등학교 3년이었죠. (지금도 달라진 건 없죠.) 이건 저 자신도 밀레니얼 세대라서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학원 수업 때문에 새벽 1,2시에 들 어전 경험이 있으니까요. 동시에 밀레니얼 세대는 정보기술발전도 동시에 경험했죠. 전화모뎀으로 인터넷을 하던 시기에서 ISDN, ADSL, FTTH, WIFI, 스마트폰, 노트북이 보급되는 시기를 모두 경험한 유일한 세대입니다.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연습이 부족한데 시대가 급변하게 변하고 있어요. 본능적으로 아는 거죠. ‘아! 성장과 변화를 계속해야 하는구나~”라는 걸 말이죠. 그러다 보니 ‘자신만의 시간’을 찾는 시간을 조금씩 더 보류하는 거죠. 사회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고 보니
그제야 조금은 여유가 생깁니다. 비로소 ‘자신만의 시간’을 찾아 나설 시간이 생긴 거죠.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저는 밀레니얼 세대가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문화와 그에 기반한 소비사회의 터전을 다지는 세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사람들이 과연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향유하는 데에 경험의 소비영역을 가치 있게 생각할지 의문이 듭니다.?
A:예. 저는 사람들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주류 문화인 ‘오타쿠 문화’가 이제는 주류로 인정받는 모습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고 생각하죠.
‘경험의 소비영역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가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곳이 ‘마니아 문화’입니다.
마니아들에게 소위 덕질을 하는 분들은 자신이 엄청 좋아하는 '분야' 그 자체가 라이프스타일이라서 그에 대한 소비는 경험이자 자기 자신 그 자체입니다.
비디오 게임, 스니커즈, 키덜트 쪽이 이러한 경향이 아주 강한데요. 지금 비디오 게임, 스니커즈, 키덜트의 큰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는 그들이 비디오 게임과 피겨, 프라모델 등을 처음 접할 때 돈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들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네요. 학생 때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소비력이 생깁니다..
예전에는 5만 원이었던 게임, 8만 원 하던 프라모델(20만 원짜리도 있습니다.), 19만 원짜리 에어조던 1이 생각만큼 비싸지가 않은 거예요. 오히려 중고등학교 시절 가지고 싶던 제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생기니까
“이 정도면 좋아. 좋아! 사자”라는 말을 하죠.. 그들에게는 소비가 아니에요. '추억'을 사는 거죠. 동시에 '어린 시절 자신에 대한 보상'이기도 한 거죠. 스니커즈 마니아분들 중에서는 에어조던 1도 색깔별로 전부 구매하 시분들 의외로 많습니다. 캠핑도 불사합니다. 전용 창고를 대여해서 보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누군가에게는 “신발을 여러 개 사서 그걸 신지도 않고 전시를 왜 하냐?”이럴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는 “드림 슈즈”이자 '버킷리스트'입니다. 아트모스를 만든 히데후미 혼묘는 스니커즈 신에서
전설 같은 존재중 하나죠. 스니커즈 마니아로 시작해서 이제는 엄연하게 나이키와 지속적인 협업 물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덕업 일치라고 하는 거죠.
또한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자신의 소비를 아주 가치 있게 여기게 합니다.
그렇게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거죠. 그러면서 과거에 자신이 하지 못했던 걸 성취하고 커뮤니티에 가서 의견을 구하고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요즘은 스니커즈 문화에 입문한다고 하면 이미 터를 만들어놓은 사람들이 그 문화를 더 쉽게 접하게 도와줍니다. 정품과 가품을 구분하는 방법,
신발 구매 캠핑 시의 규칙, 해외 매장 정보, 신규 신발 정보 등이죠. 한정판 신발이 발매되면 각 지역 매장 상황을 사진으로 공유합니다. 저 역시도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일본 제품은 수입이 아예 되지 않았습니다. 국가에서 수입을 막았죠.
당연히 일본 음반도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당시 신천 쪽이 JPOP 커뮤니티가 발전해서 친구들과 앨범을 사러 신천에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거 없죠. 스트리밍 사이트에 가면 다 있죠. 우리나라에 없으면 아마존에서 가서 다운로드하면 됩니다. 요즘 각종 커뮤니티에는 “과거 우리가 처음 이 문화를 만들 때는 너무 척박해서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입문하려는 이들에게는 그런 마음을 느끼지 않게 하겠다’라는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 있어요. 저도 종종 취향이 비슷한 고등학생들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아낌없이 나눠줍니다.
브런치 글에 적어주신 질문이 너무 좋고 저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라서 제 생각을 글로 적어보았습니다.
하나씩 적어보니 제가 생각한 내용보다 글이 많이 길어 진면이 적지 않습니다. 위의 글은 저의 생각이지
제가 정답이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민이죠.
라이프스타일 혹은 생활양식을 '이렇다'라고 답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생활양식이란 게 끊임없이 바뀌니까요. 이 같은 관한 고민은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모든 사람들이 항상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는 1000년이 넘도록 맛있는 음식을 원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맛있는 음식을 찾을 거라는 것 정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