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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ug 20. 2020

최적화는 잘 표현하기 위한 과정이다.

브랜드, 아름다움, 공간 그리고 최적화

만일 그대에게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 볼 생각인가? 

아마도 그들이 코드를 짜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프로그래머들이 온전히 코딩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음식을 가져다 놓아야 할 거다.(예산이 허락하는 선에서) 만일 회계 사무실이라면? 

회계사들이 각 기업 재무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해야 한다. 

공간은 목적을 포함한 정체성이 담기기 마련이다. 출처:unsplash.com

만약 주방이라면? 요리사들이 빠르고 신속하게 식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할 수 있는 동선으로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백종원 대표는 자신의 저서에 이렇게 적었다. 

'주방에서 동선은 매우 중요해요. 

주방 동선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거든요. '

우리가 매일 생활할 공간을 만드는 말은 단순한 인테리어 공사가 아니다. 

공간을 통해 내 표현된 나 자신의 정체성은 내  스타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공간은 각기 지향하는 최적화 지점이 있다. 출처:unsplash.com

브랜드는 어떻게 공간 최적화에 개입하는가?


내가 가게에서 일을 하던 시절, 하루에 17시간을 일했다. 

퇴근 후 잠을 자고 나면, 바로 출근해야 했다. 

그렇기에 수면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수면에 최적화'된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방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점검했다. 

가장 먼저 방에 있는 가구들을 하나씩 치웠다.

 필요 없는 옷들은 버렸다. 일할 때 유니폼처럼 입을 상하의를 각각 5벌씩 구입했다. 

빛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짙은색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가습기, 공기청정기를 사용해 공기질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방은 매우 간결해졌다.

발뮤다는 에어 엔진은 기능과 심미성을 동시에 잡은 제품 중 하나. 출처: 발뮤다.

수면에 최적화된 방을 만들다 보니, 방이 휑해 보이기도 했다.

지나치게  '기능'만을 지향하는 방은 싫었다. 

이러한 고민 결과 기능, 심미성, 가격을 모두 만족시킬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이 고민에서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제품이 발뮤다 에어 엔진과 가습기였다.


이처럼 브랜드는 개인이 '자신만의 공간'을 최적화하는 과정에 개입한다. 

공간은 개인 취향을 따라가기에,  브랜드만으로는 공간에 완전히 개입할 수 없다. 

내가 지향하는 방향. 브랜드는 내가 '최적화'하고 싶은 공간을 계획하는 과정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며, 그 과정에서 개인에게 취향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 제안을 하는 영향력은 공간 전체 혹은 부분일 수 도 있다.

만일 발뮤다 제품 디자인에 내가 좋아하는 곡선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발뮤다 제품을 사지 않았을 거다.

취향’을 구체화하고 공간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제품은 두 가지로 나뉜다. 

'기능'만 가진 제품과 '기능과 심미성' 둘 다 가진 제품.

휴지, 마스크 같은 소모성 물건들이 전자에 속한다. 

그러나 기능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가진 상품은 다르다. 

일단 기능 그 자체도 일단 좋아야 한다. 동시에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

즉, 물건이 쉬는 시간에는 방 안에서 아름다운 오브제가 되어야 한다. 

공간 주인이 지향하는 취향을 고스란히 스며드는 멋진 오브제 말이다.

우리는 이걸 종종 부가가치 혹은 디자인이라고도 부른다.


삼성 vs 삼성: 기능, 심미성 그리고 조화

삼성 반도체사업부는 반도체가 가진 기능에 집중한다. 사실 반도체는 기능이 동시에 심미적이기도 하다. 출처: 아마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는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두 사업부 간 치이는 기능 대 오브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반도체 사업부에서 만드는 D램, 낸드 플래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더리)은 철저히 '기능'에 집중한다. 

갤럭시 Z플립(5g 모델)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건 685+. AP에게 아름다움은 없다. 출처: 퀄컴 네이버 블로그.

삼성이 생산한다고 알려진 퀄컴의 '스냅드래건 865+'칩은 

갤럭시노트2 0과 갤럭시 z폴드 2에서 두뇌기능을 한다. 

스마트폰 AP에 아름다움이 필요한가? 그 안에서 심미성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더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AP는 스마트폰을 빠르게 구동시키는 강력한 힘만 가지면 된다.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소개 화면. 제품이 아니라, 제품이 개인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집중한다 출처: 삼성.
LG 디오스 냉장고 첫 화면 사진. LG는 '냉장고' 그 자체에 집중한다. 출처: LG

반면에 삼성전자에서 만든 비스포크 냉장고는 어떤가?

 비스포크 냉장고는 냉장고 '기능'과 '디자인' 모두 충실하다.

'맞춤형'이라는 비스포크 단어 뜻처럼,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홈페이지 문구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모두에겐 자신만의 비스포크가 있다. 조합하여 구매하기'. 

게다가 이 문구가 쓰인 비스포크 냉장고 제품 카탈로그 사진은 

LG처럼 냉장고만 강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비스포크 냉장고가 

공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강조한다.

같은 회사 혹은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지향하는 '최적화' 방향에 따라 

그 결은 '기능'일 수도 있고, '기능과 심미성' 둘 다 일수도 있다.


퀄컴 VS 애플: 기술 플랫폼과 폐쇄적인 생태계.

퀄컴의 제품 소개 페이지. 퀄컴은 기술 플랫폼 회사이기 때문에 기술 소개에 집중한다. 출처: 퀄컴.

퀄컴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저변에 깔린 기술 인프라를 만드는 기술 플랫폼 기업에 가깝다. 

퀄컴은 스냅드래건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인공지능, 로봇, 통신, 게임을 인프라를 구축한다. 

그 외에도 스마트폰 충전, 자율주행차 , 인공지능기술을 지원하는 카메라 솔루션 만들기도 한다. 

퀄컴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 

퀄컴은 기업들과 주로 거래한다.(네이버 클로바는 퀄컴과 파트너다.)

퀄컴과 다르게 애플은 자사 제품을 통해 어떤 삶을 누릴 수 있는 지를 전하는데 집중한다. 출처: 애플.

반면에 애플은 어떠한가? 애플은 맥,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워치, 

애플 TV, 아케이드, 애플 원(아직 미출시)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모두 엮은 폐쇄적인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iOS는 이 폐쇄적인 생태계를 하나로 연결시킨다.

 iOS에 로그인한 소비자는 애플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간다.

 더불어 애플은 이러한 생태계 자체를 사람들이 아름답게 느끼도록 모든 제품 디자인에 특별히 신경 쓴다.

맥북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 동안, 맥북은 꽤 근사한 오브제가 된다. 출처:unsplash.com

예를 들어 맥북을 사용하는 시간 동안, 맥북 유저는 애플이 제시하는 '최적 생태계'속에 있다. 

반면에 맥북 유저가 사용하던 맥북을 닫고 책을 읽게 된다면? 

그 순간 맥북 유저는 애플이 만든 생태계에서 잠시 빠져나온다. 

맥북 유저가 맥북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 동안, 맥북은 아름다운 오브제로 변한다. 

다시 맥북을 열어 배경화면을 보는 순간 애플이 만든 생태계로 다시 접속한다.

이와 다르게, 퀄컴은 심미성 그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퀄컴은 심미성을 추구할 이유도 없다. 

그들은 심미성보다는 '인프라'와 기술을 만드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과 기업 간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그들이 향하는 가치 최적화로 근거한다.


구독과 구입은 취향을 최적화는데 매우 효율적이다.


소비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구독과 구입. 

'구독과 구입'은 개개인이 각자마다 가진 취향과 

목적에 맞게 소비 방향을 설계할 수 있게 돕는다. 

나 같은 경우 ‘배우. 감정을 편집하는 사람들 이슈 1’에 대한 자료를 모을 때,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아야 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자료를 찾는 수고를 덜어줄 뿐만 아니라, 소비 그 자체를 설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출차: 웨이브

예전 같으면 dvd를 구하거나 방송사 스트리밍을 각기 결제해야 했다. 

내가 가장 필요로 한 자료들은 웨이브에 많았기에, 처음 1달간 웨이브에서 자료를 모으기로 정했다.

웨이브 1달 요금을 결제한 후, 나는 스케줄을 정해서 필요한 자료를 살펴보았다. 

1달이 지난 후 티빙 자료가 필요했다. 웨이브와 동일하게 스케줄을 짜고 티빙을 1달 구독했다. 

이렇게 2달 동안 자료를 모았다. 넷플릭스는 이미 구독을 하고 있었고,

 대부분 티빙 쪽 자료와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시간 단위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은. '소비목적'을 보다 선명하게 최적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출처: 티빙.

이처럼 공간, 물건, 서비스를 '시간 단위'로 공유하거나 구입하는 것은 

사람들이 분명한 목적을 지닌 채로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무엇을 하고, 먹을지를 자신만의 ‘소비 모형’을 설계할 수 있다. 

이 소비 모형은 자신이 스스로를 얼마나 '최적화'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모두 다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데이터들은 각 기업들에게 매 순간 쌓인다. 

이 데이터들을 쌓고 정제하면 어느 순간 각기 여러 가지 '패턴'들이 나온다.

모든 회사들이 데이터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쌓이고 쌓인 데이터를 정제하면 과거에 대한 '사실'을 정량화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사람들이 추종하는 '소비 모형'을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적화는 개인과 서비스 제공자 간 데이터 간극을 최소화할수록 더 좋아진다. 출처:unsplash.com

최적화라는 말이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구독하거나, 구입한 상품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분명 한 가지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발견'

그게 바로 최적화다. 사실 우리는 '내 최적화해야지라고!'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걸 매일매일 사진으로 남겨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같은 곳에 말이다. 


취향을 수시로 기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커다란 흐름이 된다.

그 흐름이 바로 최적화다.

기록은 흐름이 된다. 그 흐름은 지금 내가 지향하는 삶 속 최적화 포인트를 알려준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계속 기록한다. 

이 기록들은 완전하게 소유 대신 짧은 시간 동안 즐긴 삶을 알려준다.

 매우 세세한 점 같은 기록들. 이 기록물을 따라가면

 '나는 지금 내 시간을 어떻게 최적화며 보내고 있지?’라는 질문에 도착하게 된다. 

요 근래 내가 제일 집중했던 무언가를 알고 싶다면? 내 SNS 기록을 찾아보면 된다.


과거와 다르게, 우리는 소비한 것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소비는 취향과 관심사를 드러내는 점에서, 

과거 자동차와 집을 소유해 과시했던 기존 세대와는 다르다. 

지금 세대는 이미지를 쌓아가며 정체성을 만들지만, 

지난 세대는 소유를 통해 정체성을 만든다. 

전자는 끊임없이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후자는 쉽사리 변할 수 없다.



이제 나만의 공간을 오프라인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자신만의 색깔과 가치관을 담아내는 곳은 모두 내 공간이다.

 오늘 글은 공간을 만드는 질문에서 시작했지만, 그 중심은 결국 '나를 어떻게 표현할까?'다. 

그 표현방법은 다양하다.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대로 물리적 공간을 활용한다.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안에서

여러 가지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색깔을 나눌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나'라는 사람을 최적상태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오늘 우리는 어떤 곳에서 나를 표현하기 위해 최적화를 시도할 수 있을까?

이는 비단 개인과 기업 모두를 포함한다. 동시에 간단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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