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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22. 2020

로컬정서는 공간에 영향을 준다.

도산대로는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브랜드 공간이 가진 편안함은 고객이 직접 매장까지 가는 길목, 

그 길목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매장 분위기, 매장을 나섰을 때 

보이는 거리 풍경 같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오늘은 도산대로가 가진 정서가 삼성플라자 강남본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봅니다.

동시에 지역정서와 상업공간 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삼성 디지털플라자 강남본점이 자리한 도산대로 주변은 정서가 없다. 

빌딩만 가득하고 차 소리만 요란하다. 

넓은 도로와 빌딩들은 개성이 없다. 

주변을 조금만 더 살펴보자. 도산대로에 자리한 

수많은 빌딩들은 주변 환경을 압도하는 강한 건축이다. 

사람을 흡수하고 보듬어주는 공간이 결코 아니다. 

이 근방에서 사람과 관계를 맺는 지역은 가로수길만이 유일하다.

빌딩이 가득한 도산대로에서 가로수길만이 거의 유일하게 정소를 가진 동네다.

가전제품은 일상 공간에서 개개인의 정서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는다. 

가전제품이 사람을 압도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가전제품은 우리와 매일 소통한다. 따뜻하게 빵을 구워주는 포스터기, 

옷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는 건조기,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게이밍 피씨 등등. 

가전제품은 언제나 일상에서 우리와 관계를 맺는다. 

동시에 인간이 가진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열린 건축 같은 면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 프리즘 공간에 처음에는 매우 겉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도산대로 정서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공간이 

도산대로 같은 강한 건축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힘을 얻기란 쉽지 않다.

이 관점에서 도산대로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플라자 

강남본점 매장 내 경험의 결과 집중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더 테라스'는 강남본점 입구 바로 앞에 자리해 도산대로의 건조함을 막는 역할을 한다.

정서만으로 삼성 디지털플라자를 판단해본다면? 

내 경험으로는 서울시안에서 베드타운으로 뽑히는 쌍문동에 

위한 삼성 디지털플라자 도봉 쌍문 본점이 강남본점보다 더 따뜻하다.

삼성 디지털플라자 강남본점은 강한 건축안에 가

전제품을 구겨 넣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삼성이 만들고자 한 분위기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죽인다. 

1층에 전시된 야외 QLED TV인 '더 테라스'가 빈약해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 뒤에 있는 갤럭시 Z폴드 2, Z플립, 갤럭시노트2 0 체험공간이 몰입도가 강한 이유는 

‘더 테라스’가 도산대로 앞 분위기를 그나마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베드타운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도봉쌍문본점은 도산대로와 다르게 베드타운정서를 흡수해 도산대로보다 조금 더 따뜻한편이다.

프로젝트 프리즘 공간 안에서 내부에 집중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이유도 도산대로가 가진 강한 건축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공간으로 도쿄 마루노우치 JP타워에 위치한 키테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건 '삼성' 브랜드 문제가 아니다. 

도산대로가 가진 정서 때문이다. 

삼성만 그런가? 아니다. 가로수길에 자리한 애플스토어도 마찬가지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과거보다 휑해진 가로수길 분위기는 애플스토어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사라진다. 브랜드공간이 지역성서를 이기려면 콘텐츠힘이 매우 강해야한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휑해진 가로수길 분위기.

애플스토어도 뭔가 허전하다.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에 들어가면 큰 스크린에 시야에 들어온다. 

선명한 화면 속에서는 세밀한 애플 제품 영상이 나온다. 

애플스토어의 높은 천장은 가로수길 내 건조한 정서를 환기시킨다. 

또한 애플스토어 내 직원들 목소리는 '이곳이 가로수길 맞나?' 하는 생각들 정도다.

애플스토어만의 특유 정서와 콘텐츠로 가로수길을 지워버린 셈이다.

이처럼 주변지역은 공간에 정체성을 넣거나 혹은 

공간에 몰입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준다.

남선사로 가는 길목, 히에이산이라는 분위기는 블루보틀 교토 1호점 분위기를 더욱 살린다.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가본 상업공간들에서 공간에 

몰입하기 가장 좋았던 장소는 블루보틀 교토 1호 점이다.

(1호점이라고 한 이유는 최근 2호점이 오픈했기 때문이다.) 

교토 블루보틀은 남선사로 가는 길목에 있다. 

남선사는 히에이 산 자락에 자리하기에 녹음이 가득하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평온하게 정돈된다. 

평안한 녹음은 오래된 마치야 건물을 

개조한 블루보틀 교토점 안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최근 블루보틀 교토 2호점이 생겼는데, 

그곳은 1호점과 다르게 나무를 활용해 교토 정서를 매장 안에 넣었다.

최근 교토에 오픈한 블루보틀 교토 롯카쿠 점도 교토시내 정서를 카페 안에 고스란히 가져왔다. 출처: 스키마 건축사무소.

디앤디 파먼트 교토도 마찬가지다. 매장 자체가 절 안에 있다. 

1000년간 불교가 국교였던 일본. 교토는 그 중심이었다.

‘시대에 상관없이 꾸준히 사랑받는 디자인’을 전하고자 하는 

디앤디파트먼트에게 이곳보다 좋은 입점 장소도 없다. 

공간에 몰입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스타벅스 닌겐자카점은 기요미즈자카에서 닌겐자카까지 거리 정서를 품고 있다.
스타벅스와 디앤디파트먼트교토 모두 교토정서를 공간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스타벅스 닌겐자카 점도 마찬가지다. 

기요미즈자카, 산겐자카가 가진 고즈넉한 분위기를 

스타벅스 매장에 고스란히 가져온다. 

이솝 나카메구로 점도 마찬가지다. 이

솝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와 

나카메구로 지역이 가진 분위기를 살려 매장을 디자인했다.

 앞에서 언급한 장소들이 크기와 상관없이 

좋은 공간인 이유는 주변지역 정서를 머금었기 때문이다.

블루보틀 성수는 성수동 정서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만큼 우리가 공간에서 정서를 중시한다는 걸 여실 없이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블루보틀 성수는 어떠한가? 

블루보틀 성수는 오픈 이후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커피 때문이 아니었다. 성

수동과 조화를 중시하는 한국 정서를 머금지 못한 

블루보틀 성수 매장 디자인 때문이었다. 

그만큼 우리가 공간에서 정서를 중시한다는 걸 

여실 없이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공간이 훌륭해도 지역 정서를 품지 못하면 공간은 힘을 읽어버린다.

아모레 성수는 정원을 통해 성수동과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간 정서적 접점을 조절했다.

아모레 성수는 어떤가? 

아모레 성수는 성수동 정서를 최대한 공간에 살렸다. 

성수동만이 가진 두드러진 물성을 아모레 성수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행여나 시멘트와 금속 물성이 공간을 차갑게 만들 수도 있기에, 

아모레 성수 가든을 만들어 계절감을 공간에 끌어왔다. 

사운즈 한남은 지역 근방에 부족한 채광을 공간에 끌어온다. 

디앤디파트먼트 서울과 앤트러사이트 한남은 한남동 골목과 

블루스퀘어로 이어지는 길목까지 정서를 연결한다.

도산대로는 그 정체성이 다소 모호하다.

그렇다면 강남본점은 삼성이 문제인가? 

도산대로 그 자체기 문제다. 이건 삼성이라서가 아니다. 

도산대로에 위치한 공간들은 대부분 뭔가 힘이 없이 축 늘어진 느낌이다. 

오히려 ‘도산대로’라는 정체성이 다소 불분명한 지역에서‘

라이프스타일 기술 인프라’를 지향하는 삼성을 표현하는 게 애매할 뿐이다.

대치동은 학원가로 밀집해 공간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학원가'라는 특징 덕에 지역 특징이 분명하다. 

강북지역에서 교육으로 유명한 '중계동 은행사거리'도 마찬가지다.

이걸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공간이 가진 한계를 건물 속 콘텐츠로 강력하게 밀어낼 수도 있다. 

삼성은 이런 공간을 이미 가지고 있다. 

갤럭시 하라주쿠다. 갤럭시 하라주쿠는 

오모테산도와 하라주쿠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갤럭시 하라주쿠 앞에서는 도큐 플라자 긴자와 

오모테산도 골목길로 들어가는 길이 얽히고설켜있다.

갤럭시 하라주쿠는 지역정서가 강하다. 이를 이기기 위해 삼성전자는 건물 외곽을 강렬한 검은색으로 칠했다. 출처:designboom

갤럭시 하라주쿠 뒤에는 오모테산도힐즈를 비롯해

디올, 버버리 등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다. 

포르셰, 벤츠 S클래스, 마세라티 등 럭셔리 차량들도 

도로를 달리며 화려함을 자랑한다. 가로수길처럼 애플스토어까지 있다. 

이러한 하라주쿠 공간이 주는 강력함을 누르기 위해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검은색을 매우 강렬하게 사용해 

건물 외곽과 내부에 적용했다. 이 덕분에 갤럭시 하라주쿠는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가 풍기는 강한 아우라에서 벗어난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힘들어졌다.

야외활동 범위가 제한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를 산책하며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공간과 정서를 알아가고 있다.

카카오티비는 이를 반영해 

'유희열의 밤을 걷는 밤'이라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을 정도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공간에 담긴 정서를 짚어내는 감각이 놀랄 거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공간을 받아들이는 마음도 세밀해질 거다.

그렇기에 코로나 이후, 공간을 만드는 일에 가장 중심이 될 방향은 

정서를 해석해 이를 공간에 풍성하게 집어넣는 일이 될 거다.

작가의 이전글 최적화는 잘 표현하기 위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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