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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May 04. 2021

탄소는 애플의 리브랜딩 축이다.

애플은 탄소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브랜딩에 사용하고 있는가?

녹음이 무성한 애플 사옥 산책로. CEO 팀 쿡은 "현재 애플의 글로벌 사업은 탄소중립적으로 운영되며"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애플이 선보이는 새로운 업데이트와 상품을 소개하기 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원칙과 가치가 애플을 만들죠. 거기에 영향을 받은 상품과 서비스는 더 쉽고, 좋고, 유쾌해집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아이맥, 에어 태그, 아이패드 프로를 소개하는 도중 지속적으로 애플 사옥 근방 숲을 보여준다. 제품을 소개하는 직원들을 제외하고, CEO인 팀 쿡은 시종일관 애플 본사 주변 숲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음악도 쾌활하다 이를 통해 애플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자연'을 생각한다는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전한다. 게다가 회사 이름도 ‘애플’이 아닌가? 애플과 숲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지난 4월 신제품 설명회에서는 기존 설명회와 다르게 팀 쿡이 애플 사옥 주변 숲길을 걸어가면서 이야기한다.

이처럼 평소와는 사뭇 다른 발표. 이 영상 안에는 애플이 '탄소'와 '친환경'을 중심으로 ‘브랜딩'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영상 초반 팀 쿡이 이야기한 친환경에 관한 이야기. 이는 매우 추상적이다. 하지만 '아이맥 포장 패키징'과 신형 아이맥 전원 어댑터 디자인 설명이 나오는 순간을 이야기는 달라진다. 애플 tv 사용한 리모컨은 재활용한 알루미늄이다. 아이패드 프로, 아이맥에 부품 제작에 사용한 희토류와 자석도 재활용했다. 신제품에 적용된 재활용 소재를 언급할수록 팀 쿡이 영상에서 말한 '탄소중립'과  '친환경'은 모호함에서 라이프스타일로 변한다.

이번 제품 설명에서 애플은 탄소중립, 친환경정책 등을 매 제품마다 강조했다. 출처: 애플.

이는 천연 섬유소재를 '93프로' 사용한 아이폰 12 패키지 디자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애플은 자신들 제품을 구매하는 일. 그 자체가 ‘저탄소’ 혹은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행동이라는 걸 말하는 팀 쿡의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면에서 이번 애플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은 '탄소중립'을 설명하는 교본에 가깝다.

제품 제조에 사용한 재료들이 재활용. 탄소중립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영상 중간과 끝에도 꾸준히 자연을 강조한다. 이는 '애플제품은 탄소중립'이라는 프레임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출처: 애플.

어떤 면에서 이러한 말은 말장난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애플 제품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품인 반도체만큼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터센터도 천연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사실 애플은 공장을 가진 기업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애플 제품에 반드시 들어가는  부품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들은 24시간 가동해야 할 만큼 지속 적으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물론 애플은 협력사들에게 Re100을 요구한다. 대표적인 애플 고객사인 SK하이닉스도 RE100에 가입했다. 또한 애플의 심장인 A14, M1, M2칩을 생산하는 반도체 파운더리 회사인 TSMC도 RE100에 가입했다. [M2칩을 이야기한 이유는 최근 양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 국제보호협회와 산림보존작업을 이미 하고 있다. 출처: 애플 홈페이지.

애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제보호협회와 골드만삭스와 제휴한 환경펀드를 시작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펀드는 총 2억 달러 규모다. 이 펀드는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1백만 미터톤 이상 이산화탄소를 제거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200,000대 이상 승용차가 사용하는 연료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펀드는 산림 복원에도 투자한다. 이미 애플과 국제보호협회는 케냐의 지역 보존 단체와 협력하여 Chyulu Hills 지역의 황폐한 사바나를 복원하기도 했다. 여기까지 본다면? 탄소를 다루는 건 기업들의 브랜딩, 사회공헌, 마케팅 전략으로만 비취 질지 모른다. 하지만 '탄소'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애플. 애플이 가진 금융자산을 살펴본다면? 이 생각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투자은행 혹은 펀드로서의 애플. 이 같은 애플을 생각해본 적은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애플이 가진 자산으로 판단하면 충분히 그렇다. 애플은 충분히 금융자산을 가친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투자은행 혹은 펀드급 자산을 가진 애플의 또 다른 모습.]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이 가진 투자자산은 글로벌 투자은행에 준할 정도로 그 규모가 매우 크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보유한 미국 국채 및 포함한 금융상품 등은 글로벌 투자은행에 준한다. 그렇기에 애플과 골드만삭스의 탄소 제휴 펀드는 'JP모건 체이스'와 '골드만삭스'가 공동으로 만든 펀드라고 생각해도 큰 문제가 없다.

애플과 마이크로 소프트의 채권투자 포트폴리오.[2018년까지] 출처: 크레딧스위스

애플과 마이크로 소프트가 가진 국채, 회사채량은 상당하다. 생각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빅 테크 기업들은 이미 미국 국채를 많이 가지고 있다. 2018년 크레디트스위스의 졸탄 포자를 채권 전략가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미국 IT기술회사들이 가진 자산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빅 테크 기업이 가진 투자 포트폴리오는 웬만한 투자은행에 준할 정도다. 그렇기에 테슬라, 넥슨, 스퀘어, 메이 쿠 은 회사가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행동은 단순히 '비트코인에 투자했어!'보다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소유한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투자은행 규모다. 출처: 크레딧스위스.

가령 애플이 ABS, RMBS보유량 등은 JP모건 체이스 수준이다. 물론 2018년 자료이기에 2021년은 조금 다를 수 있다. [2019-2021년까지 수치는 애플의 분기보고서를 참고해 직접 작성했다.] 하지만 자산 위험도로 비교하면? 비트코인과 ABS도 그 차이는 생각보다 '엄청'크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는 ABS [자산담보부증권]가 담보로 삼은 자산이 무엇인가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ABS를 지나치게 많이 발행해 기업 재무가 악화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이 있다.}(사진에서 HQLA=High Quality Liquid Asset임. 우량자산. 2018년 기준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채권 포트폴리오는 월스 파고 보다 규모가 큼. 애플은 제이피모건보다 큼. 사진을 보고 판단해보자.)

애플의 총 투자자산종류와 채권투자자산종류.
2019년에서 2020년까지 애플이 투자자산규모. [단위는 백만 달러. 출처:애플 분기보고서.][

애플이 투자은행급 자산을 소유한 것과 테슬라가 구입한 비트코인은 '금융상품 투자'관점에서 본다면 같다. 최근 넥슨도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는 걸 고려한다면? 애플, 테슬라, 넥슨은 크게 다른 게 없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이중 10%가량을 매도했다. 이는 이번 2021년 1분기 실적에 반영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이를 두고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발언은 테슬라는 디지털 화폐 혹에서 실체 없는 화폐를 현실로 가지고 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테슬라는 테슬라를 통해 기업이 비트코인 투자와 현금화하는 경우 어떻게 회계장부로 옮길 수 직접 보여주었다. 테슬라는 비트코인 통해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게 만들 거라 했기에, 비트코인은 자산 '헷징'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을 통한 물건 구매 시에는 양도소득세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보아야 할 점은 애플이 '국채'를 매입하고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아니다. 그보다는 기업들이 투자행위가 사람들이 금융자산을 인식 혹은 생각들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애플이 현대기아차 그룹과 '애플 카'생산 협상을 한다는 이유로 주가는 급등했다. 또한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수한 직후, 비트코인 가격도 급등했다.

기업이 비트코인을 구입하면 비트코인은 '투자자산'으로 회계'의 정당성을 받아 그 가치를 점진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또한 비트코인은 컴퓨터 연산. 어찌 보면 탄소기술 응집 체다 출처

기업들이 금융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이를 회계에 맞는 '자산'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은행과는 성격이 다른 환전상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애플의 '탄소중립'은 단순히 사회공헌과 브랜딩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기업일수록 자신들의 '의견'을 시장에 더 많이 표출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환전상은 명동거리에 놓인 달러, 엔, 유로, 위안화를 바뀌 주는 가게 혹은 은행들을 생각하기 쉽다. 물론 틀린 건 아니다. 은행을 뜻하는 'bank' 단어의 기원은 유럽 유대인 거주지역인 게토에서 방코[탁자]에서 환전 및 대부업을 하던 유대인에게서 비롯되었다. 그렇지만 모든 기업들이 환전상이 된다는 건 의아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 기업들은 이미 부분적으로 '환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회계제도 때문이다. 

친환경, 재활용으로 만든 물건을 '돈'으로 바꿀수록 우리는 더 '탄소중립'을 실제적으로 만질 수 있다.

우리는돈을 가지고 물건을 산다. 돈을 받고 물건을 내어주는 상점들. 물건을 만든 기업들은 '돈'이라는 사회의 약속으로 만들어진 '종이'를 사람들에게 '물건'으로 바꿔준다. 이 과정을 기록한다. 이것이 회계기록이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이러한 회계기록들 매 분기, 년마다 감사한다. 이를 지키지 못하는 상장기업들은 증권시장에서 상장 폐지된다. '환전'이라는 말 '돈'을 바꾼다는 말은 이런 걸 말한다. 하지만 이제 모든 기업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환전상이 된다는 내 말은  '탄소'때문이다.


국가 간 협약과 국제기구에서 말하는 탄소는 그 범위가 사실 '모호'하다. 그렇기에 '탄소배출'은 추상적이다.

 그렇지만 탄소배출을 실제로 만질 수 있는 형태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순간 사람들은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받아들인다. 이 말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 저탄소’와 '탄소 가치'를 제품으로  인식한다는 말이다.

아이맥을 사는 행위에 '탄소중립'이라는 가치가 더해진다. 동시에 '탄소중립'은 자연스럽게 화폐에 스며들게 된다. 출처: 애플.
친환경,재활용,지속가능함. 이번 발표를 통해 애플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친환경정책을 '브랜딩 아젠다'로 끌어올렸다. 출처: 애플.

예를 들어, 169만 원짜리 아이맥을 구매했을 때 사람들은 그 행위에서 '일정 금액'부분을 '탄소 가격'으로 생각하게 된다. 또한 기업이 브랜딩과 마케팅 과정에서 만든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탄소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앞서 말한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판매'에서 발생한 '매출'도 이에 포함된다. 또한 사람들이 사는 물건에 '탄소'에 대한 인식이 들어가는 순간, 탄소는 그 자체로 화폐가치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또한 화폐가치에 대한 관심은 'ESG채권' 흥행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탄소'는 자연스럽게 ‘화폐화’된다.

{테슬라}

'탄소절감'과 '기후 문제'는 항상 같이 따라오는 단어다. 이미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탄소배출권은 이러한 '탄소'와 재생에너지를 '돈'으로 환산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탄소배출'은 이미 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하고, 이 거래를 법으로 정한 회계규칙에 맞게 처리함으로써, 현재 탄소는 재무에 반영되고 있다. 그렇기에 탄소는 이미 '신뢰'를 가 진상태로 교환수단이 된 셈이다. 

테슬라는 그 자체로 '친환경'이다. 전기차-솔라루프까지 테슬라를 구성하는 대부분이 재생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출처: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가 이미 탄소배출권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낼 수 있는 이유도 탄소가 '재화의 교환수단'으로서 인정받기 때문이다. 반면에 폭스바겐은 탄소배출 기준을 지키지 못해 EU로부터 벌금 1300억을 물었다. 또한 EU는  '탄소 국경세'라는 EU로 수입되는 제품 중 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총 1위 회사가 친환경을 브랜딩 중심축에 둔다면? 다른 기업들은 알아서 따라온다.

그렇기에 앞으로 모든 기업들은 기업들의 브랜딩으로 계속 ‘탄소’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세계 시총 1위인 애플이 이걸 자사 브랜딩 1순위에 둔다는 말은 '탄소'그 자체를 기업 브랜딩들 넘어 재무관점. '화폐'에 관한 주제로 끌어올린다. 그렇다고 대충 해서도 안된다. 이니스프리가 선보인 종이병은 겉만 '종이'로 싸고 속은 여전히 플라스틱을 사용한 반쪽 짜리 제품이었다. 이러한 장난 같은 일을 해서는 안된다. 이미 탄소는 '국가'와 '기업'간의 거래대상에서 개개인으로 넘어오고 있다. 동시에 '탄소'개념은 보다 친숙하게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과 '돈'에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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