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마트 가와라마치 점.
교토는 일본 전통을 최우선으로 표현하는 게 확고하다.
교토 어느 곳을 가도 항상 '일본 전통'이라는 테두리에서 현시대를 받아들인다.
어떤 면에서 교토는 거대한 정원 같다. 일본인은 새로운 정원을 만들 때 아름답다고 여기는 자연과 이미 아름답다고 소문난 '정원' 일부도 가져오는데 이를 도시 이를 교토 전체로 확장하면 새롭게 본 자연은 세계 다양한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거다.
교토를 이야기할 때 정원을 자꾸 언급하는 이유도 실제로 교토 내에 정원도 많은 편이며, 정원들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한 끗 다른 디테일들을 뽐내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원을 통해서 사물을 쪼개는 일에 익숙하고 그 보낸 요소들을 재구축하는 방안에도 익숙하다. 교토에서 마주하는 기획과 디자인들도 이 같은 맥락을 알게 모르게 따라간다. 교토에서는 온라인 시대에 필요한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찾아볼 수 있다. 교토 가와라마치에 위치한 네오 마트는 이러한 장소중 한 곳이다.
네오 마트 가와라마치 점은 '이노분'이라는 생활잡화 회사에서 운영하는 잡화점이다. 네오 마트는 ‘도시적이면서도 버라이어티 한 선물! 행복한 기분이 담긴 선물이 넘치는 가게!’를 모토로 하는 잡화점이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물건은 거실 가구, 패브릭, 테이블웨어, 의류 아이템, 액세서리, 뷰티, 헬스 케어, 문구 등 잡화를 선물 포장과 개별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네오 마트가 다른 오프라인 상점과 다른 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선물’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가게를 운영한다.
2.’ 귀여움’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통해 타깃을 '여성 손님'으로 구체화했다.
3. 오프라인에서 구입하는 게 더 편한 상품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면 귀걸이, 목걸이를 비롯한 액세서리 등.)
오프라인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에만 집중한 네오 마트는
온라인 전성시대에 오프라인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장소중 하나다.
네오 마트는 매장 콘셉트가 선명하다. 무엇보다 '소녀감성', '문구 덕후, '여성'들을 위한 상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처음에는 돈키호테 같은 콘셉트에 매장에 콘셉트가 없어 보인다."돈키호테하고 큰 차이는 없어 보이네~"라고 말하기 쉽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나 매장을 천천히 둘러볼수록 콘셉트가 매우 분명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네오 마트 매장은 뉴욕 느낌을 연출하고자 시도가 엿보인다. 가게 간판에 그려진 건물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다. 하지만 매장 안은 오히려 돈키호테에 더 가깝다. 상품들이 너저분해 보이지만 동선은 원형으로 계속 순환하고 있다. 처음에는 산만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공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는 건 결코 우연히 아니다. 여기에 높은 천장은 어지러운 공간을 보다 쾌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레일'을 활용한 효율적인 조명 설치.
네오 마트는 높은 천장에 레일 조명을 설치했다. 레일을 통해 설치한 다양한 조명들은 각기 다른 '빛'을 통해 매장 곳곳에 세밀한 차이를 만든다. 작은 샹들리에 조명부터 시작한 큰 조명들은 다양한 상품진열 연출을 하는 걸 돕고 있다. 빛은 공간을 유기적으로 만들고 생명을 넣는 매우 중요한 도구다. 레일 조명 설치를 통한 '유연함'은 상품 콘셉트에 맞는 조명을 적재적소에 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가게 음악 선곡도 공간에 통일성과 활력을 더한다. 음악 선곡을 곡 단위가 아니라, 앨범 단위로 선택해 일 시간 동안 동일한 감성을 매장에 불어 놓는다
네오 마트는 온라인이 가지지 못한 '아기자기함'이라는 정서를 매장에서 표현한다. '상품 카테고리'로 상품을 진열하지 않고 '정서'를 중점으로 진열한다. 온라인 쇼핑은 은 연출된 이미지 거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물건이 대다수다. 편리하나 제안은 약하다. 반면에 네오 마트는 상품들이 가진 '느낌'을 통해 취향을 살펴보도록 공간을 설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대표적인 예가 액세서리 코너다. 가방, 액세서리 등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 확인해야 하는 상품 등을
최대한 차분하게 진열했다. 사실 온라인에서는 액세서리를 동시에 비교하기 힘들다.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경우 사람마다 신체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직접 착용을 해보고 구입을 해야 한다.
물론 요즘에는 AR기술을 사용해 상품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네오 마트가 주목한 건 이처럼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오프라인'경험이다. 손으로 직접 쓴 상품 설명도 이 같은 기획의 연장선이다. 같은 설명도 손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더더욱 기억에 남기 마련이니까.
디퓨저 코너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서는 향을 맡을 수 없다. 온라인으로 디퓨저를 사는 경우는 대체로 이미 한번 구매를 하고 만족을 했을 경우다. 게다가 디퓨저는 각 브랜드마다 향도 다르기 때문에 꼭 향을 맡아봐야 한다. 온라인에서 디퓨저 향은 기억에 의존해야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향을 맡아본 디퓨저는 더 쉽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네오 마트는 무민을 비롯한 캐릭터성이 강한 상품도 비치해 좀 사람들이 공간에 더 몰입하게 했다.
많은 상점들이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판매하는데 집중한다. 이와는 조금 색다르게 네오 마트는 '남을 위해 물건 사는 일' 집중한다.
네오 마트는 일본에서 유독 강한 '오미야게' 및 선물 문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과자, 입욕제등 '선물'만을 위해 상품을 묶은 선물세트를 따로 판매한다. 그렇다고 화려한 기프트 세트 등을 판매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가벼운 정성이 드러나 세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하기 위한 연출에 공을 들었다. 예를 들어 여러 종류 과자들을 묶어 만든 선물세트는 친구 집에 놀러 가거나 혹은 조카 선물울 고를 때 딱 좋은 상품이다. 특히 과자세트는 삼촌들 취향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여기서 파는 과자들도 한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한국에서 충분히 응용도 가능하다. (어린 시절 명절 때마다 슈퍼마켓에서 팔던 만 원짜리 과자 선물세트가 생각나기도 했다.) 비록 나는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만일 조카와 이곳에 함께 온다면 나는 조카에게 이곳에서 먹고 싶은걸 고르라고 말할 것 같았다.
목욕문화를 반영해 구성한 입욕 선물세트.
하루에 한 번씩 꼭 목욕을 하는 일본 문화를 반영래 입욕제를 모아 선물세트로 만든 점도 훌륭하다. 네오 마트가 전하는 메시지는 온라인 전성시대에 오프라인 상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같은 상품도 다르게 팔아야 한다'다. 일본인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네오 마켓은 엄청나게 특별하지 않을 수 도 있다고 생각을 했다.
일본은 선물 문화가 많이 발달했다. 새벽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오미야게 매장은 문이 열려있을 정도니까. 또한 백화점 내 선물코너는 언제나 사람이 북새통이다. 특히 신칸센 도쿄역 길목에 위치한 다이마루 백화점 1층 식품관은 걷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다. 만약 누군가의 집에 간다면 네오 마트는 꼭 한번 왔다가 갈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갈 때 필요한 간단한 선물이 필요하다면?
네오 마트 같은 곳에 갈 것 같았다.
어수선한 네오 마트를 탐험하다 보면 취향, 로컬 브랜드, 생활양식에 대한 편집력은 누구나 가져야 할 소양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앞으로의 공간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대로 각기 각자만의 장점을 점점 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