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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06. 2018

 무인양품 매장은 작은 일본 그 자체다

도쿄 공간 에피소드 3 무인양품 유락초점.

(본 글은 무인양품 유락초지점이 영업종료전에 작성괸 글입니다. 현재 무인양품 유락초지점은

무지호텔긴자& 플레그샵 긴자로 그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추후 도쿄방문시 내용을 갱신할 예정입니다.)


나는 무인양품에서 많은 디테일과 영감을 얻는다.

그렇지만 무인양품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다.

무인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말이 무인양품을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다.

내 주변에서도 무인양품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무인양품은 나의 취향에 맞지 않을 뿐이다.

서울에서 무인양품 매장에 종종 가는데 물건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매장에서 나오는 특유 음악을 듣기 위해 종종 간다.


무인양품 매장을 잘 관찰하면 그곳에는 일본인의 삶이 보인다.


도쿄에서 무인양품은 자주 갔다.

일본 내 무인양품 매장은 우리나라보다 음식제품이 훨씬 많다.

특히 한국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쌀과자,

초코와 말차 맛 바움쿠헨은 가성비가 너무 좋다.

(말차보다는 초코가 더 촉촉하다.)

뜻하지 않게 이번 '도쿄 공간 에피소드 무인양품'에서는 분석이 좀 더 강하다.

하지만 이번 글은 단순한 분석이라기보다는 도쿄를 비롯한 일본에서 경험하는 공간을

더 확실히 느끼기 위한 가이느 라인이기도 하다. 물론! 내 경험에 근거한 가이드라인이다.


무인양품 유락초매장 공간 1층은 식료품매장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되었다.

무인양품은 90% 구조.


무인양품은 90%는 구조라고 한다. 같은 이름의 책도 있다.

실제로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양품 기획에는 두툼한 매뉴얼이 있다.

무인양품 매장을 가면 그 말이 무엇인지 반은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니다.



'이것으로도 충분한 생활'이라는 라이프 제안 기획이 매장 안에 가득하다.

무엇보다 도쿄 내 무인양품 매장에서는 서울에서보다 더 일본 감성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첫째는 일본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한국에 있는 매장은 한국 정서에 맞게 고친 부분도 있으니까.

물론 무인양품 말고 도큐핸즈나 로프트도 일본 감성이 잘 담긴 생활잡화점이다.


초콜렛을 만드는 세트 디테일을 모두 설명하는데  너무 디테일하다.하지만 이는 초콜렛을 만드는 과정의 시작을 축소해서 제시한다.

내가 느낀 '무인양품이 90% 구조'라는 말은 단순한 운영 프로세스가 아니다.

'90%가 구조'라는 말은 '90%'는 통제가 가능하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이는 일본 특유의 감성과 세계관의 확대를 잘 나타낸다.

본이라는 나라 특징이 그 나라 속에 담긴 구석구석을 확대할수록

더욱 세밀하게 디테일을 잡는 축소지향적 사고관이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지나치리 만큼 세부적인 모습이 우리에게는 '지나치지 않나?'이지만,

일본인에게는 '이 정도는 해야지 나루호도!'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이 같은 점에 집중하면 '90%가 구조'라는 말이 담긴 의미를 무인양품 매장에서 관찰할 수 있다.


물건을 사기위한 딱 필요한 물건만 있다. 물건진열도 이것으로 충분하지 아니한가?

무인양품 매장의 메시지: 지나침, 비약, 과장도 없다.


무인양품 매장 속에는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일본인 삶이

지나침, 비약, 과장이 없는 축소의 균형이 있다.

무인양품 매장이 대다수 비슷한 이유도 단순히 브랜딩이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축소지향의 일본을 표현한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유락초 매장 1층 식료품 매장의 매대를 보면,

"물건을 팔기 위한 진열도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진열도 포장도 말이다'

라는 간결함을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일본인이 추구하는 축소의 간결함.

우리는 축소를 보통 '작게 만드는 방법'으로 보지만

(사전적 정의는 '모양이나 규모 따위를 줄여서 작게 하다이다.)

일본에서는 축소는 가장 이상적인 모양새로 접근하는 방법에 가깝다.


언제나 딱 필요한 만큼만 진열을 한다. 무인양품매장에는 전형적인 일본인의 사고방식이 담겨져있다.

누군가 무인양품에 가서 열광한다면 아마도 내향적이거나

소소한 일본 감성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을 거다.

반면에 무인양품에서 그들이 말하는 메시지, 브랜딩, 기획의도에 자극은 받지만,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일본 감성 자체가 와 닿지 않는다면 아마도 '축소'라는

인위적인 감성을 싫어할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 선호가 아닌 세계관의 차이라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

논리보다는 맥락이 앞서는 도쿄 기획에서 디테일이 돋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기획을 면밀하게 관찰하면 어느 순간 그 중심은 비어있다.

특히 맥락이라는 이름은 '편의주의'에 기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은 무엇인가 허전하다.

이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일본 감성과 거기에 기반한 축소 성이 자신에게 와 닿지 않는 것이다.

확대와 축소의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비어있음'을 숙지한다면 일본 내 공간에서 그곳에 담긴 일본 감성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명심해야 할 점은 이 같은 생각이 자칫 '일본 공간은 이러이러하다'라는

비판적 분석으로 흐를 수가 있는데, 그 분석에 근거하면 오히려 잘 느끼기 어려운 지역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섬나라이지만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섬나라 치고는 굉장히 크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들은 해양을 넘어서 더 큰 대륙으로 가기보다는

일본이라는 그 섬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이라는 섬에서는 유순하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포악해지고 잔인해진다. 임진왜란, 세계 2차 대전이 이를 여실 없이 증명한다.

다른 나라와 다르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한 가지의 틀로만 본다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의 공간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낯설다.

분석을 상대방의 특징을 면밀하게 보지만 나무만 보는 일이다. 세계관을 이해하고 본다면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자연스러움을 선호하는 한국인에게 무인양품은 상당한 극과 극의 공간이다.

이케아가 한국에서 무척이나 성공한 이유는 이케아가 풀어내는 '가족'이라는

기획이 논리적이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케아가  일본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이케아가 펼치는 기획이 일본인 감성에 쉽사리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무인양품 매장 속 모든 공간은 일본인의 삶 속으로 계속해서 들어간다.

개선하고 개선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강하다. 얼마나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하면

매장에 H빔 프레임까지 설치할까?


무인양품은 뭐랄까?? 자본주의 시대에 맞는 분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무인양품 호텔이 선전과 베이징에 생겼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년 4월에 긴자에도 무지 호텔이 생긴다.

긴자 무지 호텔 디렉팅도 무지 호텔 베이징을 담당한 UDS에서 맡았다고 하니 베이징과

비슷한 공간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무인양품 속에 들어있는 공간은 '충분함'이다.


그 충분함은 선불교에 가깝고 선불교는 중국에서 건너왔다.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사상적 기원은 일본이 아닌 중국이다.

그렇기에 베이징과 선전에 무인양품에 추구하는 주거와 경험을 표현한 호텔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다. 그리고 이를 일본으로 다시 가져오는 일은 오히려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공간에 대한  실험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으로 진출해서 무인양품의 가치를 더 크게 확대하려는 의도보다는

일본으로 다시 들여와 무인양품 본연의 가치를 더 세밀하게 추구하는 일에 집중한다는 의지 일지 모른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확대를 추구하면 필패했고 축소를 선택하면 필승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면에서 무인양품은 영리하다. 일본스러운 발상이다.



일본은 새롭게 만들어진 무언가를 더 세밀하게 계량하는 일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국가다.

일본 기획은 개인에게 집중하는 '축소'라는 관점에서 접근할수록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츠타야 기획이 한국에서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이에 있다. SNS가 사람들에게 가져온 영향은

'개인의 브랜드화'이자 동시에 미디어 플랫폼으로 확장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개인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개인이 추구하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에서 발군의 실력을 30년 가까이 보여준 츠타야가 주목을 받는 거다. 다이칸야마 츠타야는 그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일본 기획이 가진 한계는 기획을 더 크게 확장하려는 시도일수록 그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크게 확장하는 면은 영미권 국가 혹은 한국이 더 능하다.


집은 이정도면 충분하지 아니한가?라는 이 질문에는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공간이 있다.


말이 길어졌다. 이 같은 점에서 나에게 무인양품의 공간은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본인이 추구하는 삶에 대한 많은 통찰을 본다.

특별하지 않다고 통찰을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공간에 대한 생각은 결국 그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내가 무인양품 매장을 가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다.



하라 켄야가 말한 대로 '일상의 새로움을 발견하라'는 말은 일상에서 미처 보지 못한

사라진 가치를 찾아는 말이면서도 동시에 지난 가치로 돌아가자는 회귀라는 축소 지향성을 담고 있다.

유락초 매장 1층에 있는 모델하우스는 일본인에게 가장 충분하다고 여기는 방 디자인을 구현했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소?'

공간에 대한 무인양품의 생각에서 우리는 일본인의 삶 일부를 읽어볼 수 있다.

그래서 무인양품 매장을 볼 수록 더 상세하게 일본인과 한국인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메이지신궁을 살펴보면 커다란 숲에서 시작한 커다란 길은 점점 좁아지며 공간의 끝에는 조그마한 참배공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종묘를 살펴보자. 종묘 안에는 자연스럽게 조성된 숲 속에

조선시대 왕들의 위패가 위치한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길도 없으며, 오히려 사람들이 그 안에서 쉼을 느낀다.


일본 모든 공간을 돌아보면 겉은 화려하고 웅장할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파고들어가는 측면’이 강하는 인상이 강하다. 오타쿠문화가 일본에 괜히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도쿄에 가면 무인양품 매장에 간다.

그 안은 작은 일본 그 자체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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