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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Mar 01. 2020

배우는 편집자다.

지금시대에 배우는 무엇인가.

작품을 만드는 건 감독이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이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한 후 촬영을 한다. 촬영이 끝나면 후반 작업을 한다. 감독은 이 과정에서 모든 걸 조율한다. 작품이 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편집한다. 어찌 보면 배우는 작품 안에서  장기말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관점을 바꿔보자. 감독들은 배우들을 고를 때마다 특정 배우들을 고른다. 자신이  만들 작품에서 가장 잘 맞는 배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작품이라는 숲을 바라본다. 동시에 나무인 작품 내 캐릭터도 봐야 한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작품 전체를 생각하며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분석한다. 딕션, 표정, 옷, 몸까지 모든 걸 다 고려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인물에 접근할지 생각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 일부를 투영한다. 어떤 이는  메서드 연기.  그 인물이 직접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 히스 레저가 조커를 연기하기 위해서 매일 조커처럼 일기를 쓴 건  익히 유명하다.

고 히스레저는 자신이 조커를 연기하기 위해서 조커처러 일기를 적었다.

모든 영화제에서 배우들에게 조연&주연에게 상을 주는 이유는 배우가 작품 내 인물을 무엇보다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훌륭한 연기에 대한 상이라는 걸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연기는 무엇에서 나오는가?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 시도하는 수많은 시도들. 즉 편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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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편집력이란 무엇일까? 

나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배우들은 작품 안에서 인물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를 묶어 엮어내야 한다. 

배우란 글도 아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영상속에 담아야한다.출처:unsplash

이 매거진에서는 배우를 ‘편집자’로 바라본다. 

누군가는 배우가 어떻게 편집자인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이를 위해서 한 명의 배우를 골라 그가 출연한 작품 속 인물을 분석해본다. 

데이터가 있다면 찾아보고자 한다. 필요한 경우에 따라서는 통계분석과 작품 인물 간의 상관관계도 보고자 한다. 배우가 추구하는 방향을 연구하기 위해 최대한 찾을 수 있는 인터뷰는 다 참고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작품을 통해 만들어진 ‘인물’이 어떤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려고 한다. 


요리를 할 때 재료가 가진 특징을 이해하지 않고 요리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요리사들은 언제나 식재료를 맛보고 그 안에 담긴 맛을 분석한다. 

 과정이 지나서야 어떤 조리법을 통해 음식을 만들지를 정한다.

같은 고기 부위라도 수비드를 할지, 소테를 할지, 콩피를 할지는 요리사 몫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한국, 스페인, 북유럽, 베트남, 태국, 인도 등 요리사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같은 재료라도 전혀 다른 요리로 바뀐다. 자연스럽게 요리는 요리하는 사람이 

지금까지 겪은 경험들이 요리 속에 고스란히 담긴다. 

그렇기에 요리사들에게 식재료 특징을 분석하고 요리를 하는 일은 편집과 동일하다.


배우는 작품에 맞는 캐릭터를 편집하기 위해 모든 감각을 동원한다. 출처:unsplash

배우도 마찬가지다. 딕션은 기본이다. 작품 안에서 인물을 철저히 분석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담아 묶고 엮어야 한다. 동시에 그 결과물을 감독과 상의하며 작품에 어우러지게 해야 한다. 배우들은 인물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작품 속 인물을 자기 자신 안으로 가져온다.  이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  배우들은 몸무게를 늘리거나 줄이기도 한다. 목소리톤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입금’ 전’과 입금 ‘후’가 다른 건 이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짧은 시간 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생명력을 갖는다. 
6개월에 걸쳐 노력한 캐릭터는 단 16시간 만에 사람들에게 소비되거나, 유튜브에서 단 10분 만의 오락 거리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연기를 연습하는 이유는 배우’라는 직업. 그 과정에서 존재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우가 가진 겉면만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모습을 보다 차분히 살펴보면 비주얼은 부차적이다. 오히려 배우들은 세상에 점처럼 퍼진 감정 조각들을 한 가지 형태로 묶고 엮는 일을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배우들은 처음부터 대단하지도 멋지지도 않다. 조금씩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자신만의 표현을 편집해나가면서 정체성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이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무언가를 구현하고자 하는 열망하고 있고, 이를 위해 매일 자신을 끊임없이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지 않은가?

출처:unsplash

배우의 연기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배우가 작품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작품 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중요하다. 발음과 인물을 해석하는 능력에 대한 비판은 유효할지 모르나, 이를 두고 악플이나 ‘거친 말’로 힐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우리가 배우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작품 안에서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배우들의 편집력에 집중해야 한다.우리는 오히려 배우가 작품에서 접근한 방향이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하는 데 있어 ‘좋다’와 ‘좋지 않음’으로 구분하는 게 더 구체적이다. 스토브리그에서 우리는 권경민을 욕하고 오정세배우님을 욕하지 않듯이 말이다.


배우가 작품 속에서 인물을  풀어내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처음부터 그 인물이 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작품 내 캐릭터와 연결시키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배우, 기획자,  디자이너, 건축가, 요리사는 ‘크리에이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어 누군가에게 제안하는 시대가 온다’라는 마쓰다 무네아키의 말은 배우에게도 유효하다.

출처:unsplash

배우는 시나리오상에만 존재하고, 실제로 존재할만한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겪은 경험들을 묶고 엮어낸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일수록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인물을 녹아내기가 더욱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배우들을 만나본 적이 전혀 없어서 내 주장이 유효한지 모른다. 그렇지만 다양한 역할을 만들어가는 배우들은  언제나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  스스로 가진 가능성, 편집 가능성을 더더욱 키운다. 


이제 방송은 정해진 시간에 시청하는 계층적인 송출이 아니다. 개개인이 실시간으로 접속해 원하는 걸 찾아보는  수평 송출로 바뀌었다. 이에 맞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취향이 담긴 영화, 드라마를 찾고 이를 구현하는 배우들에게 관심을 쏟는다.


이제 모든 배우들은 자신이 가진 역량을 편집할 수 알아야 한다.미디어 매체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들은 디테일한 편집력과 섬세함으로 자신을 더욱 확장시켜나가야 한다. 배우에게 연기는 ‘보이지 않는 가치와 감성’ 슬픔, 결핍, 기쁨, 갈등, 추악함, 아름다움을 매우 구체적인 단어, 어조, 몸 모든 부분으로 묘사해야 한다.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에서 광기, 슬픔, 상처가 어떤 식으로 표현이 되는가를 알려준다.

스토브리그에서 권경민이 나오는 장면은 언제나 불길하다. 출처:SBS


5프로로 시작한 스토브리그를 많이 본 이들은
 드라마를 잘 보지 않던 남성들이었다. 남성들이 열광하며 야구에 대한 드라마를 본다. 스토브리그가 보여준 성공은 취향에 저격하는 편집력과 그에 기반한 콘텐츠, 배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 없이 보여주는 사례다.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로 열연한 오정세 배우기 권경민으로 변하는 순간 ‘노규태’에 대한 ‘이미지’는 사라졌다. 드라마가 끝난 후 ‘권경민’은 사라지지만 ‘오정세'라는 배우는 사람들 뇌리에 박혀있다.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사회. 콘텐츠 춘추전국시대다. 내가 1분 전에 올린 포스팅도 1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찾기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은 무척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버티기도 쉽지 않은 게 지금이다. 자신이 버텨온 시간들을 누군가에게 단 몇 초, 몇 분만에 평가받는다. 그건 엄연한 현실이며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를 위해 걸러온 시간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


나의 접근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내가 가장 조심하고 싶은 면은 이 글들이  배우에 대한 편견, 비난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사용되지 않기를 원한다.  내가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많은 영감을 주고 기쁨 즐거움을 주는 배우들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감사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도가 지금과 미래에 배우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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