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텍스트를 영상으로 바꾸는 언어이자 디지털경험과 디자인핵심이다.
카메라는 글자로 존재하는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옮긴다.
카메라를 통해 작품을
담아내는 일은 화가가 물감을 이용해
캔버스를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과 동일하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카메라는 시나리오를 구현하는
시각 언어 혹은 디자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은 하명희 작가가
집필한 '사랑의 온도' 대본 일부다.
대본에서는 극 중 상황을
간략하게 묘사하고 있다.
위 대본에 적힌 텍스트들은
드라마에서는 아래 사진과 같이 여러 컷으로 만들어졌다.
글로 적힌 간략한 대사와 묘사들.
대본 속 글로만 존재하고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추측해야 하는
감정과 장면들은 영상을 통해 실제로
존재하는 이미지로 바뀐다.
이 과정에 연출자, 촬영감독,
의상, 소품, 조명, 배우,
사운드 엔지니어들은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배우들은 텍스트 안에 존재할
상황, 감정, 움직임, 심리 등을 영상을 담을
카메라에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그렇기에 배우들에게 처음부터 이어지는
극 분위기를 파악하는 일은 필수다.
물론 극을 영상에 담는 일은
감독(연출가)과 촬영감독이
주도적으로 할지 모른다.
하지만 배우는 드라마(혹은 영화)에서
영상이라는 디자인 언어의
구성요소이면서도 동시에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복합적인 위치에 놓여있다.
드라마와 영화의 질을 더 크게 높이는 책임은
절반은 연출자, 배우, 촬영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나머지 절반은 이를 보는 시청자다.
이를 깊이 이해할수록
우리가 드라마를 이해하는
안목은 더욱 늘어나며,
실제로 시청자의 눈높이는
무척 많이 높아졌다.
배우와 대본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완성도
높은 연출과 영상미도 중요해졌다.
여기에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과 영상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서 만든 ‘Chefs Table’ 은
영화가 아닌 요리 다큐멘터리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뛰어넘는
유려한 영상미, 음악, 연출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이 '다큐멘터리'에 빠지게 만들었다.
대본은 배우들만 연구하는 게 아니다.
촬영감독도 연구한다.
배우들 연기를 다양한 앵글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혹은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을 담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각도다.
좋은 카메라 각도는
작품에서 주인공을 빛나게 할 뿐만 아니라
배우의 연기를 더 돋보이게 한다.
로맨틱 코미디 물에선
남녀 주인공이 한 화면 안에서
최상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찍는 게 좋다.
여러 각도에서 찍은 각 장면들은
시청자들이 극 안으로
더욱 몰입하도록 돕는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써도 배우들이
표현하는 감정 및 드라마 대본이
영상으로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몰입도는 떨어진다.
예를 들어
JTBC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빠른 화면 전개, 과한 카메라 클로즈업과
아웃포커스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한다.
(사진에서 건은 부분이 모두 블러처리되어있다.)
어느 순간부터 이 같은
드라마 장면들은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는 걸 방해한다.
반대로 영상 색채 보정에
신경을 써서 디테일이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낭만 닥터 김사부’가 대표적이다.
낭만 닥터 김사부 시즌1과 시즌2를 비교하면
영상톤이 미묘하게 다른 걸 발견할 수 있다.
'낭만 닥터 김사부 시즌2'에서는 시즌 1보다
영상이 좀 더 '선명'하다.
'노란색과 주황색'의 채도 수치,
영상 대비를 올려 시청자들이 좀 더
감성적으로 영상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김사부가 추구하는 ‘낭만’이
막연함이 아니라 응급외래센터라는
‘현실에 기반한 도전’ 임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한다.
서현진배우가 참여한
'사랑의 온도'도 영상미에
신경을 쓴 사례 중 하나다.
'사랑의 온도'에서는
이현수(서현진)와 온정선(양세종)
두 사람 간의 감정이 엇나가는 순간과
교감하는 순간을 흑백 장면으로 묘사해 포인트를 준다.
때때로 영상 전체 채도 수치를 올리고
인물 뒤를 따라가면서 부드럽게
클로즈업을 하는 장면들은
'사랑의 온도'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서현진 배우는
'마치 홍콩영화 같다'라고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tvN 드라마 중 가장 영상미가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도깨비'를 보자.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카메라 앵글의 높낮이를 활용해
‘신과 인간’ 사이 경계를 미묘하게 표현한다.
신과 같은 존재인 도깨비(공유)와
저승사자(이동욱)는 낮은 앵글로 촬영했다.
반면에 지은탁(김고은)과
써니(유인나)는 높은 앵글로 촬영했다.
이러한 앵글 설정은
‘신’은 올려다보는 커다란 존재이며,
인간은 약한 존재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tvN은 영상미를 강조한 촬영을 통해
드라마 캐릭터를 언제나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적지 않은 배우들이
통해 꽃을 피우거나 연기를 인정받았는데
서현진배우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서현진배우 같은 경우도
촬영 방법에 따라서 확연히 다르다.
'제왕의 땅, 수백향' 이전에 출연한
대다수 작품(MBC)에서
카메라 앵글은 대부분 ‘한결’ 같다.
그래서 서현진의 연기도
‘큰 변화’가 없는 듯한 밋밋한 ‘느낌’을 준다.
영상 느낌으로만 따져보면 드라마보다는
‘복숭아나무’가 서현진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더 잘 묘사할 정도다.
그러나 TVN이 다양한 카메라 기법으로
'영상' 그 자체를 스토리라인으로 활용하면서
서현진의 연기는 세세하게 쪼개지기도 하고
합쳐지며 '드라마 연출'에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그녀가 꾸준히 해온
연기가 재조명받게 된다.
'식샤를 합시다 2’에서
백수지(서현진)가 음식을 먹는 장면.
특히 이상우(권율) 분에게
주사를 부리는 장면에서는
카메라 클로즈업, 롱샷,
아웃포커스를 절묘하게 활용한다.
이 장면을 통해 '백수지'가 가진
성격은 물론이며 극 이야기 전개도 살린다.
'또! 오해영'이 다른 점은 ‘영상톤’을
드라마 전체 스토리를 그려나가는
핵심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또! 오해영'을 유심히 보면
전반적으로 노란색톤이
강한 걸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란색 톤이 '오해영'을
매우 극적으로 묘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이 노란색 ‘톤’이 또! 오해영' 드라마
전체를 살리는 ‘의외로’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다.
여기에 POV( 'Point of View':1인칭 시점에서의 카메라 촬영기법)
롱샷, 아웃포커스, 수직 촬영,
카메라 클로즈업 등. 다양하게 만든 화면으로
드라마 자체를 보다 더 역동적으로 담아낸다.
극에서 오해영(서현진)과 박도영(에릭)이
족발을 먹는 장면을 살펴보자.‘
나 오늘 머리도 안 감았는데’라며
머리를 지워 잡는 모습도
카메라 클로즈업과 아웃포커스를 번갈아 사용한다.
그 후 오해영이 족발과 막국수를
먹는 장면을 클로즈업과
롱샷을 번갈아 배치해
우울한 오해영’을 구체적으로 담아낸다.
이 같은 촬영은 오해영의 감정을
더욱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시청자가 오해영에게 더욱 몰입하게 돕는다.
디자인 언어라는 건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대본을 영상으로 담아 구체적으로
만드는 카메라도 역시나 디자인 언어다.
특히 다양한 화면들을 만들어내는
카메라 앵글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드라마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카메라 앵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카메라 앵글은 배우들을
가장 빛나게 하는 중요한 도구이자,
때때로 배우 들을 자유롭게 만들거나
혹은 틀에 가두어 놓기도 한다.
그렇기에 오늘도 드라마 혹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이 같은 소중한 한 컷을 위해서
배우와 스태프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한다.
화면 속 배우들의 컷은
그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수많은 노력의 산물이다.
카메라로 담긴 영상을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멋지거나
서정적인 ‘화면’을 보는 게 아니다.
그 화면 속에서는 대본이라는 텍스트.
글자들이 시각디자인으로
바뀐 걸 이해하는 일이다.
카메라는 배우의 모든 말,
시선, 주변 풍경을 담는다.
카메라는 마치 애인처럼
배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언제나 배우의 말과
행동을 듣고 기록한다.
흔들리는 눈빛, 말투 등
미세한 움직임 지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카메라가
연기를 쉽게 만든다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오로지 텍스트에 기반한
시나리오를 영상언어로 만들 뿐이다.
카메라에게 배우는 시나리오를
담기 위한 도구 중 하나이기에,
애정보다는 어쩌면 더 딱딱한 관계일지 모른다.
오늘도 TV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드라마를 본다면 ‘영상’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보도록 하자.
드라마 혹은 영화가 보다
더 새롭게 보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