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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un 15. 2020

배우는 감정을 건축한다.

드라마(영화)는 도시기획. 캐릭터는 그 안에서 다양한 건물이다.

배우는 감정의 경계선에서 경계를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을 둘러싼 여러 감성들을 찾고, 이를 드라마 혹은 영화에 배치하는 이들이죠.


드라마(영화)는 도시기획. 캐릭터는 그 안에서 다양한 건물이다.

건축은 물성에 집중하지만, 드라마(영화) 감성에 집중합니다. 출처: 티빙

배우는 드라마라는 도시에서 건물을 짓는 건축가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배우는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캐릭터를 맡아 스토리를 살펴보며 입체감 있게 배치하면서 캐릭터룰 설계합니다. 목소리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작품 속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를 위해 모든 걸 설계하죠. 배우 연기가 건축과 닮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대본에는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와 설정이 적혀있습니다. 배우는 이 설정을 설계도로 삼아 자료, 골격을 만들어가며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니까요. 차이가 있다면 배우는 수치화하기 힘든 감정을, 건축가들은 수치를 비롯한 모든 소재 및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겁니다.

출처: 드라마 자백 대본집.

드라마가 도시기획이라면, 캐릭터는 그 안에서 다양한 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는 드라마라는 도시에서 건물을 짓는 건축가가 되는 셈입니다. 도시 속 건물들은 도시가 가진 성격, 역사, 맥락, 색깔들을 가지고 있죠.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도시를 대표하는 건물이며, 조연 및 출연 배우들은 도시를 풍성하게 만드는 다양한 건물들입니다. 누군가는 공원, 누군가는 주택일 수도 있겠네요.


건축은 설계도를 기반으로 만들죠. 드라마.영화의 설계도는 대본이죠. 출처: 스키마 건축사무소.

건물은 만들어지고 난 뒤, 사람들이 그 건물을 이용하는 순간부터 비로소야 생명을 얻습니다. 드라마 혹은 영화도 마찬가지죠. 드라마가 방영하거나 혹은 영화가 개봉한 직후부터 생명을 얻고 시청자와 공감합니다. 이런 면에서 건축과 영상 콘텐츠는 무척이나 닮은 게 많습니다.


드라마에서 배우는 외력, 이야기와 캐릭터는 내력.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는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따진 후에 그보다 더 강하게 내력을 설계해 건물을 짓죠. 사람이 모이는 정도와 용도에 따라서도 하중을 다르게 설계합니다. 외력보다 건물 내력이 강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외부에서 오는 강한 충격을 건물이 버틸 수 있습니다. 

출처:unslash.com

드라마도 마찬가지예요. 드라마 스토리는 드라마 내력입니다. 드라마를 만들 때 사용하는 다양한 샷들, 특수효과, 기술, 배우, 의상 등 외력보다 드라마의 내력인 스토리가 강해야 드라마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드라마 내력인 스토리가 탄탄할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드라마에 감응하고 빠져듭니다. 드라마는 건축처럼 사람이 모이는 정도와 용도에 따른 하중을 견뎌내지 않지만 스토리라는 내력이 강하다면 외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죠.


배우와 기획력


기획이라는 건 모든 사람이 다 할 수 있습니다. 배우가 기획을 잘하면 작업에 연속성이 생겨서 좋을 겁니다. 배우가 기획의도를 유지하면서 최종 디테일까지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몇몇 배우들은 영화에서 선보인 메서드 연기를 광고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기도 합니다. 배우가 기획력을 가지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크고 작은 세부 계획과 관점을 세우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근본적으로 이 작품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연기에 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시청자들은 이 같은 점을 매우 놀랍게 알아차립니다. 그냥 전율을 느끼니까요.

배우가 기획력을 가질수록 작품은 살아날 뿐만 아니라, 배우 자신의 편집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출처: 티빙

만일 배우가 기획력을 가지고 이를 편집력으로 끌어올리려면 작품을 '직업'으로서 접근하는 소명의식'이 분명해야 합니다. 기획력이 늘어갈수록 작품과 연기에서 자신을 스스로 더더욱 조율하고 배치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결국 편집력의 강화로 이어집니다.


배우는 작품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는 일도 해야 한다.


작품이 원하는 방향과 요구 조건만 성실히 수행한다고 좋은 배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 안에서 자기 것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죠. 좋은 평가를 받는 배우들을 보면 초창기에는 자기 색깔을 만들지 못하지만, 점차 자기 것을 내놓으면서 작품을 한 단계 끌어올려놓습니다. 연출자가 놓친 디테일을 스스로 더하죠.

 라미란 배우님은 블랙독에서 박성순이라는 캐릭터를 맡아 고하늘(서현진)이 다 담아내지 못하는 학교의 다른 이면과 블랙독 작품의 잠재력을 끌어올립니다. 출처: 티빙

시청자들은 이러한 배우들을 믿습니다. 작은 배역이라도 그 순간에는 작품 안에서 강력한 존재를 선보이니까요. 반면에 자기 것을 내놓지 않을 때 연기는 한 방향으로 흐르며 과거에 안주하며, 자신을 수식하는 캐릭터에 갇혀버릴 수 있습니다.


배우는 훈련받은 전문성으로 영상 콘텐츠를 설계하는 개인인 동시에 관련 생태계나 경제논리 등 시스템을 마주해야 하는 시스템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안도 다다오가 말한 유명한 말 중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건축가는 조직을 갖춘 개인이다. 일 할 때의 건축가는 개인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시스템의 일부다.' 이는 배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합니다.

배우 역시 영상미디어산업의 일부입니다. 출처: 2020년 1분기 스튜디오 드래곤 IR 보고서

배우는 조직은 갖춘 개인입니다. 연기를 할 때 배우는 개인이 아닌, 자신이 만든 시스템의 일부가 되죠. 여기서 시스템은 연기력을 포함한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 드라마를 만드는 팀과의 협력 등 모든 걸 말합니다. 이는 시청자 혹은 연출가가 상대하는 사람이 'A'라는 개인이 아닌, 배우 'A'이며 배우 'A'는 작품 전체를 만드는 팀과 협력할 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돌아가게 해주는 시스템의 일부라는 말입니다. 

이 한 장면을 위해 촬영, 조명팀, 연출, 배우, 촬영지등 수많은 자원과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출처: 티빙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이 균형을 조율하는 일. 반복해서 말하는 '편집력'은 이 같은 시스템을 조율하는 능력입니다. 배우 자체가 '소비 거리'로 생각하는 경향과 그렇게 전하는 매체들 때문에 우리는 종종 배우들은 '개인'이면서도 동시에 '시스템'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들도 말이죠.


드라마의 외력과 내력이 깨지면 드라마는 처참해진다.


이런 면에서 '더 킹: 영원의 군주'는 드라마 내력과 외력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더킹: 영원의 군주'는 드라마의 내력인 스토리 자체가 탄탄하지 못했습니다. 설정은 좋았지만 연출과정에서 드라마가 가진 내력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죠.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매우 강한 두 가지 하중을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그 두 가지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와 광고죠. 


탄탄한 드라마 내력은 어떠한 외력이 와도 전부 받아내며 흔들리지 않습니다.

드라마 전개보다는 배우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스토리 진행에 중요한 '평행세계'와 '시간여행'이라는 큰 축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내력을 탄탄할 시점에서 광고가 나옵니다. 광고가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스토리를 전개할 시점에 지나치게 길이가 긴 광고를 해버리니 스토리 집중도가 떨어지는 겁니다. 김치가 나오던 커피가 크게 상관없습니다. 여기에 SBS는 공영방송이라서 광고 노출이 제한폭이 더 큽니다. 법적인 부분까지 드라마에 하중을 주면서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겁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직간접 광고를 스토리라인과 적절히 연결시켜 광고라는 매우 강한 하중을 이겨내죠. 출처: 티빙

이와 다르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사들이 당분이 필요할 때마다 '롯데 드림 카카오'를 먹는 걸 노출에 광고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면 드라마 내력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광고가 드라마 스토리 맥락을 강화하는 셈이죠. 수술을 끝나고 나서 'EGGDROP' 토스트를 먹는 건 자연스럽죠. 


드라마 내력이 탄탄하면 강한 하중을 견뎌냅니다.



그러나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는 광고가 드라마 기둥을 단단하게 하는 게 아닌 망치로 드라마 기둥을 날려버립니다. 여기에 화보같이 찍은 배우가 광고까지 해버리면 드라마 자체에 큰 하중이 걸려 드라마 내력이 무너져버리는 겁니다.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이민호 배우는 평소보다 너무 비주얼이 강하게 연출되는데 이게 드라마에 강한 외력이 되죠. 출처: 티빙
하지만 드라마 내력이 약하면 드라마 구조는 박살이 납니다.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이민호 배우가 멋진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멋짐이 오히려 드라마 내력에 강한 하중을 준 셈이죠.'더 킹: 영원의 군주'를 비교할 때 '미스터 선샤인'과 '도깨비'를 비교하는 하는 이유는 두 드라마에 출연 배우는 외력이 굉장히 강했기 때문입니다.(물론 두 작품 모두 김은숙 작가의 작품인 점도 있습니다.) 미스터 선샤인의 이병헌 배우 같은 경우는 외력이 엄청 세죠. 많은 이들이 아는 대로 이병헌 배우는 이미지가 큽니다. 하지만 이병헌 배우는 자신이 가진 이미지, 아우라를 철저히 작품의 내력으로 바꾼다는 겁니다.

출처: 티빙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역인 '김태평'이라는 인물 그 자체가 됩니다. 영화 그 자체에서 시나리오는 내력이지만 배우는 외력입니다. 그러나 이병헌 배우는 외력을 작품의 단단한 내력으로 바꿔버리고 영화 시나리오 내력을 엄청나게 단단하게 만들어 스토리가 다른 곳으로 세지 않게 합니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태평을 보며 많은 이들이 감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도깨비 촬영팀은 외력이 강한 두 배우를 롱샷, 중간 샷 등을 활용해 도깨비 스토리를 극대화합니다. 출처:넷플릭스

그렇기에 '남산의 부장들'과 '미스터선샤인'에서는 드라마 내력인 스토리가 무너지는 일이 없습니다. 도깨비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유, 이동욱 배우는 외력이 강력하죠. 그렇지만 두 배우 모두 자신들이 가진 이미지를 드라마 내력에 맞추고자 하죠. 각각 도깨비와 저승사자라는 역에 스며들어가죠. 도깨비는 카메라 워크도 철저히 드라마 스토리를 강조하는데 공을 드렸죠. 

라이프에서 이동욱 배우는 사진 같은 멍한 표정이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표정이 라이프 속 의사들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가 됩니다. 출처: 넷플릭스.

JTBC '라이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이프에서도 이동욱 배우는 본인이 가진 외적인 요소들은 드라마 스토리에 녹여냅니다. 이동욱 배우의 뽀안 얼굴과 힘 빠지는 듯한 딕션은 예진우를 통해 시청자들이 의사를 보게 만드는 창을 만들어냅니다. 이와 다르게 조승우 배우는 라이프에서 '스토리'를 위한  강한 연기를 합니다. 이처럼 두 배우가 가진 충분한 편집력은 드라마 스토리 내부에 큰 외부 하중을 주지 않습니다. 드라마가 탄탄하게 굴러가는 건 당연하죠 이 기저에는 배우들의 편집력 그 자체 역량에 따라서 드라마의 내력은 약해질 수도 강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다. 유기적인 구조를 봐야 한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을 통칭하는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넷플릭스 자체가 명사에 가깝죠.

'더 킹: 영원의 군주'에 대한 많은 기사들은 시청률을 논하며 드라마를 비판하는 편입니다. 이는 생각보다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긴 드라마이며 시청률로 드라마 성공을 판단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드라마를 만들어 글로벌 유통망에 넣는 일이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시청률은 오히려 과거 지표에 매달리는 일이죠. 오히려 시청률을 강조하는 일은 지상파 방송이 얼마나 광고에 의존하는지에 대한 모습만 부각하는 셈이죠.

넷플릭스라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할 뿐, 이제 시청률은 부차적인 요소입니다. 출처: 넷플릭스

언론에서 '더 킹 영원의 군주'를 비판하고, 김은숙 작가가 무너졌다 하는 건 부분만 보는 겁니다. 오히려 넷플릭스 아시아권을 보면 '더 킹: 영원의 군주'는 상당히 잘 나갑니다. 만일 비교 기준을 사랑의 불시착, 슬기로운 의사생활, 도깨비로 잡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이 같은 부분은 이태원 클라쓰를 제작한 제이콘텐트리 재무제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 기간은 제1분기와 제2분기에 겹칩니다. 제이콘텐트리는 '이태원 클라쓰' 매출을 2분기로 넘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드래건의 IR자료에서는 드라마 높은 원가율에 집중하며, 오히려 유통면에서는 좀 더 좋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랑의 불시착' 흥행도 시청률보다는 유통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며 서술합니다. 오히려 드라마 같은 경우'시청률'보다는 '매출원가'와 '유통망'에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스튜디오 드래건의 4.99프로 지분을 취득한 상태죠. 이제 시청률에 기초해 드라마를 판단하는 프레임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시청률로만 드라마를 판단하는 건 단지 '현상 분석' 에만 용이합니다. 그렇기에 드라마의 기저라고 볼 수 있는 이야기 배치. 드라마의 내력 와 외력을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드라마 제작사와 기획사가 원하는 건 이용자들의 데이터겠죠.


스튜디오 드래곤의 IR 보고서는 영상미디어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출처: 스튜디오 드래곤 IR

이 글을 쓰는 저 역시도 '더 킹: 영원의 군주'를 보았습니다만, 저는 모두 넷플릭스에서 보았습니다. 지상파에서 종종 나오는 광고가 거슬렸으니까요. 넷플릭스에서 시청하면 간접 광고부분은 그냥 넘겨버리면 되니까요.

'더 킹: 영원의 군주'는 배우가 가진 기획력, 표현력, 편집력은 드라마와 영화의 내력과 외력 사이를 조절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례입니다. 좋은 배우일수록 드라마 스토리 내력을 탄탄하게 만들며 외력. 즉 드라마가 마주할 하중을 줄이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됩니다. 드라마가 마주할 하중을 견딜 드라마 내력인  스토리를 설계하는 작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말이죠.


배우 스스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배우와 작품은 상호의존적 관계입니다. 배우는 그 속성상 영상을 만들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과 자원을 엄청나게 많이 쓰고, 궁극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 때문에 배우는 스스로 정체성을 더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출처: 넷플릭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TV를 시청하는 게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을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세상은 굉장히 치열하고 빠르게 변하죠. 배우의 일 역시 표면적으로 많이 변한 듯합니다만 길게 보면 핵심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스트리밍 시장이 배우에게 더 많은 역량, 기획, 편집력을 요구할 테지만 배우의 핵심인 ‘영상에서 필요로 하는 감정을 설계하는 일’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겁니다.


드라마 안에는 여러 요소와 이야깃거리가 있다.


미디어 기술에서 예술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이루는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 그걸 모두 쪼개고 합친다고 드라마나 영화가 되는 건 아닙니다. 언제나 전체와 부분의 관계는 유기적이기 때문입니다. 배우 연기가 좋아도 연출 혹은 영상 배치가 유기적이지 않을 경우 영상은 생명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최고 배우가 나온 영화가 단순히 연출과 시나리오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를 '생각'보다 자주 봅니다. 


반면에 탄탄한 스토리와 이를 충실하게 연기한 배우들로 인해 드라마와 영화가 놀라운 성공을 거두는 사례도 '생각'보다 많이 보았습니다. 드라마 안에는 예술 논리도 들어가 있고, 아무리 예술이라도 그 안에는 공학과 현실(상업적인 판매, 유통, 시청률)도 들어가 있습니다. 드라마 혹은 영화는 부분만을 모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디에이징 기술은 기술과 예술이 어떻게 더 유기적으로 나아갈지를 강조합니다. 디에이징 기술이 전부는 아닙니다. 출처: 넷플릭스

 ILM이 만든 FLUX시스템과 엔비디아의 첨단 GPU와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만들어낸 미디어 기술이 영상예술의 놀라운 미래라고 무조건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기술은 오히려 예술을 어떻게 더 유기적으로 활용지에 대해 집중할 뿐입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방향은 영상의 기저에 담긴 원리이자 이를 통해 시작하는 유기적 관계죠. 그렇기에 오히려 영상 콘텐츠 그 자체에 대한 유기적인 접근이 앞으로 더더욱 필요할 겁니다. 유기적 관계라는 말이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그냥 모든 게 나눠져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겁니다. 나누지 말고 부분만 보지 않고 전체를 보려는 노력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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