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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요리하자.

요리는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거울이다.

by 경험을전하는남자

어릴 때부터 나는 딸기를 무척 좋아했다. 어린시절 혼자 앉아서 10킬로 정도를 거뜬히 먹을 정도로 딸기를 좋아했다.유년시절에는 딸기같이 새콤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유년시절 어머니는 딸기 철이 되면 설탕과 함께 딸기잼을 만들었다. 오랜 시간 딸기를 정성 들여 졸이시는 어머니는 그리도 딸기 때문에 정성을 다하는지 궁금했다.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그냥 딸기잼을 좋아하신 거였다. 지금은 내가 어머니보다 딸기 잼을 잘한다. 어머니와 다르게 새콤한 맛이 더한 딸기잼에 어머니는 흡족해하신다. 내가 어머니와 나와 다른 점은 딸기잼을 만들 펙틴, 레몬즙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딸기 같은 베리류 재료를 손질할 때는 레몬과 설탕이 매우 중요하다. 색깔이 살아나고 삼투압 현상으로 맛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베리류를 때만큼 설탕과 레몬은 천연 MSG..


출처:unsplash.com

요리를 자주 하면서, 어머니에게 건네는 말이 많이 바뀌었다. ‘엄마 먹을 거 없어? 집에 왜 먹을 게 없어? 아 짜증 나’라고 말하던 어린 시절. 그러나 지금은 “어머니 집에 재료 뭐 있어? 두부 어딨어?? 버섯하고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요리는 잘하는가 못하는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잘하면 물론 좋지만 오히려 요리를 통해서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더 알게 된다.

가령 집에서 요리를 하면 어머니가 주방에서 어떤 모습인지 더 잘 알게 된다. 칼, 도마, 그릇의 위치는 어머니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항상 어머니의 본명보다는 '누구 어머니', '누구 엄마'라는 표현을 많이 듣는다. 가슴을 손에 놓고 생각해보자. 엄마의 본명을 언제 불러보았는가 말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 어머니 마음을 좀 더 헤아릴 수 있다. 나에게는 별 무겁지 않은 물건들이 들고 오면서 '어머니에게는 정말 무겁겠구나' 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종종 밖에 나가면서 어머니에게 '나 마트 갈 거야'라고 말한다. 바람을 쐬러 나가기 위함도 있지만 어머니가 장보는 수고를 덜기 위함도 있다.

어머니에게 마트에 간다고 말하면 ‘야 그거 내가 무거워서 못 가져와, 네가 좀 사 와 너 맨날 쇠 같은 거 들고 그러잖아 (쇠 같은 거 = 케틀벨)’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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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는 접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직접 요리를 해보면, 날마다 먹는 음식속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지 알게 된다. 그렇다고 꼭 모든 반찬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정말로 손이 많이 가는데 먹고 싶은 반찬이 있다면? 반찬가게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예를 들면 잡채?게 젓갈류?) 오히려 반찬가게에서 사온 반찬을 먹으면서, 나의 요리에서 부족한 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만의 요리와 반찬을 3,4개가 가지고 있으면 좋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필살기가 되니까. 나에게는 파스타와 프렌치토스트가 필살기 중 하나다. 어머니는 내가 만든 프렌치토스트와 리코타 치즈를 무척 좋아시는데, 종종 내가 없을 때 프렌치토스트를 해 드시라고 소스만 만들어 놓기도 한다. (난 프랜치 토스트를 계란물에 하지 않고 앙글레이즈 소스로 만든다.)


어머니는 항상 군것질을 좋아하셨다. 몇 년 전 홍콩에 갔을 때 어머니는 종종 갑자기 사라지곤 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머니는 손에 먹을걸 들고 먹어보라고 하셨다. 란타우섬에서도 센트럴에서도 그랬다. 어머니는 갑자기 어디 온가 사라지시더니 시장 입구에서 나오시며 오징어 말린 것과 비슷한 음식을 사 오셨다.

"원래 이런데 와서는 이런 거 사 먹는 거야! 자 어서 먹어!"라며 손에 한 가득 주는 어머니. 요 몇 년간 자주 간 도쿄에서도 유독 백화점과 쇼핑몰 내 식품코너 , 시장, 마트, 디저트 가게만 들어가면 정신을 못 차리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나 역시도 무척 어머니를 많이 닮았는지도 모른다.


요리에는 요리를 만드는 이의 취향이 담긴다. 출처:unsplash.com

종종 “오늘은 저녁에 파스타가 먹고 싶다. 토마토 쏘~오스로!"라고 말하신다. 이 말은 즉, 나 보고 파스타를 하라는 말이다. 듬뿍 넣은 마늘과 푹 삶은 파스타면을 유독 좋아하시는 어머니. 취향에 맞게 토마토 파스타를 해드리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어머니도 종종 요리가 하기 싫다고 하신다. 항상 누군가에게 요리해주기만 했다고... 자기도 지친다고. 자신도 누군가에게 해주는 요리가 가끔은 좋다고 하신다. 우리는 종종어머니가 밥을 해주시는 게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종종 잊고 사는지 모른다.


새벽 배송, 밀키트. 요즘은 음식들이 워낙 좋다. 어쩌면 요리를 직접 하는 일이 더 수고로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요리를 하면 그 수고에 맞는 무엇이 반드시 생긴다. 부모님을 이해하는 시간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이에게는 추억을 선물할 수도 있다. 친구들과 보다 윤택하게 보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미처 몰랐던 상대방의 취향을 알게 되는 시간이기 되기도 하다.


요리는 선택이다. 자기가 하고 싶어면 그만이다. 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1시간동안 요리해서 10분 만에 다 먹어버리는 비효율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많은 생각, 감정, 추억은 효율로 따질 수 없는 값진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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