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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01. 2020

보이지 않는 편집자,촬영감독를 아시나요?

우리가 매일 보는 드라마와 영화는 촬영감독들의 노고로 만들어진다.

드라마 촬영은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야기에 맞는 적절한 톤. 빛과 피사체를 철저히 이야기에 맞춘다. 다양한 기술을 동원하지만 그 기술은 결코 이야기 ‘구현’을 위해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색감,빛과 대비를 통해 통해 우리와 관계를 맺는다. 

그냥 찍어도 멋있는 장면이 우리 마음을 더 울리는 이유는 영화(혹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 혹은 드라마에서 종종 보이는 아름다운 단일 컷. 그냥 찍어도 멋있는 장면이 우리 마음을 더 울리는 이유는 영화(혹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 안에서 존재하는 ‘색’은 영화 혹은 드라마가 서술하는 이야기와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우리 마음에 더 세밀하게 스며든다. 이 작업을 하는 사람이 촬영감독이다.

스타트업 14화의 마지막 장면. 그냥 넘기기 쉬운 장면이지만 뒷모습, 180도 컷, L컷 등을 사용해 몰입감이 강한 장면을 만들었다.

촬영감독은 드라마(영화) 촬영 시에는 수많은 변수에 노출된다. 수많은 변수를 수정하는 후반 작업까지 모두 마친 결과물만 보는 시청자와 관람객들은 촬영감독이 마주하는 수많은 현장 속 변수를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만일 시청자 혹은 관람객들이 수많은 변수를 알기 위해서는 메이킹영상을 따로 찾아봐야 한다. 그래야 ‘저 장면이 저렇게 나왔구나~’라는 걸 알 수 있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국숫집 소개 장면, 롱테이크로 촬영해 국숫집에 대한 정보를 개괄적으로 알린 후, 주방으로 셧이 넘어간다. 

촬영감독은 영화 촬영 전  프리 프로덕션 작업부터 참여한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는 영화(드라마) 구조를 만드는 일. 기본 틀을 잡는 작업이다. 촬영 장소, 이미지 구축, 콘티 정리, 장면 설계 등 수많은 구조를 만들고 다듬는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영화(드라마)의 청사진이다. 프리 단계에서는 이야기를 면밀하게 분석하며 영화가 나아갈 공간감을 관객에게 인지 시킬지를 고민한다. 영화가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확실하게 인지시켜야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전체를 조율하는 게 감독이라면, 촬영감독은 시나리오 구현을 위한 '분석'에 더 가중치를 부여한다.

레버넌트는 서사를 위해 롱테이크를 많이 사용했다. 알레한드로 야 나리 투 감독의 생각은 임마누엘 루베즈키촬영감독의 노력으로 구현되었다. 출처: 넷플릭스. 

영상 촬영은 매우 정적이거나 기하학적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반대로 아주 동적으로 설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본 시리즈처럼 빠르고 흔들리는 샷 설계를 통해 액션 장면을 역동적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반면에 레버넌트처럼 롱테이크 신을 많이 찍어 전체 흐름을 보여줄 수 있다. 혹은 ‘1917’처럼 샷이 관객이 이야기를 계속 지켜보는 느낌으로 촬영할 수도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상하좌우대칭을 강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 방향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앞서 말한 방향들을 모두 섞을 수 도 있다.

'경이로운 소문'의 웹툰장면. 출처: 다음웹툰.

프리 단계에서 시나리오상에 대사와 콘티를 통해 이야기를 어떤 그림으로 채워 넣을지도 계획한다. 영화 시나리오가 사건 흐름을 따라갈까?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마주하는 정서 흐름을 따라갈까?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논의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카메라 비율 등 영상 촬영을 위한 기본 설계 작업도 같이 이루어진다. 카메라 비율은 영화 스토리 축을 정한다.

'경이로운 소문'의 추격신 원작에는 없는 장면이다. 각색해 만든 장면이지만, 촬영팀은 이를 더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영상 비율이 1.85대 1과 2.35대 1에 따라서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변하기도 한다. 만일 인물이 중심인 영화는 1.85대 1을 사용하는 편이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에 우리가 집에서 보는 티브이는 16:9 비율이다. 그 이유는 16대 9 비율이 2.35대 1과 1.85대 1이 가진 특징을 무난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1.85대 1은 2.35대 1보다 가로가 더 짧기 때문에 영상 속에서 인물이 좀 더 부각되고 사람에 초점을 맞추기 좋다. 이와 다르게 2.35대 1은 가로가 길기 때문에 주변 상황 묘사가 더 좋기 때문에 1.85대 1보다 시나리오 분위기, 전체 묘사에 좀 더 집중한다. 오프 더 숄더 샷 같은 경우 2.35대 1이 영화가 의도하고자 하는 의도를 더 잘 전달한다. 그렇지만 이걸 마치 공식처럼 생각해서도 안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이야기 '중심'임에도 이를 제삼자 입장에서 바라보게 하기 위해 일부러 2.35대 1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비율을 혼합하고, 대칭을 적극 활용한다.

무조건 비율이 중요한 건 아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한 그림들을 어떻게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비율은 어쩌면 캔버스라고 보아도 된다.어찌 보면 촬영감독은 준 감독에 가까운 일을 한다. 이는 촬영감독이 텍스트 디자인을 시각디자인으로 구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폰 12 발표에서 레버넌트와 버드맨의 촬영감독인 임마누엘 루베즈키 감독이 나온 이유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본 시리즈는 액션 영화 촬영 방식을 완전히 바꿀 정도로 새로운 영상. 새로운 액션 구현의 방향을 제시했다.

감독의 연출 의도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멋진 이미지를 만드는 촬영감독들은 없다. 

어떤 면에서 촬영감독과 배우는 감독이 묘사하고자 하는 전체 기획을 구현하는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다. 

촬영감독과 배우에게 편집력이 필요한 이유는 스스로 시나리오를 해석해야 함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감독과 호흡 때문이다. 연출자 의도와 정확한 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편집력은 필수다. 편집력이 뛰어날수록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도 자기 색깔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편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마찬가지도 조명, 미술 및 다른 스탭과 소통도 감독이 원하는 정서를 묘사하는데 영향을 준다.

영화(드라마) 전체를 총괄하는 감독과 다르게 촬영감독은 감독이 의도한 영상을 담아내는 게 집중한다. 자신의 관점을 거의 들어내지 않는다. 비록 최종 완성본에서 편집되더라도 감독이 의도를 구현하는 영상을 만든다. 하지만 때때로 촬영감독들은 감독이 미처 놓치지 못한 면들을 포착하기도 한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주연한 익스트렉션 촬영 장면 촬영감독인 뉴턴 토머스 시걸은 카메라를 들고 달리에 매달려 자동차 추격신을 촬영했다. 출처: 넷플릭스.

이런 관점에서 촬영감독의 편집력은 어떤 면에서 감독에 준한다. 어쩌면 시청자들이 지금까지 가장 무관심하게 접근한 대상이 바로 촬영감독이다. 촬영감독은 언제나 시나리오 전개와 인물 감정을 어떻게 영상 안에 균형감을 지키며 담을지 집중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컷’을 고려하고 또 고려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유연하게 촬영 방향을 바꾼다. 촬영감독들들 스스로기 영화를 최종적으로 편집하는 이들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지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감독에 준하면서도 가장 저평가된 이들이 촬영감독이다.

범죄도시의 액션신은 좁은 골목, 형사, 범죄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화려한 격투를 담으면 안 된다. 범죄도시는 액션을 실제 모습에 가깝도록 거칠게 묘사했다. 출처: 넷플릭스.

촬영감독은 시나리오를 읽고 ‘감정’을 중요시하는 영화인지, 코미디에 액션이 가미된 ‘가벼운’ 영화인지 판단한다. 그러나 촬영감독의 해석과는 다르게 감독은 코미디 혹은 감정을 중요시하는 영화가 아니라 '심리'와 '리얼리티'를 강조할 수도 수 있다. 예를 범죄도시, 베테랑 같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조합해 각색한 시나리오라면? 영화 시나리오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려나갈 것이다. 그 안에 담긴 액션도 화려한 액션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찰진 움직임에 근간을 둔다. 실제 사람들 삶에 와 닿는 영화 말이다.

라이프는 의학드라마임에도 스릴러,정치물같이 영상에 대비를 많이 주었다.

의학드라마인 '낭만 닥터 김사부', '라이프', '슬기로운 의사생활' 모두 의사를 다룬다. 하지만 각 드라마다 가치, 제도, 현실을 다루는 기법과 표현은 현저히 다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촬영감독은 언제나 ‘구조’에 집중한다. 그들은 영화 내 카메라 움직임을 최대한 절제하고, 관객이 느낄 정도의 쓸데없는 움직임을 피한다. 그들은 언제나 이야기 방향에 맞도록 영상을 설계하고 오직 이야기를 풀어가는 움직임만 찍는다. 어찌 보면 이야기를 난도질해야 하지만 그들이 있어야 이야기는 시각화될 수 있다.

경이로운 소문에서의 국숫집 주방 장면. 짧은 장면과 클로즈업,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짧게 배치해 상황을 매우 간략하게 역동적으로 묘사한다.

촬영감독은 자신의 예술을 추구하기보다는 이야기를 살아 숨 쉬게 하는 디자인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배우가 연기를 시작하는 순간 촬영감독들은 그걸 ‘와이드샷에’서 ‘익스트림 클로즈업’까지 다양하게 찍고 이야기로 묶는다. 그들은 이야기를 카메라로 담아 구현될 때 가슴이 뛰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항상 사람들이 영상에 몰입할 수 있는 구현에 정신을 쏟기에, 시나리오에 따라 그림이나 대비가 인물을 덮거나 감정을 묻히게 하는 일도 주의한다. 얼굴 그림자를 담아도, 그림자가 눈동 자안에 살아있는 누아르 혹은 잔잔함을 묘사하도록 카메라에 기록한다. 특정 장면과 공간에서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극적으로 연출하고, 일상 공간은 튀지 않고 따뜻하게 느껴지게 하고자 한다.

싸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인물 촬영은 마치 CF처럼 순간적으로 배우들 이미지를 강하게 잡아냈다.

이야기를 보다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영상 질감을 간결하고 명료하는 건 촬영감독이 매우 신경 쓰는 부분이다. 배우가 인물을 묘사할 때 무엇을 더하고 떨어낼지 고민한다면? 촬영감독은 영상에서 무엇을 '더하고 덜한가에 집중한다. 물론 배우, 감독, 촬영감독 모두에게 이 같은 관점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게 결국 편집에 귀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클로즈업샷은  배우 연기 속에 담긴 감정표현을 극대화하는데, 관격들이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돕기 위해 클로즈 업샷을 사용한다면 ‘기교’보다는 장면이 원하고자 하는 의도에 집중해 찍어야 한다.

스토브리그에서 본 남궁민배우 연기와 이미지는 브롤 스타즈 광고에 고스란히 이어진다. 출처:웨이브, 브롤 스타즈 유튜브.

만일 CF처럼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말은 진짜 ‘CF’처럼 찍자는 게 아니다.‘CF’가 추구하는 방향. 즉, 순간적으로 최대한 아름답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영화에 적용한다는 말이다. 영화의 스토리텔링’ 방향. 영화의 톤 앤 머너를 매혹적인 이미지’ 추구에 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에 따라 영화 비율과 렌즈도 결정된다.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단어. 그러한 의중을 영상 속에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담는 일. 이것이 촬영감독에게 지향하는 방향이다. 배우들도 이를 이해해야 한다. 배우는 영상에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피사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와 드라마 마의 본질은 화면에만 있는 게 아니다. 본질을 살리되 오히려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다.

배우는 영상에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피사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와 드라마 마의 본질은 화면에만 있는 게 아니다. 본질을 살리되 오히려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다.

만일 CF 같은 화면이라면, 밀도가 높은 장면을 짧게 나열한 화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배우는 연기할 때 표정을 보다 더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영화 시나리오를 벗어나지 않는 아슬아슬한 선에서 배우 아우라를 최대한 품어내기도 해야 한다. 그 ‘양’를 조절하는 건 배우 못이다.’ 나머지는 촬영과 후반작업팀에게 맡기면 된다.

영화’ 더킹’에서 두 주연배우. 정우성과 조인성 배우가 가진 아우라를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이를 영화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끊는다.

‘더 킹’ 같은 경우 이미지가 강하다. 영화’ 더킹’에서 두 주연배우. 정우성과 조인성 배우가 가진 아우라를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이를 영화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끊는다.‘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도 서예지 배우의 아우라는 농밀하게 뽑아내고, 김수현배우의 이미지는 부드럽지만 힘이 빠지게 뽑아낸다.

더킹은 정우성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영화에 맞게 순간적으로 뽑아내는 일에 집중한다.

배우가 시나리오 속 인물과 이야기에 스며들어간다면, 촬영감독들은 시나리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분위기에 스며들아 이미지를 포착한다. 더불어 그 포착한 이미지를 모두 합쳐 움직이는 영상으로 구축한다. 촬영은 단순히 카메라 앵글을 잡고 이미지를 찍어내는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영상은 ‘글’을 '시각'이라는 완전 다른 형태로 바꾸는 일이다. 무엇보다 글과 다른 자유로움을 가진 게 영상 촬영이다. 촬영감독은 이를 위해 샷 구성부터 편집 호흡 등을 느낌에 맞도록 어떻게 얻어낼지 고민한다.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환경. 이야기에서 요구하는 사랑, 증오, 슬픔을 보다 쉽게 표현할 수 았도록 분위기를 조정하는 일. 촬영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술, 조명들 모든 요소를 활용해 공간 분위기를 만드는 일.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일이 배우에게도 중요하다.

배우의 감정은 자판기처럼 나오지 않는다. 

배우는 사람이다. 계획에서 맞추어 움직이기 어렵다. 감정이 자판기처럼 나오면 좋겠지만 결코 아니다. 당연히 촬영감독 들은 배우의 감정선을 고려하며 촬영에 임한다. 시나리오상 인물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표정을 지을지 먼저 상상해야 카메라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언제나 촬영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무조건 나오지는 않는다.

화이에서 보여준 김윤석 배우의 광기 어린 눈빛은 항상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촬영감독을 이를 아주 기민하게 카메라에 담아낸다.

“배우는 수도꼭지가 아니다. 틀면 틀수록 계속 감정이 나오는 게 아니다. 틀고 난 뒤 좀 있으면 감정은 말라버린다. 감정이 올랐을 때, 집중적으로 찍어야지, 화면을 예쁘게 한다고, 두세 시간씩 기다렸다. 찍으면 비슷하게는 나오겠지만 진짜 감정이 안 나올 때가 있다.‘라는 김윤석 배우의 말은 결코 우연히 아니다.

배우가 영상에서 살아 움직이는 순간. 그 순간은 배우 그 자신이 아닌 이야기 속 인물로 변한다. 하지만 촬영하는 이들을 우리가 볼 수 없기에. 우리는 우리는 상대적으로 그들을 잘

배우가 영상에서 살아 움직이는 순간. 그 순간은 배우 그 자신이 아닌 이야기 속 인물로 변한다. 조승우는 황시목이 되고, 배수지는 서달미, 김선호는 한지평, 유준상은 기모 탁이 된다. 배우기 온전히 이야기 속 인물로 변하고, 그 인물이 가진 감정, 이미지, 심성을 모두 묘사하고 사라질 때, 촬영감독은 그곳에 다가와 카메라로 찍고 본인은 전혀 돋보이지 않은 채 홀연히 사라진다. 배우는 영상으로 남지만 촬영감독의 모습은 그 어떤 곳에서 남지 않는다. 오직 영상에만 남는다. 하지만 그 영상도 후반 작업과 최종적으로 감독이 손질한 결과물이다.

어떤 면에서 배우도, 촬영감독도 감정 편을 편집하고 이를 담아내는 디자이너이자 동시에 기획자다. 그렇기에 이들은 언제나 극도로 기민한 편집력과 구조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 훌륭한 배우일수록 이를 이해하는 능력을 더 깊고 탁월하다. 하지만 이는 우열과 열등을 나누는 기준이 아닌, 소양이자 역량이다. 그렇기에 배우가 촬영감독을 이해할수록 배우는 스스로의 편집력을 키우는 일이다. 시청자와 관객들은 영상이 가진 아름다움을 통해 영상 콘텐츠 시장의 수준을 상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

촬영은 시나리오를 현실로 구현하는 일이다. 그 사이에서 배우는 이미지 속 피사체이기에 배우도 촬영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배우의 ‘편집력’보다는 ‘표현력’에 더 영향을 주지만 배우에게 필요한 편집력 총량을 늘리는 일이다. 배우가 조명, 렌즈, 카메라에 대한 이해가 풍부할수록 자신이 맡은 인물을 더 시나리오에 맞게 다듬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감정을 넣고 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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