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만드는 일은 음식에서 시작한다.
‘음식’은 라이프스타일의 밑바탕 중 하나다. 라이프스타일을 한국말로 바꾸면 '생활양식'이다. 생활양식을 구성하는 요소는 의식주. 그렇다면 의식주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감각은 무엇일까? 바로 ‘시각’이다. 모든 의식주는 눈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선택이 생긴다. 젠틀몬스터가 최근에 만든 디저트 가게인 누데이크를 살펴보자. 디저트는 음식. ‘식’이다. 누데이크의 음식은 '검은색'을 강조한다. 젠틀몬스터의 로고가 검은색.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안경 프레임의 색도 검은색이다. 사람들이 친근하게 여기는 '은유'를 사용했기에, 누데이크에서의 검은색은 젠틀몬스터를 연상시키는 요소다. 게다가 젠틀몬스터는 '눈으로 보는 모든 경험'을 다룬다. 그들이 '식'을 다루는 건 당연하다.
의식주에서 '식'은 음식이다. 음식은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좋은 음식이 있으면? 좋은 그릇이 필요하다. 그릇은 음식을 담는 용기다. 요리를 맛있게 보이려면 그에 적합한 그릇을 선택해야 한다.'음식만 맛있으면 되는데? 그릇이 왜 중요해?'같은 생각은 기능만 강조하는 생각이다. 그릇은 요리의 정취를 드러내는 옷이기 때문이다. 특히 완성된 음식을 그릇에 잘 담는 과정은 중요하다.
그릇의 품질도 중요하다. 요리가 그릇과 조화를 이루도록 그릇의 크기, 깊이, 색채를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선택해야 한다. 좋은 그릇이 필요하면? 그걸 놓을 좋은 테이블이 필요하다. 좋은 테이블을 구비하면 그걸 놓을 좋은 공간이 필요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페인트, 타일, 조명등을 찾아보게 된다. 음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요소들을 연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의식주'가 하나의 '결'을 만드는 셈이다. 이 모든 게 ‘눈으로 보는 경험’에서 확장된 결과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지금 시대에 맞는 가치가 '의식주'제안에 반영된다. 따지고 보면 ‘음식’은 사실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의 기저에 위치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식’을 다루고 나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룰 수 있게 된다.
호텔이 ‘의식주’의 경험의 정점에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호텔은 여행자를 위한 '또 다른 집'에 가까웠다. 하지만 호텔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이제 절반만 유효하다. ‘호텔’에 머무는 일 자체가 여행이 되면서, 호텔도 취향을 찾아가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삶, 일의 경계는 사라졌다. 오히려 사람들은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공간' 자체를 원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호텔은 일하는 사무실로 변한 집에서 잠시 떠나 편하게 쉬는 곳이 되었다. 호텔이 제공하는 음식, 쇼핑, 콘텐츠. 호텔 그 자체가 숙박을 넘어 콘텐츠를 구축하면서 호텔은 호텔이 생긴 지역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기에 집과 사무실, 문화가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이제 호텔은 디자인, 공간, 예술을 연결한다. 호텔은 단순한 숙박공간이 아니다.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호텔에 머물면서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공간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호텔에서 사용하는 어메니티에서 비롯해 조명, 음식, 푸드스타일링, 그릇까지 호텔에서의 경험은 ‘내 공간을 어떻게 만들까?”라는 추상적인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던진다. ‘오늘의 집’ 어플에서 보는 많은 집들이 어떤 면에서는 '부띠끄 호텔' 느낌이 나는 이유도 이러한 것들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으로 공간을 꾸미기 시작한 시점과‘호텔’이 여행의 범주로 들어온 시점이 비슷한 점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집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호텔처럼 바꾸려는 시도 역시 호텔에서 얻은 경험을 집안으로도 끌어오려는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변한 집의 개념도 이를 더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취향을 가장 극대화 의식주로 서비스하는 호텔. 이곳에서 경험한 모든 경험들. 가령 '음식'을 먹는 경험과 그 경험은 담는 공간이 사람들의 회복을 돕거나 취향을 고스란히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경험을 떠나 디자인을 생각하는 시작점으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