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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ug 24. 2021

이제 백화점은 사람과사람 간의 '연결'을 생각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의 백화점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집중해야 한다.

[이번 글은 '더 현대 서울'의 마지막 글입니다. '더 현대 서울'에 관한 글은 이 글까지 총 6개인데요. 원래 1개였던 글이 너무 길다 보니, 제가 6개로 나누어서 올렸습니다. 이 글과 함께 통합본이 같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



모든 건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할 수 없기에  ‘완벽’에 수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가능해진다. '더현대 서울'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문을 연 '더 현대 서울'은 아직 뭔가 완벽하지 않다. '더현대 서울'에서도 오프라인 공간이 가진 기획과 공간 디자인의 한계가 보인다. 사운드 포레스트에서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지나치게 크고, 음악은 매우 거칠다. 또한 거칠게 나오는 스피커 주변에 식물을 배치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음악은 뭉개지고 주변 공간감은 산만하다. 뭉개지는 음악소리 옆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는 그저 오브제에 불과하다. 인스타그램 사진용 소품일지도 모르지만 전체 공간과는 겉돈다. 사운드 포레스트라고 해도 사실은 화분으로 만들어놓은 인공 정원에 불과하기에 ‘식물’이 만들어내는 공간감이 강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연과 비교해서 말이다.

사진 속 그랜드 피아노는 화분에 묻혀 존재가 미미하다.
사운드 포레스트의 많은 식물은 화분이다.

입점 브랜드들 중에서도 브랜드에 맞는 정체성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브랜드들도 있다. 라이카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타 백화점과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도 있다는 점에서 '새롭지만' 새롭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세부적인' 사항이고 개선하면 된다. 정작 가장 문제는 부드러운 공간이다. 부드러운 공간은 ‘공간’은 언제나 사람이 채워야 한다. 그렇기에 더 현대 서울은 ‘사람’이 없다면 색깔을 내기 어렵다. 어떤 면에서 보면 '더현대 서울'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제안들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화분을 사용해 거리두기 4단계에 맞추어 급하게 취식 공간을 만들었다.

이는 코로나19 탓이 크다. 실제로 '더 현대 서울'을 둘러보면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오프라인 콘텐츠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많은 공간들은 착석 금지가 되어있으며 취식 공간도 제한되어있다. 게다가 6층에서는 취식 공간 확보를 위해 화분으로 임시 벽을 만들었다.

거리두기4단계로 인해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을 수 없다.

하지만 오픈 초기의 '더 현대 서울'을 담은 사진을 보면 1층 분수대를 비롯한 여러 공간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공간을 채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부드러운 공간이 가진 전형적인 특징이다. 부드러운 공간은 사람들이 알아서 공간을 채운다. 공간 자체가 편안하니까. 그렇기에 더현대 서울은 코로나가 '종식'된 시점부터 다시 한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나면 내가 위에서 말한 몇몇 '한계'들은 더욱 개선되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적은 글들은 단편적인 ‘지적’에 불과하다. 동시에 나 스스로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공간 경험'을 한 면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그게 아니다. 가까운 미래의 백화점은 그들 스스로가 ‘관점’을 제안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더 중요하다.


[백화점은 가까운 미래의 '소비'와 

'라이프스타일'을 알려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 6개월, 12개월 뒤의 백화점은 어떤 모습일까? 

백화점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19세기 후반은 유럽 안에서 과거 왕실과 소수 귀족에게만 한정되었던 소비문화가 중산층을 향해 확장되던 시기였다. 귀족들만이 누리던 카페 문화는 부르주아 계급에게 퍼졌다. 이 같은 면은 인상파 화가인 르누아르가 그린 그림들에도 잘 나와있다. 아케이드와 백화점은 소비욕망을 자극하는 공간이었다. 과거 상점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 '흥정과 거래'만이 이루어졌다. 하나 아케이드와 백화점에서는 상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욕구가 이를 대신한다. 백화점 안에서는 '정중한 상품 안내'만 존재한다. 또한 아케이드와 백화점은 각각 독립적인 공간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 둘은 하나로 만나 복합 상업건축으로 진화했다. 백화점이 아케이드를 백화점 안으로 끌어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필드 코엑스 같은 곳이다.

르누아르가 그린 '뱃놀이 일행의 오찬'. 이 그림에서 나오는 문화는 과거 귀족들이 향유하던 문화였다.

아케이드와 백화점은 수세기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아케이드는 상점의 수평적 형태 변화에 불과했다. 백화점은 상점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게 전부였다. 백화점 인테리어가 화려한 이유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빈약한 콘텐츠를 감추기 위함이다. 백화점은 넓은 내부 공간을 지탱하는 강한 구조와 백화점을 돋보이게 할 인테리어와 튼튼한 건축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점의 '수평과 수직' 개념을 아예 없애버린 게 온라인 쇼핑몰이다.


온라인 커머스는 그런 게 필요 없다. 소비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UI와 간편한 결제 과정만 있으면 된다. 뿐만 아니라, 호스트 비용만 낸다면 공간은 무한대로 확장 가능하다. 그 상징성을 가진 기업은 단연코 아마존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아마존은 언제나 ‘고객이 원하는 효율’에 중심을 둘뿐이다. 아마존은 백화점이 가진 모든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철저히 고객중심으로 접근했기에.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구매’만을 위해 백화점에 가지 않는다.

도쿄미드타운 히비야, 긴자식스는 '긴자'라는 입지덕분에 공간브랜딩이 가능했다. 입지는 상업부동산 브랜딩에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에 공통된 상점들의 성공을 위한 조건은 한 가지다. 입지다. 상점의 성공은 위치가 모든 걸 결정한다. 예를 들어 도시내 백화점과 복합 상업건축은 사람들이 발길이 낮은 지하철 주변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제 입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입지가 나쁘더라도 SNS를 활용하면 극복이 가능한 정도다. 오히려 그동안 100년 넘게 변화가 없던 공간은 이제 완전히 정체성을 바꿔야 할 정도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지금 시대가 상점의 변화의 상승 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이 같은 ‘상점=입지’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편집'의 관점에서 입점브랜드를 봐야한다.

백화점은 가까운 미래의 소비와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일지 알려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물건을 가져다 놓고 백화점을 만든 개인 혹은 기업을 자랑해서는 안된다. 대형 쇼핑몰.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언제나 ‘쇼핑’이란 무엇인가?‘소비란’ 무엇인가?라는 그 자체에 이미지를 부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곳이다. 10년 전만 해도 백화점에 가면 좋은 물건들이 있었다. 스타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아는 대로 좋은 물건과 가격대, 스타일은 이제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GAN(Generated Advanced network) 같은 기술은 온라인상에서 의류 등을 더 역동적으로 볼 수 있다. AI모델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기술변화는 쇼핑몰과 백화점이 가진 모든 이미지를 가져갔다. 이미 몇몇 기업들은 인공지능으로 만든 모델을 통해 인스타그램에서 홍보한다.

건물의 높이와 상관없이 백화점은 언제나 사람을 보아야 한다.

건물이 높게 올라간다. 사람이 땅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사람이 땅과 만나는 지점이 더욱 중요해진다. 하지만 이제 그보다도 공간은 ‘높이’와 상관없이 브랜드와 사람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곳. 그 자체가 중요해졌다. 이제 공간의 ’ 용도’보다는 공간 '구조’가 더 중요해졌다. 상점과 카페, 주변 길과 브랜드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광장 같은 공간. 연결의 구심점이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코로나 이후 공간이 지향할 방향은 확장이 아닌 연결이다. 코로나19는 온라인으로 어떤 만남까지 가능할지 그 한계를 시험했다. 오히려 코로나19를 통해 사람들은 ‘공간’보다‘연결’이 더 중요해졌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 사람과 사람 간 연결. 브랜드의 아름다움을 사람에게 연결시키는 게 더 중요했다. 이것이 브랜드와 공간이 지향할 방향이다.


고정된 건물이나 구조물에 집중하면 그곳을 사용하는 개인. 그 안에서 이루어진 관계들을 읽을 수 없다. 단순히 소재를 통한 부드러운 건축이 아닌,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스며드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 오히려 공간을 조성하는 기획자들은 공간건축 ‘그 자체’ 이전에 공간이 추구하는 ‘가치’와 ‘합’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통해 어떤 아름다움의 ‘결’과 ‘관점’을 전할지 고려해야 한다. 더현대 서울도 여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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